검색

2021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은영 작가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선한 사람들의 얼굴과 말과 몸짓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의 진동을 느껴요. (2021.09.09)


매해 참신한 이야기로 아동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황금도깨비상이 올해로 27회째를 맞았다. 2021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곱 번째 노란 벤치』는 공원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만남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동화로,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것의 힘을 일깨워 준다. 아이들이 온기 속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써낸 은영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사는 곳은 부산의 변두리인데요, 어느 날부터인가 주말마다 동네 공원에서 청년 한 명이 버스킹을 하더라고요. ‘처음 해 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죠. 두세 달쯤 지났을 땐 그 청년이 경찰관들 앞에서 잔뜩 주눅 든 채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공원을 걷던 사람들이 힐끗거리더니 하나둘 청년에게로 다가갔어요. 경찰은 근처 상가에서 시끄럽다고 신고가 들어왔다며 당장 치우라고 했는데, 청년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이 청년 편에 서서 한마디씩 말을 거들었죠. 그러자 경찰은 소리만 조금 낮추라는 말을 남기며 돌아갔어요. 

그 청년이 다시 기타를 들었을 때,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이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래를 듣기 시작하더군요. 기타 가방에 돈도 넣고요. 한 번쯤 스쳐 지났을 사람들인데 누군가 힘든 상황이 되자 여기저기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언젠가 이 장면을 글로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봄, 코로나가 잠시 주춤할 무렵에 99세의 제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마음이 그렇게 휑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 지후가 떠올랐어요. 지후가 할머니랑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그때부터 이야기들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원 안의 일곱 번째 노란 벤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왜 ‘일곱 번째 노란 벤치’인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작가님께서도 평소에 산책을 즐겨 하시는 편인가요? 

노란색과 벤치는 떠남과 기다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곳에서 다시 좋은 인연들과 이어지길 바라면서 행운의 숫자를 넣게 되었어요. 

저는 공원과 강변을 걷기 좋아합니다. 그 강변은 낙동강 하구에 있는 ‘생태 보호 구역’인데, 그곳을 매일 걸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입니다. 다른 생물들을 보호한다지만 그곳에 서 있으면 오히려 인간인 제가 더 위안을 받고 보호 받는 느낌이 듭니다. 

공원에서 스치듯 곁을 지나치던 각각의 주변 인물들이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점점 생동감을 띠게 됩니다. 작품 속 인물에 개성을 불어넣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같은 장소를 매일 다니다 보면,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눈에 들어와요. 제 글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제 그 사람들이 모델입니다. 특히 작품 속에 나오는 대사들은 실제로 들었던 목소리들이 많아요. 주인공 지후의 사촌 동생 ‘지웅이’의 대사는 대부분 그래요. 어린아이들의 말은 그 자리에서 바로 받아 적어야 해요. 머릿속에 넣어 놨다가 나중에 적으려고 하면 그 느낌이 살지 않아요. 조사 하나만 달라져도 그 느낌이 달라지더라고요. 

강아지 봉수가 무척 사랑스럽게 묘사됩니다. 실제 반려견과 함께하신 경험에서 나온 문장인가요?

어릴 때 진돗개를 키웠어요. 그 개는 마치 우리 집을 지키는 호위무사 같았어요. 온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로 말이지요. 그 개가 죽고 나서부터는 개와 함께한다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몇 년 전 동생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갈색 푸들인데 저만 보면 좋아서 얼굴을 핥고 펄쩍펄쩍 뛰며 오줌을 지리기도 하죠. 이 작품 속의 봉수처럼요.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이어져 있다’고 하신 작가님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로도 읽혔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인간은 이어져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지요. 그 이어짐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아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그 생각은 더 뚜렷해졌어요. 쉴 새 없이 울리는 문자에서도,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랬어요. 요즘은 감정적 이어짐이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SNS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감정 소모를 할 때도 많지만, 선한 사람들의 얼굴과 말과 몸짓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의 진동을 느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따스함이, 뜨거움이 전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삭막했던 마음이 녹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포악한 개장수 앞에서 지후와 봉수가 벌벌 떨고 있을 때, 평소에 한 번도 말을 하지 않던(그래서 말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졌던) 검정 모자 아저씨가 처음으로 ‘지후야, 안녕.’이라고 말을 건넸을 때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특별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더불어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낸 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글을 쓰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써지는 대로 마음대로 한번 써 볼 생각입니다. 글이 움직이는 대로 말이지요. 청소년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저학년 판타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끝으로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힘든 한 걸음 한 걸음을 같이 떼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은영 글 | 메 그림
비룡소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은영> 글/<메> 그림10,800원(10% + 5%)

눈부시고 아름다운 여름날, 특별한 이웃과 소중한 친구를 안겨 준 나의 일곱 번째 노란 벤치 이야기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은영의 장편동화 『일곱 번째 노란 벤치』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할머니와 이별한 슬픔을 간직한 지후가 동네 공원의 일곱 번째 노란 벤치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마..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