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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논어의 접점에서 공감을 외치다

『다산의 공감 연습』 엄국화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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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우리는 공감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정약용의 글을 통해 밝혀내고 싶었습니다. (2021.12.30)

엄국화 저자 

세상에는 ‘다산’에 대한 책도 많고, 《논어》에 대한 책도 많다. 그런데 정작 다산의 《논어》에 대한 책은 없다. 정약용의 《논어》 연구가 집약된 《논어고금주》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다 읽기도 어렵고, 그 핵심을 간파하기는 더 어렵다. 이에 젊은 다산 연구자 엄국화 박사가 나섰다.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논어고금주》의 정수를 뽑아 『다산의 공감 연습』이라는 제하에 재구성했다. 이 책은 학자가 아니라 대중 작가로서 그가 내건 야심찬 출사표다. 그의 글쓰기 안에서 다산과 《논어》가 우리 시대에 새롭게 살아나고 공감이라는 어휘가 인문학의 깊이와 동시대의 현장성을 겸비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작가님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작가 이전에 개인적인 삶이 궁금합니다.

요즘 부캐를 갖는 게 유행인데, 저는 본캐가 여럿입니다. 20대에는 싱어송라이터로 음악활동을 하고 서른한 살에 다시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나 코로나로 강연도 줄고, 강의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게 되면서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저술에 힘쓰게 되었고, 지금은 작가 캐릭터에 가장 몰입하는 중입니다.

왜 다산 정약용인가요? 왜 정약용을 연구하게 되었고, 또 다산을 소개하게 되신 건가요?

31살에 대학교 2학년으로 재입학하고, 3학년 2학기부터는 대학원 수업을 청강했습니다. 그때 지도교수님께서 강의하신 텍스트가 정약용의 《주역사전(周易四箋)》이고, 그 수업을 통해 정약용 철학과 역학(易學)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계속 정약용 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또 늦게 공부를 시작한 탓에 어떤 한 분야만 깊게 파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정약용은 그런 연구방법에 딱 맞는 인물입니다.

왜 《논어》인가요? 많은 사람이 《논어》를 다뤘는데, 작가님이 스스로 생각하는 차별점은 무언가요?

동양고전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은 단연 《논어》입니다. 조선시대에 압도적으로 많은 주석서가 만들어졌고, 현대에도 가장 많은 번역서와 해설서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또 《논어》에 관한 해설서를 쓴 것은 아직까지 정약용의 《논어》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약용은 《논어》를 비롯한 사서가 ‘서(恕)’ 한 글자에 대한 해설서라고 보았는데, 저는 그 시각에 근거해서 《논어》를 ‘공감’이라는 주제로 다시 해석하고자 했습니다.

왜 공감인가요? 다산의 《논어》 해석의 차별이 여기 있는 것 같은데, 그는 왜 공감을 주목했나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공감(共感)’이라는 한자어는 어느 동양고전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공감은 서양의 ‘sympathy’를 번역하며 만든 용어이고, 동양고전에서 ‘공감’에 들어맞는 용어는 《맹자》에 나오는 ‘측은지심’, ‘역지사지’ 정도입니다. 그런데 공자가 자공에게 ‘서’라는 한 마디를 전수하며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는 ‘측은지심’보다 더 근본적인 개념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말에 ‘서’가 들어간 단어는 ‘용서’뿐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용서의 의미는 ‘서’의 본래 의미를 곡해시킵니다. 그렇다고 정약용이 제시한 ‘추서’를 그대로 쓰면 낯설어서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서’에 대한 번역은 의미론적으로나, 시대적, 사회적으로나 ‘공감’이 가장 적절합니다. 

다시 왜 공감인가요? 우리 사회에 공감이 적극적으로 소개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언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에 공감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요?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우리 사회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혐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를 극복하고자 인류가 함께 힘을 모으게 되었지만, 여전히 국가간, 민족간, 젠더간, 세대간에 혐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혐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데, 저는 정약용 연구자로서 그 누구보다 처절한 혐오를 경험했던 정약용의 글을 통해 인문학적으로 혐오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는 공감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정약용의 글을 통해 밝혀내고 싶었습니다.

『다산의 공감 연습』 집필 과정이 궁금합니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요? 주로 어느 때에 쓰셨나요?

통상의 《논어》 연구서라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내용을 채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저는 새롭고 독창적인 해설서를 써야 했기에 3-4개월의 집필기간 동안 정약용의 《논어고금주》 외에 어떤 책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아내가 피드백과 교정으로 도와주어 덜 외로웠습니다. 3월 중순에 출판사와 계약한 뒤 12주 동안 매주 3챕터씩 원고를 보내기로 하고 7월 초에 초고를 완성했는데, 네 살짜리 딸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소중했기에 아이가 잠들고 나서 밤새 원고를 쓸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매우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다산 정약용을 앞으로 어떻게 소개하실지 궁금합니다. 

현재 <구우편>이라는 우정(philia)에 관련된 17세기 초 예수회 선교사의 한문저작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우정은 현재 서양학계에서도 시민사회와 관련하여 중요 이슈로 다루고 있습니다. 공감과 더불어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우정의 사회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규명하고, 다시 이를 대중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서 쓰려고 합니다. 아울러 《논어》에 이어 다른 동양고전도 정약용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작업을 시리즈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엄국화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정약용의 소사학(昭事學)에 대한 연구: 추서(推恕)와 회(悔)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공동연구원으로 우정과 시민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다산 연구자로서 정약용의 관점으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우리 현실 속에서 유의미하게 되살리는 작업을 평생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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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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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공감 연습

<엄국화> 저 14,220원(10% + 5%)

다산의 눈으로 《논어》를 보다 《논어》의 중심에서 공감을 외치다 다산 정약용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이의 모범이다. 그렇기에 《논어》, 《대학》, 《맹자》, 《중용》등 사서(四書)를 모두 주석했다. 그중에 《논어》를 다룬 주해서는 《논어고금주》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 《논어》에 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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