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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이 말하는 코로나 시대 호스피스 병동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권신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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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은 약 20년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일한 저자가 총 열여덟 명의 호스피스 간호사들을 만나 그들의 시선으로 코로나 시대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을 생생하게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2022.04.11)

권신영 저자

코로나19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의료 기관에서는 간병과 면회 기준이 마련되었고, 방문객도 제한하였다. 이러한 방역 수칙은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서 임종할 수 있도록 돌봄을 제공하는 호스피스 병동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 책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은 약 20년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일한 저자가 총 열여덟 명의 호스피스 간호사들을 만나 그들의 시선으로 코로나 시대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을 생생하게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종교적인 시설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호스피스 병동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호스피스 병동은 임종이 가까운 환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대신하여 신체적 고통을 완화하는 의학적 치료에 더해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을 돌보는 곳이에요.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요법치료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한 팀이 되어서 생의 말기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고 있어요.

헌법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잖아요. 이 말은 모든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국가로부터 건강을 위한 서비스를 받고 죽음의 과정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포함한다고 봐요. 그래서 말기 환자와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다면 나라에서도 이를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유로 저는 호스피스 병동을 임종 전에 그냥 거쳐가는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약 20년간 근무하셨어요. 그동안 본인이 경험하고 관찰한 호스피스 병동과 코로나19 유행 이후 풍경을 비교하며 직접 써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집필 방식을 인터뷰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코로나19가 유행으로 인해 인터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언젠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봐야겠다 생각했고, 마침 제가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서 실무를 마무리하고 교직으로 가려고 준비하던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의료 기관은 보호자와 방문객 출입을 제한했고, 이 변화로 호스피스 병동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어요. 말기암환자가 가족과 함께하면서 임종을 할 수 있도록 돌봄을 제공하는 곳이니까요. 

호스피스 현장은 기존 프로세스로 움직이지 않았고, 저의 경험과 관찰은 순식간에 과거의 이야기가 될 만큼 빠르게 변했어요. 환자가 가족과 원치 않는 단절을 경험하며 임종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서 제 개인의 경험과 관찰을 정리하는 것보다 감염병 시대에 다양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러 간호사들의 음성을 제가 직접 청취하고 그 안에서 호스피스 간호의 본질을 발견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섭외는 어렵지 않았어요. 간호사들이 제가 이 책을 쓰고자 하는 취지에 대해 많이 공감했거든요. 대신 임상 현장에 있는 분들이라 면역력 약한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화상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러다보니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면 이야기가 더 깊이 있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인터뷰를 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래도 가족의 방문도 제한되는 상황들이 잊히지 않았어요.

인터뷰를 하다보니 외국에 살고 있는 환자 가족들이 많았는데, 인터뷰 당시 우리나라에 입국하면 2주를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외국에 산다고 해도 이틀이면 환자 가족이 들어와서 환자가 임종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환자가 통화로 가족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기도 했고, 격리 해제까지 남은 날을 간호사들이 세면서 마음 아파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네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어린 자녀가 있는 환자가 있었는데,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온 거예요. 아이들 아빠는 환자를 돌봐야 해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와 유치원 다니는 아이 둘이서 자가격리를 하게 된 거죠. 어린아이 둘이서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이런 상황에 환자 임종은 가까워지고, 아이들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고. 원래 아이들에게 임종기에 있는 환자를 잘 안 보여주기는 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엄마를 아예 못 볼 수도 있으니까 해당 병동 간호사들이 방법을 찾아서 아이들과 엄마인 환자를 만나게 해준 적이 있어요. 인터뷰하면서 여러 환자와 가족 이야기에 많이 울었어요.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프로세스가 많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가장 염려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입원형 호스피스 88곳 중 21곳이 휴업하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되었어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기존 환자 다수가 병원을 옮겨야 하고, 입원을 대기하던 환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는 거예요. 또 많은 호스피스 간호사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상황이 이러니 호스피스 현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염려하는 간호사도 많죠.

거기에 저희는 다학제 팀을 이뤄서 환자를 돌보는데, 성직자, 요법치료사, 자원봉사자 등 외부에서 오는 분들의 방문이 제한되고, 이분들이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기존에 하던 행사나 돌봄을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점도 굉장히 걱정스러워요. 또 저희는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많은데, 이것도 비대면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하다보니 제대로 전달된다는 확신이 없어요. 사별가족 돌봄도 이전처럼 되고 있지 않고요. 무엇보다 신규 간호사들이 이 제한된 상황을 호스피스 간호라고 생각할까봐 염려되기도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사별가족 돌봄도 이전처럼 되고 있지 않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왜 안타까운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언론이나 매체 등을 통해서 호스피스 병동을 조명할 때 대부분 환자와 의료진을 중심으로 전개되다보니 환자 임종까지만 보여주어서 거기까지가 호스피스에서 제공하는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호스피스에서 제공하는 돌봄은 환자 임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임종 후 환자와 이별한 가족이 평안을 찾고 사회로 복귀하는 것까지예요.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은 떠나면 다시 만날 수 없잖아요.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도 없고요. 고인이 없는 상황을 인정하기까지 너무 고통스럽거든요. 그러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사별 가족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을 되찾으려면 상실의 고통을 겪고 직면하고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해요. 이런 이유로 분기별로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별가족이 모여 서로를 지지하는 모임을 갖고 다독이는 경험을 통해 치유하도록 해요. 다학제 팀 구성원은 이 모임에서 사별가족의 상황을 파악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임을 할 수 없어서 양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안부 챙기기가 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지지도 어렵죠. 사별가족도 아픔에 오래 머물다보니 고인 없는 새로운 삶을 재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코로나19 유행이 호스피스 병동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봤어요. 그런데 혹시 이 감염병으로 인해 찾아온 변화 중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까요?

아무래도 환자 가족을 만나서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보니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게 되었어요. 비대면이니까 좀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웹툰이나 영상 등으로 자료를 만들어요.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환자 가족들이 교육을 접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또 현장에서 간호사들도 서면 인계를 하다보니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기록하게 되었어요. 말로 인계할 때 놓쳤던 것들이 확실히 줄어들면서 현장에 혼선이 발생하는 일도 많이 줄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사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죽음’에 대해 가깝게 생각할 일이 거의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이 감염병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노화’가 아니더라도 원치 않게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거예요. 즉,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 번쯤 숙고할 시간을 갖게 된 거죠.

호스피스 병동과 간호사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또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과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거부감도 줄기를 바랍니다.



*권신영

미국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외삼촌을 동경했다. 간호사가 되어 미국에 가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로 꿈을 꿨고, 원자력병원 내과 병동에서 간호사의 삶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며 만난 환자들을 통해 통증이나 증상만 간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간호를 했을 때, 그것이 환자의 마음에 와닿고 환자가 편안할 수 있는 간호라는 걸 알았다. 이후 약 20년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랐고, 환자 삶의 마지막 과정이 낯선 여행이 되지 않도록 곁에서 동행하겠다는 마음으로 환자를 돌봤다. 임상에서 쌓은 많은 경험을 자산으로 현재는 강동대학교 간호학과에서 미래 간호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권신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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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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