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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년 특집] 작가들도 자주 하는 맞춤법 실수는?

<월간 채널예스>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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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는 그 어떤 잡지보다 오·탈자에 민감하다. 신정진 교열자가 작가들도 자주 하는 맞춤법 실수를 짚어줬다.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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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는 그 어떤 잡지보다 오·탈자에 민감하다. 신정진 교열자는 <월간 채널예스>만큼 맞춤법을 철저히 지키는 잡지는 드물다고 말한다. <월간 채널예스> 자체적으로 <교열 가이드>를 만들어 지키려고 노력하는 덕이다. 신정진 교열자가 작가들도 자주 하는 맞춤법 실수를 짚어줬다.



“하루종일 찬바람이 부니 마음까지 을씨년하다. 지난 밤 간만에 술을 너무 마신 탓인지 피로회복제를 먹었는데도 몸은 물먹은 솜마냥 천근만근, 온힘이 빠져나간 듯하다. 방 안을 둘러보니 너의 흔적들이 눈에 띤다. 고등학교 때 만나 지난 겨울 떠나간 너의 목소리, 웃음소리, 얼굴 하나 하나가 가슴 속 한 켠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생생한 건 보잘 것 없는 나를 어루만져주던 너의 손길. 헤어진지 반 년 가량이 지나서야 그 고마움을 알아 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지면을 빌어 못다한 고마움을 전할 수 밖에.”


이 글에서 맞춤법이 틀린 부분은 몇 개나 될까? 글이 잘 읽히니 맞춤법에 신경 쓰지 않으면 틀린 부분을 놓치기 쉽지만 띄어쓰기를 비롯해 22군데가 틀렸다.

한글 맞춤법 실수 중 가장 흔한 것이 띄어쓰기다. 많은 사람들이 띄어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자나 탈자와 달리 붙여 쓰든 띄어 쓰든 의미는 달라지지 않으므로 완전히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무려 14개가 틀렸다(틀린 것을 바로잡는다면: 하루 종일, 찬 바람, 지난밤, 온 힘, 지난겨울, 하나하나, 가슴속, 그중에서도, 보잘것없는, 헤어진 지, 반년가량, 알아챈, 못다 한, 수밖에). 

이 중에는 단순 띄어쓰기 실수가 아니라 붙여 쓸 때와 띄어 쓸 때 아예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찬바람’과 ‘찬 바람’을 제대로 구분해 맞게 쓰는 사람은 극히 적다. 찬바람은 ‘냉랭하고 싸늘한 기운이나 느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므로 날씨와 관련해 ‘찬바람’이라고 쓰면 틀린 표현이다. 또 다른 예로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틀린 표현이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므로 ‘엄마 배 속에’라고 써야 한다. ‘뱃속’은 주로 ‘뱃속이 검다’ ‘뱃속을 채우다’와 같이 관용구로 쓰인다.

다음으로는 단어+단어를 붙여 쓰는 실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올림말을 살펴보면 ‘사고-방식’과 같이 ‘-’로 연결된 단어만 붙여 쓰고, 그 외에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단, ‘고정^관념’과 같이 ‘ ^ ’로 표시된 단어는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된다. 그런데 ‘하루종일’은 아예 올림말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니 명백히 틀린 표현인데, ‘온종일’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하루 종일’도 붙여 쓴다고 착각하기 쉽다. 반면 의외로 띄어 써야 할 것 같은데 한 단어인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자기감정’, ‘자기중심’, ‘자기표현’, ‘자아실현’ 등이 있는데, 그만큼 인생에서 ‘내’가 중요하다는 의미 아닐까. (참고로 <월간 채널예스>의 <교열 가이드>에선 ^로 표시된 단어는 띄어 쓴다.)

작가들의 원고를 처음 검토할 때 95% 이상 틀리게 써 오는 단어로는 ‘피로 회복’을 들 수 있다. 이건 맞춤법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틀린,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란 뜻인데, 피로를 회복하라니 계속 피로하라는 말인가. 그래서 현대인이 피로에 절어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 제약사의 홍보 문구 탓에 일반 명사인 양 굳어져 아무 생각 없이 쓰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다. 피로는 해소(어려운 일이나 문제가 되는 상태를 해결하여 없애 버림)해야 한다. 제발 ‘피로 회복’을 버리고 ‘피로 해소’를 되찾자. 피로를 해소해야 원기 회복, 건강 회복을 할 수 있다. 

‘한 켠’도 90% 이상이 틀린다. 한글에서 ‘켠’은 ‘불을 켠다, 나무를 켠다’처럼 ‘켜다’를 활용할 때에만 쓴다. ‘켠’을 사전에서 찾으면 ‘→ 편’으로 안내한다. 즉 ‘편’을 써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니 ‘한 켠’도 제발 머릿속에서 지우고 한편, 한쪽, 한구석을 기억하자. ‘고등학교 때’도 흔히 쓰지만 틀린 표현이다. ‘고등학생 때’ 또는 ‘고등학교 다닐 때’라고 써야 한다. 

‘-없다’ 역시 자주 틀린다. 특히 ‘보잘것없다’ ‘온데간데없다’처럼 긴 단어는 ‘보잘 것 없다’나 ‘온데 간데 없다, 온데간데 없다’ 등으로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사실은 외우는 방법밖에 없다. ‘꾸밈없다, 끊임없다, 다름없다, 다시없다, 더없다, 두서없다, 막힘없다, 문제없다, 소용없다, 쓸데없다, 쓸모없다, 영락없다, 정신없다, 하염없다, 한없다, 형편없다’ 등. 내가 발견한 나름의 팁을 공유하자면 ‘걱정하다 → 걱정 없다’, ‘필요하다 → 필요 없다’와 같이 ‘-하다’로 활용되는 단어는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어디에든 예외가 존재하므로 이것도 외워야 한다(관계하다 → 관계없다, 대중하다 → 대중없다, 상관하다 → 상관없다 등). 그리고 ‘볼일’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별 볼일 없다’라고 쓰는 경우도 많은데, ‘별 볼 일 없다’가 맞다.

‘간만에’는 문법을 무시한 채 무작정 글자를 줄인 틀린 말인데, 원고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다. 흔히 ‘간(間)+만+에’의 조합이라고 오해하는데, ‘오래가다’+‘만’이 조합한 ‘오래간만’에 앞말이 시간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 ‘에’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오래가다’를 뺀 ‘간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자의 나열일 뿐이다. 글에서만큼은 ‘오래간만에’ ‘오랜만에’라고 쓰자. 두세 자 더 쓰는 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 않나. 또 ‘벌써 여름이구나,라고 생각했다.’처럼 소설에서 자주 쓰는 ‘~, 라고’ 역시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라고’는 앞말이 직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또 쉼표는 연결, 열거 등을 할 때 쓰는 문장 부호이므로 여기서는 따옴표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벌써 여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밖에 틀린 부분을 바르게 고치면 이렇게 된다. 을씨년하다 → 을씨년스럽다(단어 표기 오류), 솜마냥→ 솜처럼(마냥을 조사로 잘못 씀), 눈에 띤다 → 눈에 띈다(뜨이다 준말 오류). 잊혀지지 → 잊히지(이중 피동), 빌어 → 빌려(‘빌리다’와 ‘빌다’ 구분 오류).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믿지 말고 국어사전을 자주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초록창’이 아니라 국립국어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올림말의 뜻풀이만 읽지 말고, 활용 예시까지 찬찬히 살펴보면 훨씬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가 맞춤법을 잘 지키면서도 즐겁게 글을 쓰기를 바란다.



*신정진

언론 출판계에 몸담은 지 30년째.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 <여성중앙> 등을 거쳐 <월간 채널예스> 교열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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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정진(교정가)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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