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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 전문가 안병억 “독일의 역사에서 인류의 미래를 보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안병억 저자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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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군사 지원에 주저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며 평화 정착에 힘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때에 독일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24.03.11)


1981년부터 14년간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독일군의 포로가 됐다. 그는 “철학자 칸트와 대문호 괴테의 나라가 어떻게 히틀러 같은 괴물을 낳았을까?”라고 종종 말하곤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극과 극을 오간 독일 역사의 핵심을 관통한다. 그만큼 독일 역사는 극과 극을 오갈 만큼 격동적이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는 야만의 게르만족부터 통일 이후 올라프 숄츠 총리 집권기까지를 다룬다. 하지만 단순히 ‘독일’의 역사만 다루는 게 아니다. 유럽 각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기에 서로의 역사에 영향을 주고받았다. 특히 유럽 대륙 중앙에 놓인 독일은 자신이 유럽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고, 본인이 타국의 영향에 휩쓸리기도 하였다. 즉 독일사는 유럽사의 거울 혹은 그림자라 할 수 있고,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는 유럽사,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독일사를 드러내는 역사책이다.

4년 전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출간했던 대구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안병억은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올해 2월에 출간했다. 그는 과거 독일 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독일에서 지낸 적이 있었고, 유럽에서 유학한 당시에는 영국과 독일의 유럽통합 정책을 비교·연구했다. 이처럼 ‘독일’은 저자의 삶과 깊이 연관된 주제이고, 그가 겪은 독일에서의 경험은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교수님께서는 4년 전에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출간했고, 최근에는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출간했습니다. 2024년에 '독일 역사책'을 출간한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박사 논문으로 영국과 독일의 현대 정치사를 비교·연구했습니다.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두 나라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양국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사와 독일사 도서를 쓰려고 오랜 시간 준비했습니다. 한편으로는 2년 전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외교정책의 ‘극적 전환’을 꾀했습니다. 그동안 군사 지원에 주저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며 평화 정착에 힘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때에 독일을 이해하기 위한 역사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일 역사 전반을 훑으면서 ‘오늘의 독일’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도서 말이지요.

독일사가 한국인에게 주는 남다른 시사점이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독일에 친근함을 느끼는 이유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토가 동서로 양분됐다가 다시 하나의 국가로 통일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치의 업보 탓에, 그리고 미국-소련 갈등의 최전방이었던 지정학적 요인 탓에 동서로 나뉘었던 당시에는 많은 전문가가 독일 통일을 매우 비관적으로 예견했습니다. 그런데도 역사적 과오를 극복하여 통일을 이룩했습니다. 이러한 독일의 모습에서 한국인은 여러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서독 정권이 몇 차례 교체됐음에도 불구하고, 대(對)동독 정책은 집권당의 이념과는 무관하게 일관성 있게 진행됐습니다. 서독 정부가 동독 공산당 정부와의 접촉을 유지하며 민간 부문의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또한 제한된 기회의 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일을 이루었던, 당시 독일 정치가들의 탁월한 리더십을 이해해야 합니다.

독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3가지를 꼽으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사건들이 세계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먼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입니다.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독일 지역의 각 제후국은 ‘로마제국의 계승자’를 자처했습니다. 그런데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도이치어(독일어)를 쓰는 제후국들의 정체성에 점차 변화가 생깁니다. 자신들을 로마의 후예가 아닌, ‘하나의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교에 항의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개신교,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는 단어가 그 과정에서 파생되어 전 세계에 전파됐습니다.

두 번째로는 1871년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입니다.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은 당시 국제관계에서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강대국들은 유럽 대륙 중앙에 놓인 독일을 분열시켜 오랜 시간 유럽의 평화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철혈재상은 당시의 정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백 년이 넘게 분열된 독일을 프로이센 제국의 주도하에 통일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치당의 집권입니다. 히틀러 지배 시기는 독일 역사의 암흑기였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서독)은 과거의 과오를 철저하게 반성했습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는 여전히 나치 피해자에게 사죄하며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있습니다. 나치의 집권은 당시 독일(바이마르공화국)이 겪은 역사적 산물입니다만 현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종주의와 난민 혐오 등을 일삼는 극우 정치가들은 나치를 자신들의 역할모델로 삼고 있고, 이에 저항하는 독일 시민들은 나치당을 일종의 ‘반면교사’처럼 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읽다 보니, 독일의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이야기 분량도 꽤 많았습니다. 독일 문화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독일은 19세기 말 통일될 때까지 수십 개의 제후국으로 나뉜 영방국가(Territorial States)였습니다. 따라서 지역색이 강했고, 각 지역의 문화가 서로 경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경쟁 속에서 다양한 문화가 꽃피웠던 것이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연방국가 체제를 유지해 지역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속의 단일성’, ‘단일성 속의 다양성’이 바로 독일 문화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에서 중국이 독일의 비스마르크를 심층적으로 연구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이 비스마르크에 특별히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한 이후 ‘평화적 굴기’를 강조했습니다. 역사상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 강대국이 대응하면서, 이때마다 전쟁이 발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자국이 신흥 강대국이 되어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평화적 부상’을 강조했고, 역사에서의 예시로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통일 후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871년 비스마르크의 독일제국 성립 이후의 외교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달성한 뒤 철저하게 현상을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프랑스가 주도하는 반(反)독일동맹 결성을 저지했습니다. 그 결과 유럽에서 19년간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이 점에 주목해 자신들의 국제정책에 어떻게 참고할 것인지를 고민해 왔습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를 읽을 때 독자들이 중점적으로 읽어야 할 부분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독일사를 잘 모르는 독자라 하더라도, 독일사의 큰 사건이나 커다란 흔적을 남긴 인물들은 개별적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예를 들어 마르틴 루터, 프리드리히 2세(대왕),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히틀러, 독일 통일 등이 있습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는 이들을 종합적으로 연결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중점을 두어 내용을 전개합니다. 이 책은 독일 내 역사적 사건이 현재의 독일, 오늘날의 세계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염두에 두어 읽으시면 독일사, 나아가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확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이후 집필하시고 싶은 유럽사 책이 있을까요? 

저는 최근 출간한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까지 포함하면 총 3권의 인문 교양도서를 집필했습니다. 그간 저의 책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책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는 다음 도서의 주제로, 유럽통합의 역사를 긴 호흡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2016년 말부터 제가 직접 운영하는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을 중심으로, 천천히 차분하게 차기작을 구상하고자 합니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유럽 통합과 지역주의 비교연구, 평화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EU연구실장을 역임했고 2012년 봄부터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유럽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학자가 되기 전 연합뉴스와 YTN 기자로 10년 동안 근무했다.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6년 12월부터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을 제작·진행하고 있으며, 경제지 [이투데이]에 ‘유러피언드림’ 칼럼을 월 1회 기고하고 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안병억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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