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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짭짤’과 ‘쯥쯜’ 사이 (G. 도대체 작가)

도대체 “제가 고구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의 저자, 도대체 님과 만나보겠습니다. (2017.12.07.)

김하나(카피라이터)

책읽아웃_채널예스기사용로고_김하나(인터뷰용).jpg

 

「인생이란 1」
여러분은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생각하는 인생은 맨정신으로는 살기 힘든 세상인데
맨정신이 아니면 비난받는 것입니다… 딸꾹.

 

「인생이란 2」
인생이란 무엇인가. 잘 살아보자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의미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 먹곤 잘 살지는 않는 것이다.

 

「인생이란 3」
인생이란 무엇인가. 썩 좋아하지도 않는 충무김밥을 그리워하며 사람들과 트위터로 충무김밥 이야기를 하는 것에 30분을 써버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며 30분만 더 자면 소원이 없겠다고 절규한 뒤 결국은 충무김밥을 사 먹으러 가지도 않는 것이다.

 

도대체 작가님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에 실린 세 편의 글이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정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심은 번번이 무너지고, 간절하게 바라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때로는 정신줄을 살짝 놓아야 버틸 만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너무 심하게 자책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초콜릿 아이스크림만 먹고 잘 살지는 않으면 어떻습니까?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 순간에는 즐거웠잖아요. 충무김밥 이야기를 하다 잠도 못 자고, 정작 충무김밥도 먹지 않았다면, 그 또한 뭐 어떻습니까? 트친들과 수다를 떠는 순간에는 재밌었잖아요. 세상은 우리에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다는 자세가 아닐까요? 그러니 오늘은, 일단 나한테 잘합시다!


<인터뷰 - 도대체 작가 편>
김하나 : 작가님의 이력을 보면 아주 다양한 일들이 적혀있어요. 알바도 다양하게 하셨잖아요. 알바를 해보셨던 것 중에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도대체 : 일단 책에 수록돼 있는 알바는 화물영업소에서 일하는 게 있었고, 또 밤새서 택배 운송장 입력하는 아르바이트가 있어요. 택배가 보통 저녁에 마감이 되니까 밤을 새워서 운송장에 있는 전화정보나 주소 정보, 운송장 번호 이런 것들을 다 전산화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도 알바를 구하면서 알게 됐는데요. 밤을 새워서 그걸 입력해놔야 다음날부터 우리가 운송장 번호로 검색하면 내 택배가 어디에 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 아르바이트도 있었고, 많이들 하시는 카페 알바도 했었고, 명함 입력 알바도 했었고...


김하나 : 명함 입력 알바는 뭔가요?


도대체 : 사람들이 명함을 많이 주고받잖아요. 그걸 사진을 찍어서 어느 업체에 넘기면 전산화를 해주는데, 그게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입력을 해요.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와 이메일. 그건 사실 알바를 했다고 할 수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왜냐하면 어느 정도 분량이 쌓여야 돈을 입금해 준다고 하던데, 제가 그 분량을 다 못 채웠어요(웃음).

 

김하나 : 그 중에 가장 짭짤했던 건 어떤 알바일까요?


도대체 : 짭짤이라고 하면... 요새 하고 있는, 제가 어떤 기업 계정의 SNS를 운영하고 있어요. 짭짤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나마 그 알바들 중에서 비용을 조금 더 받고 있을 뿐이지, ‘짭짤’까지는 아니고 ‘쯥쯜’ 정도(웃음), 뭔가 소금기가 약간 있는 정도...


김하나 : (웃음) 염분이 느껴지는 정도...


도대체 : 네, 그 정도일 뿐이죠(웃음). 어떤 아르바이트를 해도 짭짤한 적은 없었어요. 


김하나 : 그러시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나오고 나서 북 토크도 하시고 다양한 활동을 하셔야 되잖아요. 그러면 요즘은 인생에서 조금,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짭짤한 시기인가요?


도대체 :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제가 책에도 썼고 김하나 작가님은 아시지만, 제가 몇 년 동안 사업을 하다가 심하게 망했기 때문에... 지금 많이 패인 땅을 메우고 있는 상태예요(웃음).

 

김하나 : 제가 팬인 「행복한 고구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행복한 고구마」로 500만 뷰를 달성하셨잖아요.


도대체 : 네, 트위터 페이스북 다 합쳐서.


김하나 : 엄청난 뷰 수잖아요. 5000만 인구 중에. 여러 번 클릭을 하면 여러 번 계산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500만 뷰라는 것은 엄청난 것인데...


도대체 : 하지만, 만약에 제가 그 중에 300만이라면(웃음)? 농담이고요.


김하나 : (웃음) 굉장히 많이 클릭했을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드네요. 「행복한 고구마」가 그렇게 될 줄 아셨어요?


도대체 : 정말 몰랐어요. 솔직히 제가 그려놓고도 재미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동안 인터넷에서 올렸던 게시물 중에 제일 조회수가 많고 추천이 많이 되고 많이 퍼가신 게시물이 됐거든요. 그 정도로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김하나 : 처음에 얼굴 클로즈업으로 시작하잖아요. 눈을 뜨고 ‘나는 누구일까?’,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다 인삼 밖에 없고 그러니 ‘나도 인삼이겠거니’ 생각하는, 사실은 인삼 밭에 끼인 고구마의 이야기죠. 그런데 나중에 자신이 인삼이 아니라 고구마라고 하는 정체성을 깨닫지만 그래도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구마의 이야기죠. 그런데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낙서처럼 그리셨다고 들었는데요.


도대체 : 네, 처음에 인터넷에 올렸던 건 책에 실린 버전이 아니고, 다이어리에 낙서처럼 그린 거라서 노트 줄무늬도 다 나와 있어요.


김하나 : 그러니까 책에 싣기 위해서 다시 그리신 거군요.


도대체 : 네, 회의 시간에 그린 낙서였고요. 제가 그때 바로 직전 직장에서 매일 출근하는 형태로 고용이 됐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저를 일용직으로 고용을 하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 방의 직원이 6명인데 저 혼자 비정규직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월요일마다 회의를 하면, 그 회의가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회의가 아니라, 그냥 한 주간의 일정 공유하고 주로 한 시간 넘게 부장님만 이야기하시는 그런 회의였거든요. 그래서 낙서를 항상 하다가, 어느 날 문득 회의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다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나 빼고 다 정규직인데...


김하나 : 인삼들이었던 거죠.


도대체 : 그렇죠. 그래서 내가 인삼 밭에 있는 고구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만약에 내가 정말 고구마라면, 과연 내가 고구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주위를 보면 전부 다 인삼이니까 나 자신은 인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가볍게 그린 낙서였는데요. 그걸 트위터에 올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연재를 하겠습니다’라고 해서(웃음), 그 다음 회의 시간에 또 그리고 그랬죠.

 

김하나 : 책을 보면, 일을 미루는 사람의 특징을 아주 잘 파악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도대체 님은 마감을 잘 지키시는 편인가요?


도대체 : 저랑 일하셨던 분들이 이 방송을 들으실 수도 있으니까 거짓말을 할 수 없겠죠. 저는 최악의,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나, 다년간의 사업 실패로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난 후부터는 최근에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김하나 : 그게 사업 실패와 어떤...


도대체 : 여기서 마감을 더 늦으면 이제 나는 끝이다, 그런...(웃음)


김하나 : 아, 절박함(웃음).


도대체 : 네, 요새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맞추고 있어요(웃음).


김하나 : 요즘은 마감을 잘 지키시는 편이세요?


도대체 : 요새는 심지어, 마감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아실 텐데, 만약에 12월 1일이 마감일이라고 공지했을 때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요. 12월 1일이 끝나기 직전까지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11시 59분. 그리고 어떤 사람은 12월 1일 오전에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때로는 11시 59분도 넘어서, 어차피...


김하나 : 다음날 아침에 확인한다(웃음).


도대체 : 네(웃음). 직원이 다음날 아침에 확인할 테니까, 라는 생각에 그때까지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요새는 심지어 제가 오전에 보내드리기도 하는 사람이 됐어요.


김하나 : 그 날보다 더 먼저 보내는 일은...


도대체 : 없죠(웃음).

 

김하나 : 저는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가 참 좋은 건, 바람직한 어른의 유머집 같거든요. 제가 느끼기에는. 보통 어른의 유머라고 하면 19금이라거나 아니면 아재개그로 차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뒷맛이 상큼하고, 그러면서도 너무 애들스럽지 않은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유머, 통찰’이 담겨있어서 저는 이 책이 참 좋아요.


도대체 : 아, 감사합니다.

 

김하나 : 그런데 글도 참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도대체 : 아휴, 감사합니다.


김하나 : 저는 이 책에 실린 단편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글들, 「시사모에는 알이 있다」 같은 경우도 일본 단편소설처럼, 아주 맛있는 단편들이 사이사이에 있고요. 형식도 짧은 만화가 있고, 리빙포인트가 있고, 또 짧은 글, 조금은 더 긴 글들이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도대체 : 감사합니다.


김하나 : 이제 마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정말 도대체 작가님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즐겁네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를 잘 모르겠네요.


도대체 :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굉장히 즐겁게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그냥 즐겁다 끝내도 괜찮은 건가요(웃음)?


김하나 : 모르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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