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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특집] 인권 운동가 류은숙의 피트니스

<월간 채널예스>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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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책을 낸 인권 운동가의 운동법은 잘은 못해도 꾸준히, 느리더라도 계속하기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삶은 자기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배제하지 않는다. (2018.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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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전문가의 이력에 운동 전문가의 이력도 더했는데요. 인권과 운동,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고통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일까요? 애써서 느끼고 생각하려 들지 않으면 무시되는 사람과 문제들에 관심을 가진다는 게 인권 운동의 출발점이라면, 몸 운동도 그렇습니다. 내 몸이지만 내가 잘 모르거나 무시하곤 하는 내 몸의 신호들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겁니다. 각 사람의 고유함에 대한 존중이 인권의 출발점이라면, 다 비슷해 보이는 운동도 내 몸에 맞는 고유한 방식이 있다는 거죠. 무엇과 비교해서 더 나은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하고 존중해야 하는 게 인권이고 내 몸입니다.

 

책에는 몸이 안 좋아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경험담이 등장합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그 운동을 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는 역설입니다. 처음에는 생전 안 하던 활동을 하니 너무 피곤하고 기운이 빠져서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운동하려다가 생활을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워낙 안하던 생소한 일이 몸에서 벌어지니 몸이 혼란을 느끼고 거부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몸이 적응하려면 좀 시간이 필요한데, 대개 사람들이 이 혼란 단계에서 ‘난 운동과 안 맞나 보다’ ‘괜히 시작했나 보다’ 하고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초반 단계를 벗어나고 나면 어느새 피곤함이 활력으로 바뀝니다.

 

운동을 시작한다고 말하면 주변에선 다양한 조언과 충고를 합니다. 이미 많은 정보도 넘쳐나고요. 이런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운동을 확보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좋은 정보도 많지만, 좌절시키는 정보는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령 내 몸을 부위별로 따지거나(팔뚝살, 허벅지살 등등), 속성 코스로 쳐낼 수 있는 과제물로 여기거나(‘며칠 내 몸짱 완성’ 등등), ‘일류대 가는 법’처럼 또 하나의 경쟁과 성취 코스로 소개하는 것들이죠. 일단 그런 정보와 자신의 몸을 비교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 몸은 나의 인격처럼 나만의 고유한 것이고요. 그런 내 몸에 바람직한 운동 방식을 맞추는 것이지, 특정 운동 방식에 내 몸을 맞추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직해야 합니다. 자기 의지를 과도하게 높이 두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하지못하는 건 노동 시간, 돈, 불규칙한 일정 등 내가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환경에서 조작이 가능한 부분과 내 의지로 가능한 부분을 솔직하게 조화시켜야 합니다. 잠이 모자라는 사람이 새벽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거나 하면 지킬 수가 없게 되죠.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이용하기 쉬운 것에 접근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작가님의 운동하는 일상은 어떻게 꾸려지나요?


월급을 받는 직업이 아니기에 시간 조정이 자유롭다는 게 장점인데요. 운동은 제일 나른한 시간인 오후 3시쯤에 합니다. 일단 1,500m 달리기를 하고 스트레칭한 후, 웨이트를 1시간 정도 하고, 사이클 타기로 마무리합니다.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인데, 물론 이 시간에 할 일이 생기면 일을 하고 운동을 건너뜁니다. 시간을 옮기지 않고, 운동은 오후에 하는 걸로만 정해두고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벤치 프레스(체스트 프레스라고도 합니다)입니다. 쉽게 말해, 누워서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이죠. 처음에는 맨 봉(쇠막대기)으로만 했는데, 요즘은 원반을 더해 40kg 정도 듭니다. ‘힘 좋다’는 말을 듣는 것도 좋고, 제 힘을 맘껏 느끼는 게 좋습니다. 이걸 하다 보면 하늘을 떠받친 헤라클레스가 된 느낌도 들고요. 가슴에 힘을 줘야 하는 운동이라 맘껏 가슴을 열어젖힐 때마다 해방감이 느껴집니다.

 

운동, 몸만들기, 자기 관리를 사치라고 보는 편견이나 시선은 어떻게 정리하고 나가면 좋을까요?

 

세상에는 많은 이분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 몸과 정신의 이분법이 지독합니다. 따로 가는 게 아닌 걸 억지로 떼어놓고 보니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50여 년을 몸은 무시하고 머리만 중요시했습니다. 그게 건강 문제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 등 얼마나 많은 어그러짐을 일으켰는지 운동을 하고 나서 절실히 깨달았고요. 모든 노동에는 몸과 정신이 함께합니다. 운동을 해보면 알겠지만, 다른 걸 제쳐두고 운동‘만’ 잘하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총체적인 삶과 관계없는 몸만들기는 자기 몸을 내 것이 아닌 물건처럼 다룹니다. 몸과 정신은 내 안에서 하나이고, 이 둘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결코 사치가 아니라 삶의 당연한 기술이고 필수입니다.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자기답다’라고 했는데, 운동으로 발견한 작가님의 자기다움은 무엇일까요?

 

‘잘은 못하더라도 꾸준하다’ ‘느리더라도 계속한다’라고 할까요? 책에도 썼지만, 많은 분이 피트니스 책을 썼으니 제가 몸짱이 됐을 거란 환상과 오해를 가지는데, 저는 여전히 뚱뚱합니다. 의료적 기준으로 말하면 고도 비만에서 과체중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만성 피로와 근육 통증이 사라진 제몸이 요즘 참 좋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활력이 좋습니다.

 

『아무튼 피트니스』 를 통해 결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책의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들려드릴까 합니다. “우리 몸은 아주 많이 다르다. 이 몸들 사이를 흘러다니는 다양한 감정과 행위가 우리의 사회적 건강을 이룬다. 신체와 마음의 근육을 늘리는 일은 동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둘의 근력을 강화하고 유연성과 협력하는 능력을 늘리려면 (스포츠건 사회 운동이건) 운동이 필요하다. 몸을 힘차게 움직이는 삶에서 누구도 스스로를 배제하거나 타인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 느리고 모자라더라도 계속 움직이기, 그 움직임이 계속되어야 나는 깍두기이면서 다른 깍두기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깍두기’가 뭘 의미하는지는 본문을 읽어봐주세요.(웃음)

 


 

 

아무튼, 피트니스류은숙 저 | 코난북스
체육관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마주치는 삶의 풍경에 관한, 중년의 비혼 여성으로서 나이 들어감과 몸을 받아들이는 것,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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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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