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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혹은 가능성에 대하여

4월 7일 발매된 1집 『Play』,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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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얼음들」을 포함해 「지하철에서」와 「작은별」, 「Galaxy」는 자주 듣게 되는 곡이다. 결론은? 이 앨범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높아진 기대에 대한 만족도보다는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어리고 발랄한 신인 듀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에 방점이 찍힌다. 다만 이들이 여느 10대들처럼 괜히 두려워하고 기대하고 실패하며 서툰 채로 그 시기를 잘 보내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기대하고 있다.

<K팝 스타2>에서 악동 뮤지션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한다. 이찬혁, 이수혁의 성장배경은 몰랐던 때였다. 그러니까 오로지 이 두 친구의 음악만 들었던 때. 재미있는 곡을 쓰는 친구들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수현의 보컬 톤에 반했다. 그 목소리 톤과 발성은 본능적인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응원했다. 이때 자작곡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선 자작곡을 부른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저 그 또래의 관점으로 보는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 일종의 가능성 혹은 비전을 볼 수 있는 것이니까. 심사위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악동뮤지션은 우승을 했고 YG 엔터테인먼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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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는, 대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에 한해서라면, 적어도 소속 가수들의 창작 활동을 최대한 지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겠지만 YG가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보이는 건 아무래도 그들이 구현하는 장르인 힙합, 알앤비와 집단 군무가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꽉 짜인 틀 안에서 재능을 펼치기보다는 재능을 기반으로 시스템이 보조하는 인상. 이런 이유로 악동뮤지션과 YG엔터테인먼트의 조합이 궁금했다. 요컨대 시스템이 얼마나 개입할까, 혹은 시스템은 이 재능 많은 친구들을 얼마나 ‘서포트’해줄 수 있을까.

 

4월 7일 발매된 1집 『Play』는 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이 앨범에 수록된 11곡은 모두 이찬혁이 작사, 작곡했고 노래는 모두 이수현이 불렀다. 예의 발랄하고 귀여운, 딱 10대 초반의 아이들의 감수성이 담긴 노래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그건 아무래도 너무 다듬어진 인상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어떤 음악은 다듬어지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 이 아쉬움을 상쇄시켜주는 건 확실히 이수현의 보컬이다. 이 소녀의 보컬은 훈련되지 않은 감각을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는 인상을 준다. 그게 재미있고 또 신기하다. 특히 「Give Love」와 「200%」로 이어지는 초반 2곡의 가벼운 분위기에서 이수현의 보컬은 한없이 상승하는 멜로디를 땅에 붙들어 매는 역할을 맡는다. 덕분에 빈틈이 많은 랩도 단조로운 구성의 멜로디도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 곡 「얼음들」의 차가운 감각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보컬 트레이닝 흔적이 약간 감지되긴 하지만 여기서 이수현의 보컬과 이찬혁의 작곡, 작사는 그야말로 빛난다. 특히 아이를 속이고 홀대하고 의심하고 무시하는 어른들을 다룬 뮤직비디오는 최근 세월호 사건과 연관지어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이 노래가 남다르게 들리는 건 물론 영상의 내러티브 때문이지만, 한편 감정을 고양시키는 멜로디와 손끝으로 느껴질 것 같은 차가운 노랫말에 밀착된 보컬 덕분이다. 남매의 호흡과 팀워크는 이 곡에서 꽉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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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은 「지하철에서」와 「작은별」, 「Galaxy」다. 이 세 곡은 기타나 건반을 토대로 착실하게 쌓아올린 감상적인 곡이고, 여기서 이찬혁과 이수현의 재능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모두 멜로디 전개나 가사의 명료함이 돋보이면서 집중도를 높인다. 앨범의 앞부분이 대중적인 면에 집중한다면 오히려 후반부는 악동뮤지션의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그 중에서도 나는 여기 세 곡이야말로 악동뮤지션의 방향을 제시하는 곡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바꿔 말해 다른 곡들은 어딘지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그건 음악적 취향보다는 곡의 밀도, 요컨대 완성도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들은 보컬의 결을 살리는 작곡이 강점이고, 랩이나 전자음이 활용되는 편곡은 다소 무리한 설정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 발랄함 혹은 또래의 감수성을 ‘굳이’ 드러내는 것 같은 의성어나 나래이션은 곡을 습작의 수준에 머물게 하는 것 같다.

 

짐작이지만, 만약 이 후반부의 균열이 YG엔터테인먼트가 두 친구에게 음악가로서의 자율성을 보장했거나, 전략적으로 몽골이라는 ‘자연적인 장소의 이미지’와 10대라는 ‘세대적 감수성’을 동시에 겨냥한 결과라고 한다면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나는 이들의 데뷔 앨범이 음악적으로 조금 더 다듬어지길 바랐는데, 왜냐면 그런 맥락에서 『Play』를 하나의 앨범으로서, 또한 악동뮤지션을 하나의 음악적 공동체로서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얼음들」을 포함해 「지하철에서」와 「작은별」, 「Galaxy」는 자주 듣게 되는 곡이다. 결론은? 이 앨범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높아진 기대에 대한 만족도보다는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어리고 발랄한 신인 듀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에 방점이 찍힌다. 다만 이들이 여느 10대들처럼 괜히 두려워하고 기대하고 실패하며 서툰 채로 그 시기를 잘 보내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다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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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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