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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을 잘 들었다고 말하는 것

스카 웨이커스 <Riddim Of Re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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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노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질문이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이 앨범을 잘 들었다고 하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스카웨이커스

밴드 스카 웨이커스

 

스카 웨이커스라는 밴드가 있다. 올해로 활동한지 8년이 되는 밴드다. 레게를 기반으로 스카, 보사노바, 아프로 비트를 구현하는 팀인데, 이들에게는 사운드만큼 가사도 중요하다. 이른바 메시지가 있는 음악이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21곡이 수록된 최근 앨범 <Riddim Of Revolt>는 곡의 양만큼 거기에 담긴 이야기도 다채롭다. 하지만 각각의 노래가 의미하는 바는 은유적이라기보다는 직설적이고, 그래서 취향이 갈릴 여지가 많다.

 

무엇이 직설적인가. 「우린 모두 다 알지」의 가사를 옮겨보자. “지금도 전 세계에선 전쟁을 하고 있어 / 레바논에도 가자지구에도 버마에도 이 땅에도 / 모두가 알고 있어 저들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걸 / 하지만 모두들 자기완 상관없다하네” “그래 우린 모두 다 알지 / 모든 전쟁은 자본의 논리라는 걸 / 미친 자본가의 욕망 속에서 / 우린 죽어간다는 걸 / 그래 우린 모두 다 알지 / 결국 사회구조를 바꿔야만 한다는 걸 / 온 민중이 대항해 / 혁명을”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노랫말이다. 하필이면 이 노래를 듣는 중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하한 백린탄에 사망한 아이들의 사진과 기사가 보였다. 이 뉴스와 이 가사, 그러니까 ‘민중’과 ‘혁명’이 등장하는 대중음악의 임팩트가 남다르다.

 

‘인간 해방’과 ‘자유에의 의지’를 겨눈다


스카 웨이커스의 <Riddim Of Revolt>를 더 잘 이해하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리딤’의 의미부터 보자. 리딤은 ‘리듬’을 자메이카 식으로 부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레게 리듬 그 자체, 특히 자메이카의 정신이 깃든 리듬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자메이카의 정신은 무엇일까. 그걸 이해하려면 ‘라스타파리아니즘’을 살펴야 한다.

 

자메이카는 한때 노예무역의 중심지였고, 약 300여 년 간 식민 지배를 받은 땅이다. 그래서 자메이카 인들은 서인도 제도에 있음에도 아프리카 대륙을 어머니의 땅으로 여겼다. 이를 배경으로 등장한 라스타파리아니즘은 토속신앙과 기독교가 혼합된 종교로 에티오피아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 1세의 본명인 라스 타파리 마콘넨에서 유래했다. 성경을 흑인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예수가 흑인이고, 하일레 셀라시에 1세가 재림한 예수라고 믿는다. 이를 토대로 흑인의 정신적 해방과 범아프리카주의를 제창하는데, 특히 밥 말리의 레게를 통해 공동체주의를 설파했다. 춤추기 좋은 레게에 종종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메시지가 담긴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라스타파리아니즘의상징유다의사자

라스타파리아니즘의상징 - 유다의 사자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진다. 데뷔하고 8년 동안 자메이카 레게를 음악뿐 아니라 문화와 정신에서도 계승하기 위해 애썼다. 요컨대 한국에서 레게를 한다는 건 무엇인가. 이 앨범은 그 질문의 대답인 셈이다. 강한 메시지가 담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은 소위 ‘좌파적’인 것보다 더 보편적이고 광의의 ‘인간 해방’과 ‘자유에의 의지’를 겨눈다. 두 장의 앨범에 담긴 21곡에는 물론 상대적으로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래도 나로선 더 분명하고 또렷한 노랫말에 주목하게 된다. 앨범의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리딤’과 ‘메시지’를 모두 충족시키며 우리를 설득하는데에는 대체로 성공하지만, 이 앨범의 일정 부분은 깔끔하게 빗나가기도 한다. 아무래도 욕심이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의 무게가 남다른 건 부정할 수 없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스카 웨이커스의 음악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재 한국이란 공동체에 절실한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음악은 바로 이 메시지 덕분에 좀 더 적극적인, 입체적인 위치에 놓이는 것 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보통 ‘감상자’가 되고 대체로 거기에 만족한다. 취향에 따라 좋은 음악을 골라 듣고 그것을 반복하면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음악은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 되라고 요구한다. 그러니까, 다시 메시지. 이것은 일종의 요청이다. 우리가 잊고 있거나 보지 못했거나 아예 몰랐던 것들을 눈앞에 들이민다. 폭로의 정치란 점에서 은유가 굳이 필요 없는 것이다. 대신 손을 들어 그것을 가리켜 직관을 자극한다. 이 앨범은 듣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다. 뭔가 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이 음악을 듣는 것은 그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게 되어 버린다.

 

이 앨범을 듣고 우리는 똑같이 감상자의 위치에 머물 수 있을까. 메시지를 이해하고 사실과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게 바로 ‘깨어남’이 아닐까. 그때 이 앨범은 일종의 각성제다. 따라서 앨범의 노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질문이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이 앨범을 잘 들었다고 하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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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청춘의 사운드』를 썼다. 대체로 음악평론가로 불리지만, 사실은 지구멸망과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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