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펑키한 사이키델릭 록 밴드 피스 2집

피스(Peace) < Happy People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독자성을 견고히 하는 스타일링과 디스코그래피에 색을 하나 더 얹는 시도, 음반 전반에 상당한 접근성을 부여하는 괜찮은 선율들이 섞이며 < Happy People >의 위력은 배가된다.

피스(Peace) < Happy People >

 

peace_oghappy.jpg

 

2년 전의 정규 데뷔작, < In Love >에서 구축했던 자신들만의 컬러를 어느 정도 손봤다. 세밀해지고 펑키해졌으며 공간을 쪼개면서 들어간다. 음반의 포문을 여는 「O you」나 중심부를 담당하는 「Perfect skin」, 「Happy people」, 「Money」 등에서 울려 퍼지는 사운드로부터 이번 음반의 전형이 드러난다. 보컬 못지않은 위치에서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기타, 사용 범위가 넓어진 신디사이저와 스트링, 더욱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이 변화의 흔적에 해당되는 요소들. 덕분에 대부분의 곡들은 꽤나 깔끔하게 다가온다. 강렬한 완력과 적잖이 거친 질감이 들어섰던 지난 작품과 비교하자면 정제된 듯한 인상도 함께 다가온다.

 

건강한 발전의 한 지점으로 이번 작품을 보고자 한다. 가장 큰 성과는 본래의 색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에너지가 가득 실린 밴드의 사이키델리아는 여전하다. 깔끔하게 소리를 분할해간다고 앞서 언급했으나, 음반 전체에 깔린 몽롱한 공기와 이 안에서 일어나는 사운드의 폭발은 두 번째 작품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공간감을 자아내는 신디사이저와 스트링, 딜레이를 먹인 기타가 이들의 성향에 내재된 몽환을 구체화 하고 펀치감이 있는 사이키델릭 록이 4인조의 활력을 적극 드러낸다. 이러한 정체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피스는 모드의 변이를 도모한다.

 

밴드 단위에서 이루어진 사운드 메이킹이 표면 위의 결과물로서 가장 먼저 귀에 잡히나 이와 같은 진전의 중추에는 프론트 맨 해리 코이저의 송라이팅이 자리한다. 캐치한 선율을 써낼 줄 아는 이 작곡가는 훌륭한 설계자로서 피스의 만화경이 발현하는 데에 탄탄한 기초를 제공한다. 전작의 소구력도 결국 해리 코이저의 터치로부터 시작됐으며 이번 음반이 선사하는 매력 또한 동일한 장소를 출발선으로 둔다. 받아들이는 접근이 어떤 각도에서 이루어졌건, 괜찮은 산물로 뽑아내게끔 하는 멜로디에서의 흡수성에 중요도가 붙는다.

 

독자성을 견고히 하는 스타일링과 디스코그래피에 색을 하나 더 얹는 시도, 음반 전반에 상당한 접근성을 부여하는 괜찮은 선율들이 섞이며 < Happy People >의 위력은 배가된다. 팝적인 훅을 내밀어 진하게 잔상을 새기는 「Lost on me」와 「Money」를 필두로, 피스 식 환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앨범의 오프너 「O you」, 전주에서의 신디사이저와 기타만으로도 각각 흥미를 확실히 당기는 두 베스트 트랙 「Perfect skin」, 「Happy people」로 완성되는 일련의 사이키델릭 익스프레스는 밴드와 작품의 위치를 한 층 높은 단계로 견인한다. 프라이멀 스크림과 비슷하게 사운드를 구사하는 「World pleasure」와 지난 음반에서의 「Float forever」에 대응하는 오아시스 풍의 브릿 팝 넘버 「Someday」에도 주의가 머물긴 매한가지다.

 

좋은 음반들이 늘 그렇듯 빠지는 곡이 없다는 부분에도 < Happy People >의 강점이 있다. 즐길만한 노래들이 계속 등장하며, 환각성 짙은 색감으로 출발해 로킹한 사운드, 루즈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트랙 순서와 결합해 흐름에서의 멋도 챙긴다. 우수한 작품임에 분명 틀림없다. 리바이벌을 흠모하는 음악가들이 많이 포진된 작금의 젊은 사이키델릭 록 신에서 여집합을 찾아 조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서 애호가들의 기억이 붙잡는 이름은 다름을 만들 줄 아는 이들의 것이다. 그 뇌리 속 대열에 이제는 피스도 합류하게 됐다. 기대와 함께 태생적인 우려를 안고 등장했던 데뷔를 생각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동시에 가져온 자기의 안정과 작법의 변화가 이를 완성시켰다.

 

 

 

2015/02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 정통파 포크 싱어송라이터 이영훈의 대망의 정규 2집!
- 아시안체어샷 “음악은 멤버들 간의 화학작용” 
-정줄 놓고 놀아봐? 에고펑션에러
-빈지노, 한국 힙합의 이슈메이커
-제이슨 므라즈,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