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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과학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과학 이전의 마음』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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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구나.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없구나.” 『과학 이전의 마음』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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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제목은 중요하다

 

나의 경우 제목 첫인상이 번역서 출간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학 이전의 마음』은 동경국제도서전에서 발견한 책인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은 순전히 제목에서 풍기는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 때문에 계약했다. 물론 나중에 번역 원고를 읽고 제목만 보고 상상했던 내용과 완전히 달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다. 내가 얼마나 ‘문과생 마인드’로 이 책에 접근했는지 알게 되었다. 내 멋대로 ‘과학’보다 ‘마음’에 방점을 찍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제목 오독(誤讀)은 편집 작업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제목’이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나는 저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강하게 끌렸던 ‘과학 이전의 마음’이라는 제목을 한국어판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끌리면 일단 사라” 주문도 외우면서.

 

이런 책은 부모들이 좀 읽어야 하는데…


나카야 우키치로는 어쩌다 세계 최초로 인공눈(雪)을 만들게 되었을까. 알고 보면 특별하지 않다. 눈이 많이 오는 홋카이도에서 일을 했고, 관심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으며, 그것을 궁금해 했다는 것, 그게 시작이다. 눈을 보며 ‘정말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감탄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한 물리학자의 연구는 결국 세상을 놀라게 했다. 책에 실린 25편의 글 중에 한 편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역시 ‘비녀를 꽂은 뱀’이다. 과학자는 높은 아이큐나 습득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경외심, 호기심, 상상력 같은 ‘비과학적’인 것을 양분 삼아 만들어진다는 이 글의 메시지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그렇다. 책을 만들고 나서 생각했다. 이 책은 부모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뭔가에 마음을 쏟아, 가장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라


“시계가 고장 났을 때 그것을 수리할 수 있는 주부보다 그것을 시계방으로 가져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는 주부가 더 과학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을 많이 했던 말 중 하나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마음을 쏟아서 더 단순하게 가장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카야 우키치로가 말하는 과학적 사고다. 과학적 사고 ‘그까이꺼’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사정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사이에 이치가 통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감정이나 편견 같은 것이 늘 과학적 사고를 하는데 강력한 훼방꾼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나카야 우키치로가 책 속에 등장시키는 다양한 비과학적 사고의 예를 보면서 움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혹시 저만 찔리는 건 아니지요?”

 

생각 좀 하고 살자, ‘제대로’ 좀 하자고


『과학 이전의 마음』에는 과학자들의 실험 장면과 증명을 위한 가설을 세우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과학자가 편집증 환자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뭘,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과 똑같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나카야 우키치로는 정신의 나태가 과학적 사고를 방해하는 주범이라 말한다. ‘뭔가 하기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이건 실험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 이전의 마음』을 읽으며 과학자의 시각, 과학자의 태도를 흉내 내 보는 것은 사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어떤 대단한 지식도 내 삶과 연결고리가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목수책방의 아홉 번째 책은 그렇게 내 일상과 책 만드는 일을 ‘과학’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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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전은정(목수책방 대표)

나무와 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생태’ 전문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9종의 책을 출간했으며, 1인 출판사의 생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10종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세이 작가와 함께 옥수동에 ‘생태공간 목수’를 운영하며 ‘자연과 사람을 이어 줄 수 있는’ 이런저런 일을 도모하고 있다.

과학 이전의 마음

<나카야 우키치로> 저/<후쿠오카 신이치> 편/<염혜은> 역16,200원(10% + 5%)

『과학 이전의 마음』은 이런 책입니다! 눈 연구에 평생을 바친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자이며, 훌륭한 문장을 많이 남긴 수필가였던 나카야 우키치로의 글을 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가 선별해 엮었다. 당시 눈 연구가 이루어졌던 연구실의 생생한 풍경, 눈을 주제로 한 영화제작 이야기, 일식日蝕과 날씨, 온천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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