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 뮤지컬 <빨래>

지금 당신에게 찾아온 가장 따뜻한 위로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 위로가, 그 메시지가, 그 결말이 뻔하다고 할지라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따뜻하다. (2018. 03. 16)

 1.jpg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
 
오래된 빈티지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것처럼, 오래 됐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이 있다. 2005년 초연되어 14년째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빨래> 가 그렇다. 초연 된 이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공연되고 있지만 언제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빨래> 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를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5년 째 서울의 달동네에서 일하는 나영과, 몽골 이주 노동자 솔롱고를 중심으로 전개시킨다. 나영은 작가가 되려는 큰 꿈을 안고 서울로 왔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그 언저리인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몽골에서 온 청년 솔롱고 역시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도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여러모로 지친 서울살이를 하던 두 사람은 빨래를 널다가 나영의 빨래가 바람에 날려 솔롱고의 집 옥상으로 날아가는 에피소드를 겪으며 조금씩 가까워 지게 된다.

 

나영과 솔롱고 외에도 <빨래> 에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나영과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살며 티격태격 로맨스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희정엄마와 구씨, 솔롱고의 친구이자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필리핀 청년 마이클, 퉁명스럽고 까칠한 것 같지만 나영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희정 엄마를 감싸주는 따뜻한 집주인 주인할매 등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은 <빨래>를 더욱 생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만들어준다.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등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의 약자들을 통해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내는 날카로움도 놓치지 않는다. 

 

<빨래> 는 사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다. 물론 나영이 서점 사장 빵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다 해고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솔롱고가 공장 사장에게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잘리는 위기도 겪게 되지만, 그 이야기들 역시 극적인 사건이라기보다 우리들의 삶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빨래> 는 이렇듯 자연스러운 이야기 속에 ‘인생’이 어떤 것인지,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녹여낸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듯 하고 싶은 말 다시 한 번 하는 거야!”라는 감성적인 가사와 귓가에 울리는 어쿠스틱 넘버들은 그 자연스러운 전개에 힘을 보탠다. 하나하나 곱씹어 볼수록 더 크게 와 닿는 노래 가사 덕분에 관객들은 금새 작품에 몰입하게 되고, 노래를 통해서도 큰 위안을 얻는다. 누구도 몰랐던 아픔을 가지고 있던 주인 할매가 나영에게 불러주는 노래는 특히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래도 어쩌것냐 이것이 인생인 것을”이라는 주인할매의 말처럼, <빨래> 의 주인공들은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간다. 그 위로가, 그 메시지가, 그 결말이 뻔하다고 할지라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따뜻하기에, 그 어떤 것보다 간절히 듣고 싶었던 한 마디이기에 사람들은 위안을 얻고 힘을 얻는다.

 

초연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지금의 삶이 아직 크게 달라진 것 없다는 아이러니함은 가슴 아프다. 희망적이거나 장미빛만 가득할 것 같지 않은 <빨래> 속 인물들의 삶처럼, 우리네 삶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축축하게 젖어 있던 빨래가 따뜻한 햇빛과 바람 속에서 빳빳하고 깨끗하게 마르고, 또 얼룩이 묻으면 다시 빨래를 해서 지워낼 수 있듯, 인생도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고, 그 속에서 하나의 행복이라도, 한 사람의 위로라도 받는다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빨래> 가 전해준 투박한 위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다정하고 따뜻하고 뭉클하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

기사와 관련된 공연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