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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있으면 왜 나쁠까?

일상활동도 운동만큼이나 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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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있는 건 운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있으면 운동을 아무리 해도 나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자주 일어나는 겁니다.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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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노트북을 쓰면 자세가 더 나빠집니다

 

오래 앉아있는 게 건강에 해롭다는 보고는 많습니다.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의 위험이 늘어나고, 심지어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지요. 오래 앉아 있으면 운동을 많이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보고도 나왔어요. 하루 12시간 이상, 한 번에 60분 이상 앉아있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앉아있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지요. 수업이 끝나면 앉아서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가서 또 앉아있지요. 집에 돌아오면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요. 가까운 곳에 갈 때도 차를 타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뛰어 놀기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당장 청소년기에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평생 앉아있는 습관이 든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리에 앉으면 우리 몸은 이내 대사기능을 떨어뜨립니다.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호흡도 얕아집니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거지요. 우리 유전자가 만들어진 원시시대에는 이렇게 아낀 에너지를 사냥하거나 농사 짓는 데 썼겠지만, 이제 사람들은 몇 달, 몇 년이 지나도 앉아있을 뿐입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일단 살이 찌지요. 돌아다니며 일하던 사람이 사무직으로 직업을 바꾸면 1년 내에 평균 8-10kg 몸무게가 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얘기지만 지방 대사 효소의 활성도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집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비만,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심장질환의 위험이 늘어나고 사망률마저 높아지는 거지요.

 

오래 앉아있으면 근골격계에도 기가 막히게 나쁩니다. 일단 자세가 망가집니다. 올바른 자세로 앉는다는 건 뭔가요? 일단 다리를 꼬지 말고, 두 발바닥이 모두 바닥에 닿아야 합니다. 엉덩이는 의자의 등받이에 닿도록 깊숙이 앉고, 허리와 어깨를 펴고, 머리는 들어 똑바로 앞을 보아야 합니다. 시선은 모니터 맨 윗부분에 일치시킵니다. 손과 팔은 일직선 상에 놓여야 합니다. 그런데요. 이런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10분만 지나도 고개가 앞으로 나오면서 어깨가 둥글게 구부러져 거북목이 되고, 몸이 전체적으로 C자 모양이 돼버리지요. 마우스를 쥔 손은 바깥쪽으로 꺾인 채 팔과 어깨가 뻣뻣하게 긴장한 상태가 이어집니다. 요즘은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타이핑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죠. 손과 팔이 바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쓰는 손가락만 집중적으로 사용합니다. 노트북을 쓰면 자세가 더 나빠집니다.


서있거나 걸을 때 우리 척추는 S자 모양의 굴곡을 유지합니다. 괜히 이렇게 되는 게 아니에요. 오랜 세월에 걸쳐 직립보행 시의 충격을 골고루 분산하여 흡수하도록 진화한 겁니다. 그런데 척추가 C자형으로 굽고, 목과 어깨와 팔이 나쁜 자세를 취하면 충격이 분산되지 못해요.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무슨 충격? 우리 몸의 무게 자체가 충격이 됩니다. 팔의 무게는 한 쪽당 3kg 정도입니다. 이 무게는 어깨와 견갑골(어깨뼈, 어깨 뒤쪽에 있는 뼈)에 고루 분산됩니다. 평소에는 팔을 뻗기도 하고, 들기도 하고, 뭔가를 붙잡기도 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하므로 다양한 부위가 서로 돌아가면서 팔의 무게를 감당하지요. 그런데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팔을 앞으로 뻗은 채 거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됩니다. 대흉근(가슴 앞쪽을 덮는 근육)이 수축한 상태로 팔의 무게를 지탱하지요. 계속 이런 자세로 있으면 근육이 지칩니다. 만성 긴장 상태가 되면서 혈액순환이 떨어져 미세한 근섬유들이 저산소 상태에 빠집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 몇 년씩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근육이 뭉치고, 손상 받아 흉터 조직이 생기기도 합니다. 긴장되고 단축된 대흉근은 주변 신경을 끌어 당겨 만성적으로 통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팔과 손이 저리거나 따끔거리지요. 또 뒤에 있는 견갑골을 당겨 견갑골이 양쪽으로 벌어집니다. 그러면 견갑골 사이에 있는 작은 근육들이 당겨져 등 위쪽, 어깨 사이에 통증이 생깁니다. 지금 어깨 앞쪽에서 젖꼭지 쪽으로 약 1/3되는 지점을 마사지해보세요. 근육이 뭉쳐 있으면서 시원한 느낌이 든다면 대흉근이 긴장하고 있는 겁니다.

 

머리는 더 문제예요. 일단 무게가 5kg이나 됩니다. 게다가 머리를 앞으로 숙였을 때 무게가 걸리는 근육들이 작고 약해요. 보통 뒤통수에서 어깨까지 이어지는 얕은 근육과 목에 있는 작은 근육들이 만성적으로 긴장하게 되는데, 이 녀석들은 원래 무거운 것을 오래 지탱할 수 없어요. 훨씬 빨리 지치고, 문제도 일찍 생기지요. 근육이 지쳐 나가떨어지면 결국 목의 척추뼈, 즉 경추에 무게가 걸리게 됩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것도 문제지만,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보면 목을 황새처럼 앞으로 늘어뜨리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지요. 목 디스크를 부르는 자세입니다. 허리 디스크도 괴롭지만, 목 디스크의 고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목과 어깨, 등 위쪽에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오고, 어깨를 쓰지 못하거나,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저리기도 하지요.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는데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괴롭습니다. 스마트폰을 볼 때는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말고 손을 위로 들어 항상 화면을 눈높이에 맞추세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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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간단한 해결책은 자주 일어나는 것

 

오래 앉아있는 건 운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하루 6시간 이상 앉아있으면 운동을 아무리 해도 나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자주 일어나는 겁니다. 한 시간에 5분씩만 일어나도 두 가지 문제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스케줄이 일리가 있는 거지요. 그러니 쉬는 시간에는 앉아있지 말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서성거리며 친구와 농담도 하세요.

 

문제는 웹 서핑을 하거나 게임에 빠져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겁니다. 이상하지요. 엉덩이도 배기고, 어깨나 목도 뻣뻣한데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의 답장이 올 때까지, 또는 웹페이지가 새로 뜰 때까지 마우스에 손을 얹은 채, 거북목을 하고 어깨를 웅크린 자세로 가만히 있기도 합니다. 타이머 앱을 쓰세요. 15분이든, 30분이든, 50분이든 일단 맞춰 놓고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는 겁니다. 1시간 이상 앉아있지 마세요! 중간에 전화를 받는다든지, 얘기를 나누는 등 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일어나세요. 이렇게 미세휴식(micro-break)를 자주 가질수록 좋습니다.

 

알람이 울려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제 뭘 하죠? 할 일은 많죠.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거나, 잠깐 문 밖에 나가 바람을 쐬거나 할 수도 있겠죠. 더 좋은 건 가만히 앉아만 있던 몸을 풀어주는 겁니다. 앉아있는 자세에서는 전체적으로 몸을 구부리는 근육들이 수축합니다. 반대로 몸을 펴는 근육들은 점점 약해지죠. 그러니 몸을 뒤로 젖히세요. 스트레칭이나 요가 동작을 한두 가지 익혀 두어도 좋고, 학교에서 배운 체조를 해도 좋습니다. 저는 15분에 한번씩 일어나 플랭크, 팔굽혀펴기, 스쿼팅을 번갈아 가며 10번씩 합니다. 특별히 당기거나, 불편한 곳이 있으면 그곳을 스트레칭하기도 하고요. 기분이 내키면 음악을 틀어놓고 막춤도 춥니다.

 

또 하나 요령은 집안일을 하는 겁니다. 방을 청소하거나, 상을 차리거나, 설거지를 하는 일상활동도 운동만큼이나 몸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어요. 어쨌든 자꾸 의자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요즘은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어서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칼로리 소모 효과가 있고, 컴퓨터를 쓰더라도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어선 자세로 컴퓨터를 쓴다면 발이나 다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지나치게 혹사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이 글을 마지막으로 <강병철의 육아의 정석> 연재를 마칩니다. 안아키 사태를 보고 올바른 지식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60회를 썼네요. 그간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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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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