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레드벨벳의 지속가능성

레드벨벳 『’The ReVe Festival’ Day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제일 좋아하는 여름 그 맛(「빨간 맛」)’과 ‘마음에 드는 아날로그 감성(「LP」)’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실험의 면모로 흐려진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2019. 09. 04)

b7803299042f894845e5f8969552e929_(1).jpg

 

 

앨범을 다 듣고 나니 ‘짐살라빔’을 괴롭게 반복하던 두 달 전이 떠올랐다. 묵혀둔 타이틀 곡과 교과서적 답습의 <’The ReVe Festival’ Day 1>을 혹평한지라 큰 기대 없이 신보를 꺼내 들었는데, 발랄하고도 세련된 여름 노래 「음파음파」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마주한 것이다. SM은 기존 걸그룹 제작 공정대로 만든 곡들을 ‘첫날’ 재고 정리하고 ‘둘째 날’ 레드 벨벳의 진짜 시즌을 공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음파음파」는 좋은 곡이다. 짧은 도입 이후 곧바로 전개되는 멜로디라인이 선명하고, 찰랑거리는 기타와 베이스로 주조한 디스코 리듬은 소녀시대의 「Holiday」를 연상케 한다. 「빨간 맛 (Red Flavor) 」의 상큼한 순간을 재현하듯 후렴을 유니즌 형태로 진행하되 풍성한 코러스를 덧붙여 지루함을 피하고, 히트곡을 열거하는 랩 파트는 「Dumb dumb」 이후로 가장 재치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함에도 과한 지점 없이 유기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이런 타이틀 곡의 레트로 성향이 앨범 전체 흐름으로 이어짐을 주목하자. 앨범은 곧바로 이어지는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의 「카풀(Carpool)」로 상큼한 여름 소녀들을 그려냄과 동시에, 시계바늘을 더 과거로 돌려 1950~60년대 고전 걸 그룹의 두왑(Doo-wop) 사운드를 가져온 「Love is the way」로 매력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작곡팀 모노트리(Monotree)의 추대관이 작곡에 참여한 「Ladies night」는 그 핵심의 트랙이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의 동명 곡으로부터 얻은 펑크(Funk) 아이디어를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와 닮은 멜로디라인, 흥겨운 브라스 세션으로 버무려 기분 좋은 ‘소녀들의 밤’을 선사한다. 

 

레드 벨벳에게 복고는 「Dumb dumb」과 「러시안 룰렛」에서 출발해 「Power up」과 「짐살라빔」으로 박탈된 인간미를 되찾는 방법이다. 「Rookie」와 기본 형태를 공유하는 「Jumpin’」을 비교해보자. 원곡에서 BPM을 낮추고 베이스 리듬을 죽인 다음 보컬을 부드럽게 다듬어 기타 사운드를 강조하는데, 이 결과로 곡은 하이 텐션 랩과 고음의 보컬 없이도 인공적인 면모를 덜어낸다. 「Love is the way」처럼 평이한 가창으로 일관하는 곡도 있지만, 「카풀(Carpool)」과 「Ladies night」처럼 멤버들의 고유 음색을 최대한 표현하며 수려한 합창을 끌어내는 기획 역시 오랜만이라 반갑다. 

 

첫 미니 앨범 <Ice Cream Cake>의 「Automatic」과 「Somethin kinda crazy」, 「Take it slow」를 기억한다면 수민(SUMIN)의 「눈 맞추고, 입 맞대고」 역시 훌륭한 마무리다. 1990년대 알앤비와 원작자의 강한 장르색을 적재적소의 보컬 배분으로 중화하는데, 그중에서도 곡을 이끄는 조이와 웬디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면 레드 벨벳은 실험보다 지속 가능성을 택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갔다. 큰 성공을 안긴 「러시안 룰렛」의 레트로 신스팝이 그랬고 「빨간 맛 (Red Flavor) 」은 지금까지 그룹의 정점으로 기억된다. 가장 최근의 정규 앨범 <Perfect Velvet>에 쏟아졌던 호평 역시 알앤비 기조 위 세련된 일렉트로 팝으로 고혹을 강화한 결과였다. 

 

「음파음파」와 <’The ReVe Festival’ Day 2>를 좋은 앨범이라 평하는 것도 대단히 독창적이라서가 아니다. 레드 벨벳은 이 작품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름 그 맛(「빨간 맛」)’과 ‘마음에 드는 아날로그 감성(「LP」)’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며, 실험의 면모로 흐려진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 소녀’의 이미지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레드벨벳 - The ReVe Festival Day 2 레드벨벳 노래 | 드림어스컴퍼니 / SM Entertainment
레드벨벳(Red Velvet,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새 미니앨범 ‘‘The ReVe Festival’ Day 2’로 컴백, 또 한번 여름 점령에 나선다. 다채로운 매력의 총 6곡이 수록되어 있어 음악 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레드벨벳 (Red Velvet) - 미니앨범 : The ReVe Festival Day 2 [Day 2 ver.]

<레드벨벳>17,800원(19% + 1%)

‘여름 지배자’ 레드벨벳 컴백! 새 미니앨범 ‘‘The ReVe Festival’ Day 2’ 8월 20일 발매! 레드벨벳(Red Velvet,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새 미니앨범 ‘‘The ReVe Festival’ Day 2’로 컴백, 또 한번 여름 점령에 나선다. 레드벨벳의 새 미니앨범 ‘‘T..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