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좋은 책이 될 거 같아서 미리 기쁜가 봐요

기억하는 말들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추천사는 딱 하나, 혹은 두 개가 좋다. 솔직히 세 개부터는 읽기 싫다. 원고에 자신이 없어 보여서, 유명인의 추천사에 홀려 사놓고 실망한 책들이 많아서, 인맥 자랑 같아서. 그런데 추천사를 써보니 조금은 알겠다. 추천사를 쓰는 마음, 추천사를 요청하는 마음, 추천사를 거절하는 마음. (2020. 05.07)

1.jpg

 


추천사 요청 메일이 왔다. 벌써 여섯 번째. 책이 나온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무려 여섯 번째라니. 첫 책은 아직 일반 단행본으로는 출간되지 않은 조남주 작가님의 단편 소설이었는데, 담당 편집자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속으로 기겁했다. ‘아니, 내가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추천사를 쓸만한 유명인은 아니지 않나?’ 싶어서. 하지만 언제 또 내가 추천사를 써볼 수 있겠나 싶어, 승낙했고 이후에도 몇 권의 책에 추천사를 썼다. 딱 한번 거절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이라서, 사양했다. (지금까지 마음에 걸리는데 부디 언짢지 않으셨길 바란다.)

 

추천사 요청은 보통 편집자에게 연락이 온다. 원고를 함께 보내는 경우가 있고, 간략한 책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추천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서 당연히(?) 추천사를 써줄 거라고 생각하면 대개 요청서를 보낸 후, 수락하면 원고를 보내온다.

 

어제 받은 메일은 ‘저자’가 직접 쓴 추천사 요청이었다. 메일만 봐도 딱 알 수 있었다. 진심과 필력, 예의 기타 등등. 첨부 파일을 열어 원고를 훑어 보았다. 재밌었다. 유용했다. 처음 읽는 이야기였다. “쓸게요”라고 답장했다.

 

『태도의 말들』 을 쓸 때, 추천사를 따로 받지 않는 출판사라서 좋았다. 그런데 출간 한 달 전 편집자님께 메일이 왔다. “이번 책은 특별히 추천사를 넣어도 좋겠다”고. 으악! 나는 추천사가 없는 책을 더 좋아하는데! 하지만 출판사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일 테니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도착한 추천사는 함께 팟캐스트를 만드는 동료 오은 시인의 글이었는데,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가 아버지 장례를 치르는 도중에 원고를 읽고 써준 추천사라서. 거절해도 되는데, 쓴다고 했어도 안 써도 되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평생 고마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추천사는 딱 하나, 혹은 두 개가 좋다. 솔직히 세 개부터는 읽기 싫다. 원고에 자신이 없어 보여서, 유명인의 추천사에 홀려 사놓고 실망한 책들이 많아서, 인맥 자랑 같아서. 그런데 추천사를 써보니 조금은 알겠다. 추천사를 쓰는 마음, 추천사를 요청하는 마음, 추천사를 거절하는 마음.

 

첫 책에 100개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연락이 닿는 분들께는 일일이 메일을 보내 허락을 구했다. 김소연 시인은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다. “메일 내용이 반갑고 괜스레 제가 기쁘네요. 좋은 책이 될 거 같아서 미리 기쁜가 봐요.” 여러 번 읽고 ‘중요한 메일함’에 넣어두었던 편지를 오늘 또 꺼내서 읽어본다. 새 책을 내는 저자에게 내가 자그마한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엄지혜


eumji01@naver.com

태도의 말들

<엄지혜> 저12,600원(10% + 5%)

『태도의 말들』은 저자가 인터뷰하면서 귀 기울인 태도의 말 한마디, 책에서 발견한 태도의 문장 중 “혼자 듣고(읽고) 흘려버리긴 아까운 말들”을 모은 책이다. 한 사람에게서, 한 권의 책에서 읽어 낸 태도의 말들을 소개하고 거기서 출발한 단상을 풀어냈다. 이 백 개의 문장은 제각기 다른 태도를 가진 백 명의 말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태도의 말들

<엄지혜> 저9,100원(0% + 5%)

뭉근하고 꾸준한 빛을 만드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생각하는 ‘태도’는 일상의 사소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입니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요. 메일 한 통, 문자 메시지 한 줄을 보낼 때도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말하기,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