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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의 추천사] 먼눈을 가진 이를 살피는 일

작가의 추천사 (13) – 박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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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의 시를 따라 편지를 쓰고 싶은 장마철이 돌아왔다. 그의 추천사가 닿은 책을 통해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보자. (2020.07.15)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시인의 시를 따라 편지를 쓰고 싶은 장마철이 돌아왔다. 먼 시간을 헤아리고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시인은 사람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살핀다. 박준 시인의 추천사에는 그런 세심한 마음이 담겨 있다. “먼눈을 가진 이가 세상을 먼저 살다 간 다른 먼눈을 가진 이를 살피는 일”(『일곱 해의 마지막』) “살림은 늘 제자리라서 아름답고, 사랑은 사랑이었으므로 아름답고, 사람은 그냥 사람이어서 아름답다고도 생각했습니다.”(『제법 안온한 날들』) 그의 추천사가 닿은 책을 통해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보자. 


박준 작가의 추천사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저 | 문학동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의 눈은 멀다. 이 먼눈이라면 통영의 봄길이든 눈 쌓인 혜산선의 철길이든 지척인 것이고 백 년쯤 전에 태어났다는 이나 이레쯤 전에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나 모두 반갑고 친하고 벅차고 가여운 것이다. 게다가 먼눈을 가진 이가 세상을 먼저 살다 간 다른 먼눈을 가진 이를 살피는 일이라니, 아무래도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 같다.”


『안간힘』

유병록 저 | 미디어창비


“참혹과 고통을 마주하며 사람은 어떤 말을 내어놓을 수 있을까. 만약 그 사람이 시간과 기억을 수없이 더듬는 일로 삶을 살아가는 시인이라면. 만약 그 사람이 작은 마음의 결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되짚는 일을 즐기는 좋은 사람이라면. 그는 어떤 말을 처음 뱉을까. 아니 끝내 어떤 말을 꺼낼까. 아니 어떤 말이 되지 못하는 말들을 중얼거릴까. 이 책에 그 말들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발음하지 않아도 좋았을, 하지만 사람만 온전히 할 수 있는, 있는 힘을 다해 살고, 있는 힘을 다해 슬퍼하는, 말들.”


『제법 안온한 날들』

남궁인 저 | 문학동네



“살림이라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옥상 화분에 키운 쪽파로 김치를 담가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애도로 가득한 그의 글을 읽기 전부터, 약속 시간을 확인하거나 사망선고를 해야 할 때 응시했을 그의 낡은 손목시계를 보기 전부터 그랬습니다. “사람은 일방적으로 불행하지 않다”는 작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저는 이 책에 담긴 살림과 사랑과 사람만은 일방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림은 늘 제자리라서 아름답고, 사랑은 사랑이었으므로 아름답고, 사람은 그냥 사람이어서 아름답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작가의 이름은 ‘인’입니다.”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김민정 저 | 문학과지성사


“꼭 저녁 같습니다. 시인이 만들어낸 시의 경계를 두고 하는 은유입니다. 저녁은 오지 않을 듯 머뭇거리며 오는 것이지만, 결국 분명하게 와서 머물다가, 금세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녁이 아니더라도 오고 가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시인의 시를 읽을 때 펼쳐지는 세계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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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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