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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 사이러스, 7080을 축으로 한 과거지향 색채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Plastic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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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에 경험까지 더해졌다. 기름칠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선 마일리 사이러스. 가속력을 내기까지 머지않았다. (2021.01.13)


<Bangerz> 이후, 거대한 공의 진자 운동이 좀처럼 오래가지 못했다. 사이키델릭 록의 <Miley Cyrus & Her Dead Petz>와 컨트리를 첨가한 <Younger Now>로 나름의 실험을 꾀하기도 했으나, 본인이 올려놓은 역치의 벽은 높았고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악재 속 그가 선택한 길은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던지고 가장 두드러질 수 있는 장르를 에너지 삼아 반동을 가하는 것. 더 큰 포물선을 그리기 위해 마일리 사이러스는 '7080'을 축으로 삼는다.

밴드 블론디(Blondie)의 보컬 데비 해리로 분한 커버를 보면 알 수 있듯, 뚜렷한 과거지향 색채를 띠고 있다. 지난해의 키워드였던 디스코, 신스팝보다 록에 역점을 둔 모습으로 팻 베네타, 밴드 하트(Heart), 스티비 닉스 등 여성 로커를 의도적으로 표방한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첫 곡 'WTF Do I know you'로 록의 물꼬를 튼다. 디즈니 스타 출신에게 허용되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마일리는 자신이 누군가의 롤모델 혹은 영웅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사과 대신 'Fuck'을 날린다.

롤링 스톤스의 'Sympathy for the devil'을 잘 마감질한 'Plastic hearts'에서는 격정과 파괴력을, 정갈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의 'Angels like you'와 'High'는 꾸밈없는 목소리가 저릿하게 다가온다. 외관만 바꾼 것이 아니라 직관성까지 챙기면서 그 안에 범성애자로의 선언, 리암 햄스워스와 이혼 등 역경의 일기는 심플하게 집약했다. 그에게 작위적인 호소는 없다. 특히 후자 스타일의 곡에서 <한타 몬타나> 시절 히트곡 'Climb'이 언뜻 지나가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

기라성 같은 게스트와 함께 무대를 꾸민 것 역시 앨범의 탁월한 점. 80년대 하드 록을 가미한 뉴 웨이브의 대표 주자 빌리 아이돌과 함께한 'Night crawling', 하드코어 펑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조안 제트와 어깨를 나란히 한 'Bad karma' 모두 1970, 80년대에 대한 헌사이다. 이때 아티스트는 능수능란하게 치고 빠지는 기량을 선보이면서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다만 신스팝과 뉴 웨이브 계열에서는 특유의 허스키하고 거친 보컬이 부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Club Future Nostalgia>에 수록될 법한 'Prisoner'는 두아 리파와의 합이 조화롭지 못하여 'Physical'의 아류작으로 남는다. 'Midnight sky' 역시 과거의 발자취를 힘겹게 따라가고 있다. 오히려 담백한 구성의 'Hate me'와 같이 덜어내기를 수행하는 곡이 역설적으로 파워를 발휘한다.

'Wrecking ball'처럼 회심의 헤비 펀치가 부재한 것은 흠이다. 대신 대체로 유려하게 흘러가는 멜로디와 진솔한 자기 고백에 깃든 깊이감이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한다. 돌이켜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퍼포먼스와 행실에도 인기 상종가를 내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롯이 그의 음악적 의욕에 있다. 필연적으로 <Bangerz>가 가져온 부담을 드디어 내려놓았고, 실력에 경험까지 더해졌다. 기름칠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선 마일리 사이러스. 가속력을 내기까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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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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