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런 날들이 있었다

온 방향으로 걷기 3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수많은 발걸음들 사이에서 꽃다발이나 화분 그리고 케이크를 안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설렌다. 특별한 날이 될 것이 틀림없을 얼굴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소소한 행복을 내 손에도 한 움큼 쥐어본다. (2021.03.03)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문구 디자이너 이진슬 작가가 낯선 도시에서 

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깊게 즐기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에세이의 만남! 매주 수요일 만나보세요.

어느 저녁의 골목길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어둑어둑해진 저녁 퇴근길. 내 앞에 걸어가던 아저씨의 손에 자르지 않은 통으로 된 식빵이 들려 있었다. 왼쪽 옆에서 걸어가던 여자의 손에 들린 검정 비닐봉지 속에는 삐져나온 식물이 보였다. 그날 퇴근길을 함께한 사람들은 일상을 손에 꽉 움켜쥐고 걸었다.

꽃가게 앞 화분들/누군가의 크리스마스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수많은 발걸음들 사이에서 꽃다발이나 화분 그리고 케이크를 안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설렌다. 특별한 날이 될 것이 틀림없을 얼굴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소소한 행복을 내 손에도 한 움큼 쥐어본다. 그런 저녁을 따라 걸었다.


동네에 있는 자투리 건물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집 근처를 자주 걷는다. 우리 동네에는 미로 찾기 같은 굽이진 골목들이 많다. 일자로 뚫려 있는 직선이 아닌, 꺾인 곡선 형태의 길들. 그래서 눈앞의 길이 아닌, 건물을 바라보며 다음을 예측하고 방향을 틀어야 한다. 건물 사이를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무심결에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마치 게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솟대 만나기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걷다가 마주한 이층집 주택. 꼭대기를 바라보니 새 몇 마리가 우두커니 솟아 있었다. ‘솟대라니!’ 혼잣말이 불쑥 튀어나올 만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은 쉽게 만나기 힘든 단어를 눈으로 만나는 일은 즐겁고 반갑다. 언제부터 저렇게 있었을까?



길위의 고양이/타워크레인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출퇴근길에 반복되는 장면들이 있다. 대문을 지키는 강아지 한 마리. 감나무집. 화분이 가득한 꽃집. 문을 여는 정육점. 과일가게 좌판에 놓인 색색의 과일과 채소. 건축사사무소 입구에 곤히 자고 있는 개 두 마리.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모두 자기만의 일상을 지키고 유지해나가고 있다. 가끔은 이 반복적인 장면들이 나의 하루를 이루는 퍼즐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그 자리에서 내 일상을 완성시켜주는 모습들에 감사하다.



*동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궁금하거나 가봐야 할 것만 같은 공간들을 담은 지도 만들기

-출퇴근길에 매일 봐도 안 질리는 장면과 대상들 기억하기

 (개, 나무, 가게 안의 분위기, 조명 등)

-동네에서 나만의 '단골 집' 만드는 법: 종종 시간을 보내게 되는 무인빨래방,

 집 근처 자주 드나드는 카페, 제일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 종종가는 우체국,

 매번 테이크아웃하게 되는 식당, 주기적으로 가는 헬스장 등

 자신만의 동네 루틴 기록하기




*이진슬

마음이 서툴고, 말도 서툴러서 어쩌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그리면 그림이 되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된다.



온 방향으로 걷기
온 방향으로 걷기
이진슬 저
자그마치북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진슬(문구 디자이너)

온 방향으로 걷기

<이진슬> 저10,350원(10% + 5%)

온 방향으로 걸음이 향하고 마음이 향하는 곳들이 쌓여간다 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똑같은 하루. 늘 지나다니는 별다를 것 없는 길의 풍경. 요즘처럼 어디 나가기도 힘든 날에는 일상이 무료하기만 하다. 아쉬움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밤, 우리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법정 스님의 죽비 같은 말씀 모음집

입적 후 14년 만에 공개되는 법정 스님의 강연록. 스님이 그간 전국을 돌며 전한 말씀들을 묶어내었다. 책에 담아낸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가르침의 목소리는 고된 삶 속에서도 성찰과 사랑을 실천하는 법을 전한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로 인도하는 등불과도 같은 책.

3년 만에 찾아온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가의 신작. 2003년 대전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냈던 아이들. 15년이 흐른 뒤,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사정으로 비디오 가게를 찾는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모험을 행했던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으면서, 우정과 꿈을 되찾게 되는 힐링 소설.

투자의 본질에 집중하세요!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복덕방> 이광수 대표의 신간. 어떻게 내 집을 잘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무엇이든 쉽게 성취하려는 시대. 투자의 본질에 집중한 현명한 투자법을 알려준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투자 이야기.

건강히 살다 편하게 맞는 죽음

인류의 꿈은 무병장수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며 그 꿈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장수 의학 권위자 피터 아티아가 쓴 이 책을 집집마다 소장하자. 암과 당뇨, 혈관질환에 맞설 생활 습관을 알려준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 필요한 책.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