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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컨템포러리 사운드, 양진석 6집 Barn Orchestra

양진석 <Barn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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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차이에 컬러풀한 노래들로 휴식과 위안을 주는 '선한' 앨범이다. 반가움과 동시에 앨범이 사라지는 시대에 이런 앨범을 만들어준 것에 고마움을 전한다. (2021.11.17)


수많은 군중 속에 있어도 누구 한 사람 아는 이 없는 것 같은 고립무원의 처지. 코로나19 팬데믹의 감금 상황에 이런 감정이 누적된다. 건축가이자 뮤지션 양진석은 10년 만에 음악에 귀거래하면서 여기에 집중했다. 첫 곡 '고로(孤路)'부터 마지막 '토요일 오후'까지 혼자 있어 답답하고 막막한 감정이 10곡 전체를 관통하는, 철저한 고독 앨범이다.

'세상 앞에서 혼자 선다', 

'갑자기 먹먹해져 너에게 갈까 해도', 

'혼자라는 게 믿어지니 사랑이란 게 이렇게 힘들까', 

'토요일 오후에 혼자 같이 볼 영화가 뭘까 기대했는데...'

아이돌 댄스음악처럼 전혀 다른 신나는 감정을 자극해 고통을 덜려는 접근도 있겠지만 양진석 6집은 심적 혼돈을 그대로 전하면서 공감을 부른다. 공감의 딴 이름은 '위로'이며 양진석은 그것으로 그만의 '구원'을 행한다. 하지만 언어로 음악의 완공은 가능하지 않다. 소리의 '이 시대'화(化), 콘템포러리를 구축해야 한다. 기타, 드럼, 베이스, 피아노의 안정된 세션과 트럼펫 색소폰 첼로 등의 관현악기 편곡, 그리고 보컬의 효과적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신보의 저력이 여기서 발휘된다.

앨범의 포커스는 '구원의 컨템퍼러리 사운드'를 일궈내려는 것이었다. '실험'과 '다름'의 추구가 아티스트의 본령이라면 5집 <장소찾기 프로젝트>(2011)와는 달라야 하고, 시대에 부합하는 실험을 가해야 한다. 전의 것이 밴드음악이라면 6집은 수록곡 각각의 질감을 최대한 부각한 작품이다. 장르가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어쿠스틱하고 컨템포러리한 재즈의 틀 안에서 펑키한, 록적인, OST적인, 인디적인, 포크적인, 팝적인 느낌이 순차적으로 스무드하게 이어진다.

외로움이란 하나의 원이 10가지 색깔로 10등분된 그림이랄까. 그림이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전체적으로 '회화'적이다. (그의 음악출발도 1980년대 그룹 '노래그림'이다) 본인이 노래에서 빠져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양진석 앨범'이란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신 양진석은 2곡의 연주곡을 뺀 8곡의 노래를 타자의 해석으로 넘기면서 '다채로움'이라는 전리품을 획득했다. 전작들이 싱어송라이터로의 완성을 향한 발걸음이었다면 신보는 '탈(脫)싱어' 프로듀서로서의 시동 걸기인 셈이다.

<장소찾기 프로젝트>에서 협력자들은 호란 정원영 김광진 김현철 윤종신 등 쟁쟁한 이름이었다면 신보는 강효준 동하 토미어(Tommier) 호림 소이버튼 유나팔 등 대부분 신진들과 함께 했다. 그래도 상호선린 터전에서의 무순 보컬경연장 같아 되레 듣는 맛은 풍성하다. 이것을 성공적으로 엮어냈기에 '양진석 앨범'이다. 미묘한 차이에 컬러풀한 노래들로 휴식과 위안을 주는 '선한' 앨범이다. 반가움과 동시에 앨범이 사라지는 시대에 이런 앨범을 만들어준 것에 고마움을 전한다.



양진석 6집 - BARN ORCHESTRA
양진석 6집 - BARN ORCHESTRA
양진석
뮤직앤뉴Shy C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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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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