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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셋째 주 이주의 싱글 - 세이수미, 다민이, 헤이즈

이주의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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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 밴드가 아닌 세이수미는 벌써 사랑스런 여름 노래를 만들었다. (2022.04.20)


세이수미(Say Sue Me) ‘Around you’

세이수미는 서프 밴드와 거리가 멀다. 찰랑거리고 명징한 리듬 기타 소리와 해안가 출신이라는 팀의 호적이 1960년대 서프 음악과의 미약한 연결고리다. 오히려 1980, 1990년대 미국과 영국의 인디 록이나 브릿팝에 뿌리를 두고 그 안에서 펑크, 개러지 록, 로우파이, 드림팝, 사이키델릭, 매드체스터, 슈게이징 등 많은 스타일이 질서정연하게 혼재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 줄 모르는 세이수미만의 음악적 기대감은 이 노래에도 숨어있다.

답답하고 무기력한 2022년의 봄을 무심하게 내뱉는 보컬리스트 수미와 그 반대 지점에서 흥을 끌어올리는 순수한 8비트 로큰롤의 'Around you'는 나른한 세이수미의 정체성을 기분 좋게 확인한다. 서프 밴드가 아닌 세이수미는 벌써 사랑스런 여름 노래를 만들었다.




다민이 ‘Dog or chick 3’

거친 쉰 소리를 내는 목소리에 주목해 보자. 목소리만 들어선 쉬이 성별을 구별할 수 없고 남자 화장실에서 바지춤을 여미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커버는 모호한 이중성을 드러낸다. 'I rap but female 최고이자 최악 조건'. 여성 래퍼 다민이의 성별은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의 성별 지우기는 '매사 빡쳐 있어' 화가 나 있는(혹은 있는 듯한) 창법을 통해 진행된다. 다민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그는 엉덩이를 무기로 사용하고 얼굴을 실력 앞에 세우는 '여성 래퍼'들과 자신은 다르고 말한다. '힙합 한다는 계집애 방탕해지래'라는 가사로 주류 시선을 비판하지만 이 역시 앞선 '여성 래퍼'와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즉, 그는 여성 혐오적인 고정 관념을 끌어오고 동시에 이를 비판적으로 전유하나 그 기반에는 여전히 여성 혐오 논리를 바탕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이 접근이 실없거나 혹은 내실 없는 겉치레로 느껴지지 않는다. 강렬하게 와닿는 랩 스킬과 거침없는 비유 및 표현력 덕택이다.

다민이의 랩 안에는 '남'부럽지 않은 욕설과 개인 서사와 한 줌의 성차별 혹은 성 전복이 담겨있다. 남성 래퍼들의 자기 과시 래퍼런스와 닮은 이 접근은 명백히 여성 혐오를 내재한다. 하지만 이를 힙합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읽을 때 해석은 달라진다. 그 방향이 어떻게 흐를지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의 다민이는 읽을거리 많은 여러모로 돋보이는 (여성) 래퍼다.




헤이즈(Heize) ‘엄마가 필요해’

이견 없는 보컬리스트 헤이즈가 <Happen> 발매 10개월 만에 돌아왔다. '헤픈 우연', '비도 오고 그래서', 'Jenga' 등 리듬감이 살아있는 알앤비를 감성적인 목소리로 견인하던 기존 히트곡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피아노와 보컬 단둘이서 만드는 음악은 무채색의 물감으로 그린 그림처럼 단순명료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자식에게 헌신하는 어머니에게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줄게'라 전하는 한편의 애정 어린 편지 같다.

어느 때보다 자전적이고 진심이 담긴 노래에 쓸데없는 기교는 줄였고, 가사 내용이 중요한 만큼 보컬의 소리 균형에도 힘을 실었다. 섬세하게 들리지만 귀 바로 꽂는 것처럼 과하지 않아 피로감도 적다. 어버이날을 약 한 달 앞두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모든 걸 집중한 헤이즈표 '부모님 전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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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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