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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즈, 시티팝을 재조명하다

브론즈(Bronze) <Sky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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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 리바이벌의 끝자락에서 브론즈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그때의 눈으로 지금을 갈무리한다. 과거가 꼭 미래를 약속하진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아는 눈치다. (2022.08.24)


몇 년간 시티팝에 집중해온 프로듀서 브론즈가 전작 <East Shore>, <Aquarium>에 이어 다시 한번 레트로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간의 음악적 시도를 알뜰하게 조합한 <Skyline>은 어떤 장르를 사랑하는 뮤지션으로서의 역할에 깊이 있게 몰입하고, 그 끝에 다다르려 노력한 음반이다. 시간 여행의 타이밍이 장르 유행이 지나가는 시기에 있기에, 우직한 노력의 현실적 의미를 돌아보게 하지만, 단단한 음악적 매무새가 앨범을 둘러싼 여러 걱정을 잊게 한다.

앨범 전반적으로 다양한 사운드를 깔끔하게 묶어낸 모습이다. 흥겨운 리듬의 퓨전 재즈 'Odyssey'와 재규어 중사(SFC.JGR)의 부드러운 알앤비 터치가 귀에 들어오는 'Laundry'가 대표적이다. 시티팝이라는 문법으로 쓸 수 있는 작문의 한계를 시험하는 모양새다. 어떤 사운드를 내겠다는 당위가 선제적으로 추구해야 할 곡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앞서있는 부분이 종종 귀에 들어오나, 긴 호흡의 프로젝트를 일관성 있게 지속했다는 측면에서 그 뚝심이 더 도드라진다.

함께한 보컬들의 음악적 성과가 돋보인다. 감각적인 장식음을 얹어내는 보컬 이하이의 절제된 그루브와 빈 공간의 미학을 들려주는 가수 후디의 매력이 간간하다. 1997년 데뷔한 일본의 아티스트 히야조 아츠코가 참여한 곡을 앨범의 마지막에 배치한 모습에서 얼마간의 자부심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유행이 시티팝의 특별한 면모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것을 본토의 뮤지션에게 인정받는 장면이다.

과거 지향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이 히로시의 앨범 커버 등 198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분위기가 바이닐 열풍에 힘입은 전작들의 마케팅 전략을 스치게 한다. 시간이 보정한 추억을 조명하는 모습을 볼 때 상업적 복고 경향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바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삶의 속도 조절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까닭에 생겨난 전략이다. 지금까지 나온 브론즈의 모든 정규 앨범은 많은 이가 느끼는 이러한 헛헛함을 포착한다.

1985년생 아티스트가 장르의 전성기인 1980년대에 음악을 깊이 있게 향유했을 리는 없다. 그런 뮤지션이 이전에 유행한 스타일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현실이 가쁘기 때문이 아닐까. 브론즈의 음악에선 순수했던, 혹은 순수했을 것 같은 과거에 대한 동경이 있다. 앨범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이 음반은 긴 여행을 마친 후 우리들의 도시 속으로 돌아온 이야기다. 시티팝 리바이벌의 끝자락에서 브론즈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그때의 눈으로 지금을 갈무리한다. 과거가 꼭 미래를 약속하진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아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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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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