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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마음속에서 부는 찬 바람은 '찬바람'

신정진의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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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관련된 문장에서는 '찬 바람'이라고 써야 한다. (2022.11.23)


<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언스플래쉬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을뿐인데 이미 내 마음 속에는 탐스런 함박눈이 수북히 쌓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독 눈을 좋아했는데, 아마도 겨울에 태어난 탓이 아닐까. 눈이 내릴 때면 늘상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늘을 하염 없이 올려다 보곤 했다. 하얀 눈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 한 켠에 자리잡았던 슬픔이 어느 새 사그러들고 추위에 움추렸던 어깨도 퍼진다.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는 예문임(17개)


지난 칼럼에서는 발음상 구별하기 어려워 자주 틀리는 '-이/-히', 붙여 써야 할지 띄어 써야 할지 헷갈리는 '분', '물씬'과 '흠씬'의 차이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동안의 칼럼들을 통해 살펴본 내용을 종합한 연습 문제를 풀어보겠다. 먼저 위의 예문에서 맞춤법이 틀린 곳을 찾고 나서 설명을 읽기 바란다.


붙여 쓸 때와 띄어 쓸 때 아예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에 주의하자

붙여 쓰는 '찬바람'은 '냉랭하고 싸늘한 기운이나 느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찬바람이 돈다' 또는 관용구 '찬바람을 일으키다'(=차갑고 냉담한 태도를 드러내다), '찬바람이 일다'(=마음이나 분위기가 살벌하여지다)와 같이 쓰인다. 하지만 예문에서는 '차가운 바람'이라는 뜻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즉, 날씨와 관련된 문장에서는 '찬 바람'이라고 써야 한다.

한편, "찬바람(찬 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이 문장만 보고는 찬바람인지 찬 바람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뒤에 이어지는 "스쳐 가는 바람 뒤로 그리움만 남긴 채/낙엽이 지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떨어지는 낙엽 위에 추억만이 남아 있겠죠" 가사까지 봐야 가을의 찬 바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데 제목도 '찬바람이 불면'이고, 가사에도 '찬바람'이라 적고 있어 아쉽다.

또 다른 예로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틀린 표현이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므로 '엄마 배 속에'라고 써야 한다. '뱃속'은 주로 '뱃속이 검다' '뱃속을 채우다'와 같이 관용구로 쓰인다. 즉, '공공장소에서는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처럼 단어 각각의 뜻('커다란 소리')으로 쓰이면 띄어 쓰고, '문제없다고 큰소리를 땅땅 친다'처럼 다른 뜻(남 앞에서 잘난 체하며 뱃심 좋게 장담하거나 사실 이상으로 과장하여 하는 말)으로 쓰이면 붙여 쓴다.

동사를 예로 들면 '일이나 행동을 그만두다'는 뜻의 '집어던지다'(예: 약속을 헌신짝처럼 집어던지다)와 '돌을 집어 던지다', 또 '낡은 틀이나 체면, 방법 따위를 단호히 벗어 내치다'는 뜻의 '벗어던지다'(예: 점잖은 체통을 벗어던지다)와 '마스크를 벗어 던지다'를 구별해서 써야 한다. 이를 쉽게 구별하는 팁을 알려준다면, '돌을 집어서 던지다/약속을 집어서 던지다(X)', '마스크를 벗어서 던지다/체통을 벗어서 던지다(X)'와 같이 '-서'를 붙여 말이 되면 띄어 쓰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붙여 쓴다.


한자어를 한글로 옮긴 고유어는 붙여 쓴다

우리나라는 한글 창제 이전부터 한자를 써왔기 때문에 한자어가 있으면 이를 한글로 옮긴 고유어가 있을 확률이 높고, 이런 고유어는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속'과 '안'이란 뜻의 중(中)이나 내(內)가 쓰인 한자어와 같은 뜻을 가진 고유어를 살펴보면 물속=수중(水中), 바닷속=해중(海中), 산속=산중(山中), 몸속=신중(身中), 손안=수중(手中), 꿈속=몽중(夢中), 마음속=심중(心中), 가슴속=흉중(心中), 품속=회중(懷中), 땅속=지내(地內), 집안=가내(家內) 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1회 칼럼 참고 : 심심한 감사, 맞는 말일까? (바로가기)


'탓, 덕, 때문'을 문맥에 맞게 구별해 쓰자

이제는 '탓'과 '덕'을 제대로 구별해 쓰는 사람이 많지만, 간혹 '탓'의 반대말이 '덕'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탓'은 '「1」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생겨난 까닭이나 원인 「2」 구실이나 핑계로 삼아 원망하거나 나무라는 일'이라는 뜻이며, '덕'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덕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때문'은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뜻한다. 따라서 '탓'의 반대말을 따지자면 '부정'의 뉘앙스는 없으나 뜻풀이가 같은 '때문'이 더 가깝다.

이제 '탓, 때문, 덕'의 뜻을 확실히 알았으니 문맥에 맞게 구별해 쓸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몇몇 사람이 이미 안면이 있었던 탓인지 모임 분위기가 좋았다'는 문맥상 뒤의 '분위기가 좋았다'와 어울리지 않으므로 '몇몇 사람이 이미 안면이 있었던 때문/덕인지 분위기가 좋았다'로 써야 한다.


'-이/-히'를 구별하는 키포인트는 '-하다'가 붙는 어근과 'ㅅ' 받침, 'ㄱ' 받침

일부 명사나 부사, 형용사 어근 뒤에 붙어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와 '-히'를 구별하는 키포인트는 'ㅅ' 받침과 'ㄱ' 받침, '-하다'가 붙는 어근이다.

'조용-하다, 무사-하다, 나란-하다' 등의 형용사에 '-하다'를 떼어내고 '-히'를 붙이면 부사(조용히, 무사히, 나란히)가 된다. 그런데 '-하다' 앞의 어근이 'ㅅ' 받침일 때에는 전적으로 '-이'가 붙고(예: 깨끗-이, 깍듯이, 따뜻이, 버젓이, 느긋이, 지긋이), 'ㄱ' 받침일 때는 때때로 '-이'가 붙는다(예: 깊숙-이, 고즈넉이, 끔찍이, 멀찍이, 길쭉이). 단, 솔직-하다는 '솔직히'로 적는데, [솔찌키]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익숙-하다→익숙-히→익-히', '특별-하다→특별-히→특-히'처럼 '-히'가 결합하여 된 부사가 줄어진 형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6회 칼럼 참고 : 냄새는 물씬 풍기고 정취는 흠씬 풍긴다 (바로가기)


보잘것없다, 온데간데없다, 별 볼 일 없다, 필요 없다

'없다'도 다른 단어와 함께 쓸 때 띄어 써야 할지, 붙여 써야 할지 헷갈리기 일쑤다. 특히 '보잘것없다' '온데간데없다'처럼 긴 단어는 '보잘 것 없다'나 '온데 간데 없다, 온데간데 없다' 등으로 띄어 쓰는 경우가 많다. 또 '볼일'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에 '별 볼일 없다'라고 쓰는 경우도 많은데, '별 볼 일 없다'가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사실은 외우는 방법밖에 없다: '꾸밈없다, 끊임없다, 다름없다, 다시없다, 더없다, 두서없다, 막힘없다, 문제없다, 소용없다, 쓸데없다, 쓸모없다, 영락없다, 정신없다, 한없다, 형편없다, 관계없다, 대중없다, 상관없다' 등.

예문의 '하염없다'는 '「1」 시름에 싸여 멍하니 이렇다 할 만한 아무 생각이 없다. 「2」 어떤 행동이나 심리 상태 따위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되는 상태이다'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칼럼 참고 : [7주년 특집] 작가들도 자주 하는 맞춤법 실수는? (바로가기)


이제 예문을 맞춤법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풀어보시라. 해답을 보고도 잘 모르겠다면 해설을 읽기 전에 국어사전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맞춤법을 잘 지켜 글을 쓰려면 국어사전과 친해져야 한다. 


<해답>-------------------------------

겨울을 알리는 (1)[찬바람→찬 바람]이 불기 (2)[시작했을뿐인데→ 시작했을 뿐인데] 이미 내 (3)[마음 속→ 마음속]에는 (4)[탐스런→탐스러운] 함박눈이 (5)[수북히→수북이] 쌓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독 눈을 좋아했는데, 아마도 겨울에 태어난 (6)[탓→때문]이 아닐까. 눈이 내릴 때면 (7)[늘상→] (8)[설레이는→설레는] 마음으로 하늘을 (9)[하염 없이→하염없이] (10)[올려다 보곤→올려다보곤] 했다. 하얀 눈을 보고 있노라면 (11)[가슴 속→가슴속] (12)[한 켠→한편]에 (13)[자리잡았던→자리 잡았던] 슬픔이 (14)[어느 새→어느새] (15)[사그러들고→사그라들고] 추위에 (16)[움추렸던→움츠렸던] 어깨도 (17)[퍼진다→펴진다].


<해설>-------------------------------

(2) '(어미 '-을' 뒤에 쓰여)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인 '뿐'은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4) '탐스럽다'는 '탐스러운, 탐스럽고, 탐스러우니' 등으로 활용하고, '탐스러운'은 '탐스런'으로 줄지 않는다. '탐스러운'으로 써야 한다.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스럽다'가 붙은 '자랑스럽다, 사랑스럽다, 복스럽다, 걱정스럽다' 등도 마찬가지다.

(7) '늘상'은 '늘'의 비규범적 표기이다.

(8) '설레다'는 '설레고, 설레니, 설레는' 등으로 활용한다. '-이-'를 추가하여 '설레이는'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10) '올려다보다'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쳐다보다, 내다보다, 내려다보다, 들여다보다, 바라보다(바라다보다), 넘겨보다(넘겨다보다), 건너보다(건너다보다), 굽어보다, 넘어다보다, 돌아보다, 거들떠보다'도 마찬가지다.

(12) '한 켠'은 '한편'의 비규범적 표기이다.

(13) '자리 잡다'는 띄어 써야 한다. 단, '자리하다, 자리다툼하다, 자리매김하다, 자리바꿈하다, 자리보전하다'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쓴다.

(14) '어느새'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15) '삭아서 없어져 가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는 '사그라지다'이다.

(16) '움추리다'는 '움츠리다'의 방언이다.

(17) '굽은 것이 곧게 되다. 또는 움츠리거나 구부러지거나 오므라든 것이 벌어지게 되다'라는 뜻을 지닌 단어는 '펴지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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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정진(교정가)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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