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와 임금 순종이 가출한 사연 - <라스트 로얄 패밀리>
궁 안이 답답하기만 한 사춘기 순종, 영국에서 온 내시 폴 매카트니(!)와 작전을 짜고 궁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만 작전이 꼬여버린다. 작전을 계획한 폴마저도 갑자기 사라진 순종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 탈출 작전은 가출 사건이 되어버린다. 발칵 뒤집힌 왕궁의 이야기와 세상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순종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글ㆍ사진 김수영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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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구한말. 신식 제복을 갖춰 입은 고종과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가 비장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목숨 걸고 이 나라를 지키겠어!” 그때 무대 위의 사회자가 컷,을 외치고 고종과 순종, 명성황후를 지휘한다. “아, 이거 재미없다. 현대적으로 가보자.” 아들을 직접 ‘웰메이드’하려는 극성엄마 명성황후, 말 안 듣는 아들 순종, 그 둘 사이에 끼인 힘없는 아빠 고종. 왕실의 무대는 우리에게 친숙한 가정집 풍경으로 바뀐다.

어차피 무대 위에 뮤지컬은 ‘팩션에 팩션, 얼렁뚱땅 뒤죽박죽’인 이야기니까. 관객들 역시 기울어져가는 조선 역사 실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라스트 로얄 패밀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작 코미디를 보러 온 거니까 말이다. 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팩션이라는 허구성,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한껏 살려 (작정하고!) 관객들을 웃긴다.


궁 안이 답답하기만 한 사춘기 순종, 영국에서 온 내시 폴 매카트니(!)와 작전을 짜고 궁을 탈출할 계획을 세우는데, 그만 작전이 꼬여버린다. 작전을 계획한 폴마저도 갑자기 사라진 순종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 탈출 작전은 가출 사건이 되어버린다. 발칵 뒤집힌 왕궁의 이야기와 세상 밖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순종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애드립인지 실제 대사인지 모를 만큼, 한 장면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익살스러운 배우들의 대사, 몸을 사리지 않는 왕과 황후의 몸 개그, ‘썸남 썸녀’라든지 SNS를 패러디 한 ‘애수앵애수’ 등 요즘 유행하는 개그 코드가 극 속에 빼곡이 녹아있다. 그러다보니 극이 산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두루 뭉술 이야기 사이를 건너 띄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름 코미디극에 선택과 집중을 한 모양인데 군데군데 너무 했다 싶었는지 끊임없이 ‘이건 얼렁뚱땅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라며 팩션임을 재차 강조한다. 오히려 이런 점이 극의 흐름을 깨뜨리긴 하지만,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극의 산만함을 충분히 메워낸다.


주조연 할 것 없이 6명의 배우가 1인 다역으로 활약하는데, 색다른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려, 무리 없이 해낸다. 오히려 무대 위에서 여러 역할을 맡은 ‘무리함’조차 개그 코드로 활용해낸다. 뮤지컬 <라스트 로얄 패밀리>는 그야말로 퇴근 후나 주말에 친구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팩션 사극이다.

이 작품은 신인 창작자 육성을 위한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낭독극, 초연 때부터 관객들에게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났던 화제작. 박선우, 김태한, 임진아, 구원영, 지혜근, 이충주, 안진우 등 배우들의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어떤 캐스팅이라도 안심하고 볼 수 있을만큼 실력이 출중하다. 이 이상하고도 친숙한 패밀리는 2월 23일까지 충무 아트홀 소극장블루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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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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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