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서양의 식품 산업에서 할랄(halal)이라는 단어는 아주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허용된’ 혹은 ‘율법에 부합하는’이라는 뜻의 이 아랍어 의미는 아주 명확하다. 그럼에도 그것에 대한 실무적인 해석 방법은 식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식품 수입 국가들 간에도 큰 인식 차를 드러낸다. 지금까지는 식품 제조사가 할랄 식품 생산을 이해하는 데 지침으로 삼을 만한 내용으로 종교와 생산 현업을 아우르는 책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공학자와 식품기술자, 그리고 할랄 식품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할랄 인증 실무 지침서가 출간되었다. 이 분야에서만 총 30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인 미안 리아즈 박사와 무함마드 챠드리 박사가 집필하고, 국내 최초로 이슬람 마케팅 및 할랄 인증을 전문으로 하는 (주)펜타글로벌을 설립한 조영찬 대표이사가 번역을 맡았다. 어떤 분야의 할랄 식품 사업이든 상관없이, 현재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시작할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 출처가 될 이 책과 할랄 식품 산업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번역자에게 들어보았다.
할랄 식품이라고 하면 아직 생소하게 여기는 독자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먼저 할랄(halal)과 할랄 식품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기독교나 불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에서도 교리에 따라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에게 허용된 모든 것을 ‘할랄’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은 물론 투자나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사안이 포함됩니다. 그중 무슬림의 건강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품에 대한 규칙이 가장 정교하며, 이를 충족한 것을 ‘할랄 식품’이라고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규율은 ‘돼지와 술이 금지된다’는 것이고, 그 외에도 세부적으로 다양한 할랄 규범이 적용됩니다.
기존에 소개된 할랄 식품에 대한 도서들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책이라 생각되는데, 이 책의 성격과 책을 번역하시게 된 동기를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가 할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할랄 관련 도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거나 국내 할랄 업계의 현황을 보고하는 것으로 국한되었습니다. 실제로 할랄 인증을 진행하거나 이슬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업체나 이를 이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학자들이 참고할 만한 서적은 마땅하지 않았고요. 이런 현실이 이 책의 한국어판을 출간하게 된 동기가 되었지요. 이 책은 할랄 식품 생산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련 학계 및 업계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중동의 할랄 인증 감사관도 현지어로 번역된 동일한 책으로 교육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독특한 분야를 선구적으로 개척하고 계신 만큼, 업종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많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역시 이론과 현실은 다르지요. 특히 다양한 국가의 여러 무슬림과 만나다 보니 그들의 ‘다양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모든 무슬림 여성은 차도르나 히잡 등으로 머리를 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차림새가 ‘모범적인 의상’인 건 분명하죠. 하지만, 특히 동남아의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 없이 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독실한 무슬림인데도 말이죠.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의 악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비즈니스로 만나는 경우에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엔 순간 당황했었지만,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식재료로 돼지고기가 잘 알려져 있는데요. 무슬림 친구와 함께 먹으면 좋을 음식, 그리고 권해서는 안 되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나요?
한국에서 ‘완벽한 할랄 음식’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그나마 무슬림 친구와 함께 식사하기 좋은 곳은 할랄 식당입니다. 다만, 그러한 식당은 서울 도심과 대도시 등 일부 지역에만 있고, 메뉴가 한정적이며 가격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해산물 위주의 음식을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지락 칼국수, 오징어 덮밥, 생선구이, 충무김밥, 해물찜, 조개구이, 멸치국수 등의 음식이 무난합니다. 다만, 육수 등 육류 식재료나 고기반찬이 없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슬람 종파에 따라 선호하는 해산물이 다르기는 하지만 비이슬람 국가인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서 대부분은 무난히 수용합니다. 권하지 않아야 되는 음식으로는, 돼지고기와 술은 기본이고 할랄로 처리되지 않은 소고기, 닭고기 및 육가공 제품을 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에 수입되는 상당수의 양고기는 할랄에 해당하므로 식당에 할랄 여부를 문의하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도 약간의 예외가 있어서, 무슬림 개인 성향상 비할랄 소고기와 닭고기를 먹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 사전에 잘 의논할 필요가 있겠죠.
이전에 비해 이슬람 문화와 할랄 식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관점에서 이러한 문화와 산업을 대해야 할까요?
해외에서 볼 때 한국은 대단히 폐쇄적인 나라입니다. 5000년 역사 동안 한민족이라는 단일민족으로 지내오면서 자연스럽게 배타적인 성향이 내재된 것이죠. 최근 들어 취업, 결혼, 이주, 유학, 관광 등 수많은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더 많아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이슬람에 대해서는 테러와 연결하거나 특이한 관습을 가진 외계인처럼 대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들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 주변의 기독교인과 불교 신자들도 서로 종교적인 관점이 다르고 커뮤니티가 다르지만, 그들 모두 친구로, 동료로, 사업 파트너로 잘 어울려 지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의 이슬람 문화 및 할랄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긍정적 흐름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할랄 식품 생산에 있어 가급적 전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식품공학 박사인 무슬림 원저자가 쓴 책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한 것입니다. 국내의 할랄 관련 정책, 교육 및 세미나, 시장 진출 전략 등이 출처 불명의 정보에만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무에 입각한 좀 더 체계적인 전문 서적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 할랄 관련 연구를 하거나 혹은 이슬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라면 할랄, 할랄 식품, 그리고 그 생산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할랄 관련 전문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할랄 식이 규율 속에 있는 원칙과 의미들을 파악함으로써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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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식품 생산론미안 리아즈,무함마드 챠드리 공저/조영찬 역 | 한울아카데미
이 책은 일반적인 할랄 법규, 다양한 제품 형태(육류 제품, 수산물, 유제품, 곡물류, 식품 원재료를 포함해)에 따른 생산 가이드라인, 라벨 표시, 생명공학, 그리고 기타 할랄 소비자의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lyj314
201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