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경쾌한 위로라니!
"밝은 미래를 꿈꾸고 생각하기 힘든 요즘 청춘들에게 이성용이 액션을 접하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다시 꿈꾸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다"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을 만든 정범철 연출가의 말이다. 그의 바람대로 작품은 관객을 향해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그것도 아주 경쾌한 리듬으로.
<액션스타 이성용>은 힐링을 전하되, 무게를 잡거나 잰체하지 않는다. 어수룩한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가 웃음을 유발하고, 통쾌한 액션이 쾌감을 안겨준다. 빵빵 터지는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목격한 것이 한 인물의 성장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 성용은 스물다섯의 백수다. 뚜렷한 목표도 간절한 꿈도 없고, 친구 철구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에, 휴대폰 요금은 밀린지 오래다.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 맞기 딱 좋은 아들이자 남들이 보면 혀를 찰 철없는 청년이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청춘의 모습이기도 하다. 철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화려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고, 오늘의 현실은 더욱 더 초라하다.
성용은 철구를 따라 액션영화 촬영장에 갔다가 다미를 보고 첫 눈에 반하고, 떠오르는 액션스타 강두원과 시비가 붙은 끝에 흠씬 두들겨 맞는다. 자신을 “싸움도 못하는 약골 허접쓰레기”로 만든 두원에게 복수하고자 ‘원티켓 액션스쿨’을 찾아간 성용은 최원표 관장에게 절권도를 가르쳐 달라 애원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엽기적인 그녀’ 다미와 재회한다. 이제 그에게도 진심을 다해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생긴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웃음이 있는 작품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은 절권도를 닮았다. 준비할 새도 없이 훅 하고 들어오는 공격처럼 이야기는 바로 본궤도에 진입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방심할 틈 없이 공격을 이어가듯 크고 작은 웃음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진부한 상황으로 흘러가기를 거부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이를테면, 성용의 무술 스승인 최원표 관장은 평생 절권도를 연마했음에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에게 남은 거라곤 성치 않은 다리와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벅찬 무술학원뿐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세속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는 무림 고수’ 쯤 될 것 같지만, 그는 무술학원 같은 건 빨리 정리하고 홍콩반점을 차려 돈을 벌 생각에 들떠 있다. 절권도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성용에게도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황당한 조건을 내 걸 정도다.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인물들의 엉뚱한 반응은 웃음으로써 관객을 무장해제 시킨다.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이고, 그런데도 묘하게 밉지 않은 인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성용과 다미, 두원, 최원표 관장 사이에 얽히고설킨 사연을 알게 되면서 미묘하게 변해가는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게 된다. 대책 없어 보이던 청춘이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여정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술 장면도 흥미롭다. 공연 시작 전부터 두 달 동안 액션스쿨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만큼, 배우들은 나무랄 데 없는 합을 보여준다.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올 만큼 생생한 액션 장면은 이야기 속에 매끄럽게 녹아 들어 있다. 지나치게 액션을 전면에 내세웠다거나, 볼거리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유다.
또한 <액션스타 이성용>은 소극장의 매력을 십분 활용하는 작품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배우들의 액션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고,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는 부분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얇은 천막 위에 영상을 투영함으로써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안겨준다.
복잡한 일들은 잠시 미뤄두고 한바탕 웃고 싶은 날,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과 만나시길 권한다.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면서 깔깔 웃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무용한 듯 보이는 삶 속에 감춰져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오픈런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은 대학로 지구인씨어터에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