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에즈라 잭 키츠 상 수상작
장마철에는 비가 주룩주룩 참 많이도 온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처음엔 무더위가 가신 것을 마냥 좋아하지만, 길을 걷는 내내 쌩쌩 달려가는 자동차 때문에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새로 산 샌들은 흠뻑 젖으니 이내 기분이 나빠지곤 한다. 뜨거운 햇볕에 손사래를 치다가 온 반가운 비인데도 말이다. 부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휩싸여 있던 비오는 날 오후 만났던 그 책, 『야호, 비다!』를 소개한다.
이 책에는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와 소년이 등장한다. 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아이는 동시에 “비가 오네!”를 외친다. 하지만 똑 같은 상황에 서로 대처하는 방법은 완전 정반대다. 비가 와서 축 처진 것인지 내내 기분이 나쁜 할아버지와 작은 물웅덩이에서도 개골개골 소리를 내며 폴짝폴짝 뛰는 소년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책의 왼쪽에는 할아버지, 오른쪽에는 개구쟁이 소년을 배치하여 같은 상황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야호, 비다!』의 강력한 메시지는 두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시선과 표정에 있다. 아이의 주변엔 모두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할아버지를 대하는 거리의 사람들의 표정은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다는 사실이 금방 눈에 띈다. 이 책의 괴팍한 할아버지 역시 소년의 긍정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결국 입꼬리와 눈썹 모양이 달라진다. 무서운 할아버지에서 인자하고 장난도 칠줄 아는 유머러스한 어르신이 되자 그제서야 할아버지 주변 사람들도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사실 생글생글 예쁘게 웃는 사람들을 보면 바라보는 사람들도 행복해진다. 내가 기분이 우울하면 옆 사람들도 다 전염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긍정적인 태도가 가지는 강력한 힘이다. 미소와 기쁨 같은 감정들은 딱히 의도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니 말이다. 항상 표정이 어둡고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순간 내 기분까지 축 처지게 된다. 그래서 『야호, 비다!』를 읽는 아이들 역시 모두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에서도 환한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감정과 유머가 앞으로 살아갈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줄 테니까.
『야호, 비다!』의 그림 작가는 바로 2016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로빈슨이다. 유아책 MD로서 내가 무척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작가기도 하다. 그는 그림책 작가 최초로 『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칼데콧 상과 뉴베리 상을 동시에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책도 표지의 앞뒤가 비가 와서 신난 소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서 흥미를 자아낸다. 또한 미국 특유의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지는 길거리의 풍경과 등장인물들의 표정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림책의 묘미는 간결한 글과 섬세하고 서정적인 그림 속에서 어른들도 사는데 바빠서 잊고 사는 따뜻한 삶의 진리가 담겨있다는 것 아닐까? 때로는 길고 세밀한 문장보다 단순한 책 속의 한 줄이 더 큰 울림을 준다. 지금 마음이 울적하다면 『야호, 비다!』처럼 우리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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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비다린다 애쉬먼 글/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김잎새 역 | 그림책공작소
창밖을 보던 할아버지와 꼬마는 동시에 “비가 오네!”를 외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찡그린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장화와 비옷을 챙깁니다. 반면에 꼬마는 좋아하는 개구리 비옷을 입고 방에서부터 폴짝폴짝 뛰고 있어요. 이내 카페에서 마주친 꼬마와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김규영(유아/청소년/잡지 MD)
마음은 유아, 몸은 중년.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