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재기 발랄한 92년생들의 ‘힙’함
결국에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기존에 하고 있던 음악, 쉽고 간결한 멜로디에 대한 자신감!
글ㆍ사진 이즘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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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1992년생 원숭이띠 동갑내기들이라서 팀명을 '잔나비'로 지었다는 사실부터 밴드는 왠지 재미있고 간편해 보인다. 버스킹 공연, 드라마 주제가 작업 등 나름 분주한 이력을 거쳐 얼마 전 폭염 한복판에 발표한, 데뷔 2년 만의 정규 1집 <MONKEY HOTEL>의 첫인상도 그랬다. 선명한 멜로디, 중독성 강한 후렴구, 그러나 결코 어렵지 않은 구성. 잘 들리는 '팝 록'을 지향하는 음반은 모처럼의 듣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힙'하게 보이려 하지 않아서 오히려 '힙'했다.

 

다섯 잔나비들은 시종일관 재기 발랄했다. 동경하는 거장들의 이름을 거침없이 열거하며 음악적 욕심을 드러낼 때는 두 눈이 번뜩였다. 언뜻 쉽게 들리지만 옹골찬 음악처럼, 평범한 청년들 같다가도 음악적 소신에 관해서는 다부진 면모를 드러냈다. “우리는 멋져 보이는 음악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좋아해온 음악'을 하고자 한다!” “군더더기 있는 것을 싫어한다!” 등등 그들은 '눈치 보지 않고' 입장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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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결(드럼), 장경준(베이스), 최정훈(보컬), 김도형(기타), 유영현(키보드)

 

밴드라 하면 싱글 접근보단 첫 앨범을 내려는 욕심이 더 강한 게 정규 코스인데 활동이력을 따져보면 첫 앨범이 늦었다. 그 사이에 뭐 했나.


최정훈 : 그 사이에 사실 저희 딴에는 앨범이라고 생각을 해서 미니 앨범을 2014년에 냈었다. 근데 지금 정규를 준비하며 돌이켜봤을 때는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이름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왜 냈을까, 미니 앨범이긴 했지만 왜 섣부르게 했을까 하는 후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진짜 정규작을 더 벼르게 됐고, 그래서 뒤로 미뤄지게 됐다.

 

약간의 두려움도 작용한 듯하다.


최정훈 : 낼 거라면 완벽하게 우리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게끔 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운 좋게 드라마 OST 요청도 많이 들어와서 작년 한 해 동안은 거기에 전념을 했다. 그러고 나서 노하우가 쌓이고 이제 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되어서. 그 사이가 훈련기였다고 할까.

 

미니 앨범 내고 많이 부족했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부족했나.


김도형 : 시간도 부족했고, 우리의 색깔을 만드는 것도 그랬지만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린 나이에 좀 그런 게 있었다.

 

최정훈 : 곡을 쓸 때 자세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때는 히트를 쳐보지도 않은 애들이 히트 곡을 써야한다, 히트 곡의 멜로디는 따로 있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점점 바뀌었다. 히트곡이랑 명곡은 다르지 않나. 걸작을 만들자는 생각!


앨범을 마치고 난 소감은.

 

장경준 : 일단 우린 곡을 쓰는 친구들이 따로 있다. 곡 참여를 하고 싶었지만 아직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래서 악기적인 측면에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래도 딱 만들어놓고 마스터 시디를 들으니까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기쁘다. 지금까지 악기를 잡은 게 1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탐구할 수 있었던 열정을 가졌던 시간이었다고 본다. 성장이 눈에 보였다.

 

앨범 두 번째 수록 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타이틀로 한 이유는. 타이틀 고르는 게 힘들었을 것 같은데.


김도형 : 전곡을 타이틀로 생각하고 썼다. 한곡도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곡은 없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뭔가 새로운 걸 계속 하고 싶었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타이틀로 하지 않았을 곡이다. 아마 '꿈나라 별나라' 이런 곡을 타이틀로 했을 텐데... (하지만 '꿈나라 별나라'가 지금까지의 정체성 아니냐고 하자) 맞다. 근데 저희가 생각했던 건 올드 팝인데, 현대식으로 풀고 싶어 했던 이번 앨범의 포커스가 두 번째 발라드 곡에서 잘 나타났다. 우리들에게는 큰 시도라는 점도 작용했고..

 

앨범의 콘셉트는.


최정훈 :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을 들었을 때 어떤 앨범은 이 곡이 이 곡 같고 저 곡이 저 곡 같은데 그래도 하나의 색깔 질감인 앨범이 있고, 어떤 앨범은 굉장히 다채로운데 그게 또 매력인 앨범이 있다. 우리는 후자를 더 생각했다. 다채롭게 그런 앨범을 만들자. 근데 첫 번째 정규고 그에 따른 의미 부여를 하고 싶었다. 해보고 싶었던 걸 많이 구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좋아했던 비틀스 스타일로 가자는 판단을 했다.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로!

 

베이스 라인은 잘 잡았다고 보는지. 그 측면에서 어떤 곡이 마음에 드나.


장경준 : 베이스만으로 봤을 때 타이틀 곡. 솔직히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 라인은 잘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노래 안에서의 흘러가는 것으로 잘 묻지 않았나. 리듬으로만 본 게 아니고 보컬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멜로디와 잘 섞여서 가는 그런 라인으로..

 

드럼은 어떤가.


윤결 : 쳐놓고 보니까 'Jungle'.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노래는 사실 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더 잘 칠 수 있었는데.

 

이번 앨범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유영현 : 1960년대를 살았던 건 아니지만 그 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그 향수를 재현해내려고 노력한 앨범, 그리고 내 생각으로 잘 표현이 된 앨범이다.

 


그럼 이 앨범은 빈티지 팝이라는 건데 먼저 '이지 리스닝' 팝 록 앨범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잔나비 최고 강점은 잘 들린다고 약점은 너무 잘 들린다는 것 아닌가. (일동 웃음)

 
최정훈 : 쉽게 들리고 그리고 대중적인 것을 원했다. 하지만 약간 물꼬를 트고 싶었다. 멜로디 면에선 정체성을 갖되 사운드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진전하자는 것. 다음 앨범부터는 어려운 멜로디나 가사를 써도 사람들이 얘 네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그런 물꼬를 틀어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그 속의 선율을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고..

 

그렇게 팝적인 음악을 지향하는 것은 본인들의 생리적인 지향인가 아님 생존 전략인가.


최정훈 : 후자다. 그런 걸로 보면 후자인데 사실 오히려 그 반대의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우리가 더 어려운 걸 쓰고 성숙한 멜로디를 써서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 이런 거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곡을 만드는 게 우리가 음악적으로 오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앨범을 만들 즈음에. 그래서 곡을 만들어놓고 사람들 들려주면 이 노랜 못 듣겠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어려운 노래도 써봤는데 하다보니까 솔직히 재미가 없더라. 코드를 꼬고 멜로디를 꼬고 빤하지 않게 하려다보니 재미가 없는 거다. 애초에 우리는 마룬 파이브, 비틀스, 콜드플레이를 좋아한다. 딥(deep)하다기보다 스트레이트한 스타일,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음악을 하는 밴드들.

 

근래 인디는 안티 멜로디적. 안티 팝적인 흐름이 있다. 포스트 록이나 노이지 록, 일렉트로닉 록 등등. 그걸 관계자들도 높이 평가하고. 잔나비도 그런 음악을 해서 평단이나 마니아들에게 평가받고 싶지는 않았나.


최정훈 : 그런 점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약간의 상처도 있었고. 무엇보다 어릴 적에 꿈꾸던 것들을 여건상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자신감은 있었다. '정말 맘 놓고 쓰고 아무것도 눈치 안보고 쓰면 저런 거보다 잘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코드를 모르고 기타 프레이즈를 하나 덜 알아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닌데.' 결국에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기존에 하고 있던 음악, 쉽고 간결한 멜로디에 대한 자신감!


아까 사운드는 물꼬를 틀겠다고 했는데.


김도형 : 좀 한다는 밴드들을 보면 연주 타임이 2분이 넘어가는 것도 있다. 그런 게 어렵고 좀 있어 보일 수 있는데 난 다르게 생각한다. 신보 수록 곡 'Surprise'를 들어보면 클라이맥스 부분에 보컬 멜로디와 스트링, 건반, 기타가 쌓아진다. 이 클라이맥스 15초를 만드는 게 더 어렵고 깊다고 생각한다. 자신한다.

 

러닝타임이 30분이 채 안 된다. 이것부터 팝 밴드라는 걸 말해주는 증거라고 보는데.


최정훈 : 군더더기 있는 걸 싫어한다. 연주시간이 길어진다거나. 연주시간이 길어지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우리 자체가 대중적인 귀를 가진 편이라서 쓸데없는 연주라고 생각한다. 연주적인 부분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아티스트들이 그렇게 길게 하곤 하지 않나. 근데 그게 엄청난 아티스트들이 하면 와 닿는데 그게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항상 군더더기 없이 하다 보니까 짧아졌다. '뭐 어때' 하고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예쁜 팝 록 앨범이다. 멜로디 파트나 리듬의 합(合)으로 볼 때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는지.


유영현 : 'Wish'란 노래가 좋다. 편곡 작업을 할 때 큰 그림을 본 다음에 시작하는 편이다. 어떤 기준을 잡고 이런 느낌으로 하자. 'Wish'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고 이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에 든 생각으로 그림 그리듯이 (최정훈은 옆에서 '의식의 흐름대로'라고 덧붙였다) 편곡을 진행했다. 악기도 각자 멜로디가 있는데 그거 자체가 하나로 뭉쳐진 곡이 됐다. 가장 멜로디컬하고.

 

다들 인정하나.


최정훈 :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특히 옛날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예를 들어 가사를 어떻게 발음하는가에 따라 다가오는 게 다르더라. 가사를 써놓고 이렇게도 얘기해보고 저렇게도 얘기해보고, 어떤 게 더 잘 어울리는지. 항상 녹음할 때 중요했던 건 바이브레이션이나 피치가 아니라 뉘앙스였다. 늘 '뉘앙스가 어때?'하고 멤버들에게 물었다. 뉘앙스를 조절하다 보니 나쁜 버릇이 생겼는데, 밑에까지 호흡이 내려가지 못하고 너무 입안에서만 불렀다. 그래서 앨범 녹음을 다 끝내고 공연을 할 때 질러야 하는데 소리가 목에서 잡혀서 안 나오더라. 그렇게 많이 내려놨던 것 같다.

 

'꿈나라 별나라'는 재밌고 귀여운 '잔나비 스타일'인데 상당히 자연스럽다. 늘 귀엽게 보이려는 게 있지 않았나.


최정훈 : 그건 여성 팬들이 많으니까. 관객들을 위해서. (옆에서 김도형,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해서 일동 웃음)


윤결씨의 앨범 자평을 듣고 싶다.


윤결 : 애들한테 좀 놀랐다. 멤버들을 먼저 칭찬하고 싶다. 김도형이가 말했듯이 어렵게 듣는 사람들은 그런 게 있다. 기술적인 거. 사실 난 그런 걸 매우 중요시 한다. 테크닉적인 부분이라든지, 어렵게 치고, 그런 거. 올해 초 이 앨범 들어가기 전까진 연주력을 중시했다. 그런데 'Surprise' 마지막 부분을 들어보니까 애들이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구나, 새삼스러웠다. 나는 앨범 작업할 때 견해차이로 따로 고향에 내려가 있기도 했다. 거기서 내 식으로 연습하고 있었다.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


최정훈 : 많았다. 드럼은 아무도 못하는 그런 걸 하고 싶어 했다. 우린 그냥 둥둥둥 하면 되는데. 그래서 내려놓기로 따지자면 결이가 가장 많이 내려놓은 것 같다. 그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사운드를 위해 1960-70년대 악기를 썼다고 들었다.


김도형 : 그때 당시의 악기를 갖고 싶었다. 그걸 지금은 다 바꿨는데 악기 나이가 45살 이렇게 된다. 정말 그 악기 구하는데도 두세 달 걸렸다.


최정훈 : 빈티지 악기라고 해서 많이들 쓰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란 악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옛날 악기는 100개 중에 하나 정도, 그걸 구하려고 매일 나가서...


김도형 : 안에 배선 하나만 새 것으로 바꿔도 가치가 훅 떨어진다. 그래서 사면 친한 리페어(Repair)하는 지인이 가져가서 다 뜯어서 오리지널 맞나 확인하고 아니면 다시 물리고, 또 사고하는 걸 여러 번 했다. 어떤 리뷰를 봤는데 우리 곡 'The secret of hard rock'에 대해서 지미 페이지 기타 듣는 것 같다고, 그 당시의 사운드를 듣는 것 같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

 

이 팀에게 올드팝의 의미는 뭔가.


최정훈 : 음악적 질감으로 봤을 때 올드한 걸 해 보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그래서 '김도형아 넌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 ELO)를 들었으면 좋겠어!' '영현아 넌 엘튼 존 피아노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어!' 그렇게 따로따로. 사실 전 2016년에 사는 사람이 아닐 정도로 영화든 노래든 음악이든 오래된 영화보고 오래된 음악 듣고 계속 그렇게만 살았던 것 같다. 레트로 마니아다.

 

압축해서 음악적으로 가장 닮고 싶었던 한 팀만 지목한다면.


최정훈 : 좀 전에 얘기한 ELO. 오마주도 많이 있다. 왜냐면 너무 많이 듣다 보니까. 차에 타기만 하면 계속 듣는다. 근데 옛날 노래가 신기한건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물론 요즘 씬을 보면 복고적이고 울드한 분위기의 밴드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올드와는 다른 올드를 하고 싶었다. ELO는 그런 지향의 단초를 제공했다. 1980년대 뉴웨이브적이 아니라 1970년대 올드록적인...


앨범에서 건반의 역할은.


영현 : 멜로디 악기가 여러 가지 있지 않나. 그래서 피아노도 신경을 썼지만 스트링과 브라스 편곡에 신경을 많이 썼다. 최정훈이 아까 말한 것처럼 ELO, 클래시컬 기반의 밴드들, 그리고 'Alone again(Naturally)'의 길버트 오설리번(Gilbert O'Sullivan) 등을 들어보면서 멜로디를 빼온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 안에 있는 냄새나 향수에 대한 연구를 했던 것 같다.

 

공연 관련해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음악을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게 더 재밌다!'고.


최정훈 : 재미있다고 하기보단 공연을 게임 레벨이라고 한다면 클럽 공연은 최하다. 최하라는 게 제일 쉽고 저희도 가서 놀면 된다는 의미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축제 같은 난이도(?) 높은 공연들이 즐비하다. 그 점에서 쉽게 감동이 일지 않는 그런 공연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비로소 자신감을 가졌던 것 같다. 음악을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분들 앞에서 공연하는 건 밴드라면 꼭 해봐야 한다고 본다. 오래된 밴드는 아니지만 주류가 되진 못했어도 몇 년간 인디 씬에서 좀 구르지 않았나. 그런 경험이 쌓이면 무대 올라갔을 때 공연의 시야가 달라진다.

 

멤버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모두 : 일제히 가려고 한다.

 

그럼 최정훈씨만 남는다. 어쩔 수 없이 솔로 어쿠스틱 앨범을?


최정훈 : 아니다. 친구들이 군대 가있는 동안 저도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솔로 앨범은 안내고.


(김도형이 “고릴라즈 같은 거?” 하자 최정훈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곡 제목으로 문장 식을 다른 팀보다 즐기는 것 같다.


최정훈 : 전에 우리 곡 중에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가 있다. 관심 받고 싶어서 길게 한 것 같다. 마땅히 할 제목도 없고 '사랑하긴 했었나요'라고 하면 너무 흔하고 해서 그냥 길게 했다. 이번 앨범 타이틀 같은 경우는 산울림 식으로 하면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다. 그 노래는 그 제목이 아니라면 대체할게 없지 않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도 그렇게 대체할 수 없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질감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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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앨범, 결정적인 아티스트는.


최정훈 : 곡으로 하면 엘튼 존 'Goodbye yellow brick road'. 초등학교 때 들은 노래인데 그냥 그 곡은 들을 때마다 새롭다. 1주일에 한 번은 듣는다. '이 정도 곡을 만들 때까지 음악을 해야겠다'는 소신이 있는데 '이 정도'가 바로 이 노래다.


김도형 : 곡도 있고 인물도 있다. 비틀스 명반의 동명 곡이자 첫 번째 곡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정말 '졸라' 멋있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은 브릿팝 밴드 블러(Blur)의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이다.


유영현 : 저는 카펜터스. 그들에 대해 정확히 아는 건 많지 않지만 곡으로만 본다면 너무 완벽하다. 사실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지 않나. 근데 완벽하면서 매력이 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장경준 : 이번 앨범에 있어서 내게 물꼬를 틀어준 노래는 1978년 곡 플레이어(Player)의 'Baby come back'. 따로 고민할 수 있는 열정을 만들어준 노래. 그거부터 시작해서 ELO의 'Telephone line'으로 이어지고, 비틀스로 가고..


윤결 : 윤도현밴드 '흰 수염 고래'. 제가 재수할 때 힘들 때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듣고 그랬다. 대학 떨어지면 넌 음악도 끝이라고 집에서 그랬으니까. 그래서 지금도 힘이 되는 곡이다.

 

SNS로 들어온 질문이다.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입장이지만 관객에게 감동을 받기도 하지 않나. 감동을 받은 순간이 있다면.”


윤결 : 항상 감동을 주셔서.


최정훈 : 준비가 안 된 행사장이나 공연장 같은 경우에 관객 분들이 많이 메워주신다. 예전 같으면 주눅 들어서 못할 공연도 팬 분들로부터 힘을 받아서 공연을 역대 급으로 하고 그런다. 그럴 때 든든하고 좋다.

 

SNS 하나 더, “잔나비의 음악을 듣고 사람들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김도형 : 살짝 과감하게 우리는 국내에서도 없고 외국에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르가. 비슷한 음악도 없고.


최정훈 : 같은 맥락인데 요즘 음악이 SNS도 발달하면서 '액세서리 화'된 것 같다. 마음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나 이런 음악도 듣는다!' 하는 액세서리.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임창정 노래를 들었을 때' 같은 그런 감정들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냥 음악 그대로 이 가사, 이 멜로디 이런 거. 나 이런 음악 듣는 거 SNS에 자랑해야지 이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곱씹고, 내년에도 또 듣고, 후년에도 또 들어야지 이런 거.

 

잔나비를 훈남 밴드라고 수식하지 않나. 솔직히 부담이 되는지. 떼어 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아님 거기에 묻어가야겠다고 생각하는지.


장경준 : 그것도 경쟁력이긴 하다.


최정훈 : 누군가 뭐가 되고 싶은가하고 물으면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게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말과도 같은 말인 것 같다. 외모적인 것에서 왔던 피드백을 전부라고 생각하고 나태해질 때도 없지 않다. 그런 부분들을 항상 경계한다. 묻어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뗄 수 있다면 떼고 싶지, 그걸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

 

 

사진 : 이한수
인터뷰 : 김반야, 정민재
정리 :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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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