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25세)
인터넷서점 직원, 시조 시인
자기 소개
이제 막 ‘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직장인이자, 현대 시조를 나름 젊은 정서로 써 내보고자 노력 중인 사람이다. 시조단에 발을 내디딘 지 3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시조 시인 누구입니다’하고 말하는 게 낯 뜨거워 ‘시조, 아시죠?’하고 소개를 건넨다. 글과 관련된 일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에 출판사도 기웃거렸다가, 아주 잠깐 광고 카피를 끄적거리다가, 기자는 어떨까 방황하기도 했다. 지금은 인터넷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책을 언제부터 좋아했나?
초등학교 때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고 썼던 독후감이 큰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학교는 독후 활동을 장려하는 편이었는데, 상을 또 받고 싶어 책을 공들여 읽고 독후감을 쓰곤 했다. 그러니까, 상에 대한 욕심으로 독서를 시작한 셈이다. 이런 독후 활동은 글쓰기로까지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중학교 때, 글을 쓸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책을 읽으며 여러 감정과 경험을 배워갔다. 이 무렵에는 어머니께서 구입해 두셨던 공지영, 은희경, 박완서, 양귀자 등의 여성 작가의 작품을 주로 읽었다. 여성으로서의 세밀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또래에 휩쓸리기보다는,비교적 성숙한 감정을 내 속에 적셔가며 사춘기를 건너왔다.
책을 고를 때, 기준이 있나?
국문학을 전공해서 책을 접할 일이 많았지만 책을 고를 때 출판사의 중요도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편집자로 5개월간 일한 후, 출판사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번역본을 선택할 때는 출판사마다 선호하는 번역 스타일이나 번역가가 다르기 때문에 출판사를 염두에 둔다. 『위대한 개츠비』를 출판사 별로 3권 가량 읽어본 적이 있다. 한 책은 정말 텍스트 그대로 번역한 것 같았고, 다른 책은 작품 속 분위기까지 모두 연상되는 듯한 번역이었으며, 또 다른 책은 앞뒤가 맞지 않아 도무지 읽지 못할 지경이었다.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출판사의 책은 다음 책을 고를 때 기피하게 된다. 잘 모르거나 처음 접하는 출판사의 책이라도 책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당 출판사의 책에 대한 평을 들어본 후 선택하는 편이다.
올해 인상 깊게 읽은 책 2권을 꼽는다면.
평소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라 사심을 담아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추천하고 싶다. 올해 초, 이 책을 안주 삼아 음주 독서 토론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마주 앉아 “나는 광수였다, 진우였다, 아니 선영이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랑하는 동안 우리에게 일어났던 사소한 변화와 말도 안 되는 모습들이 떠오르게 되는 책이다. 임승유 시인의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봐』도 추천하고 싶다. 시 읽기 수업에서 수강생들과 이 시집을 읽고 토론했다. 강렬한 시집의 제목만큼이나 거센 목소리로 느껴졌다. 화자들의 웅얼거림이 가슴을 치고, 또 그 힘은 받아들이기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서 더 시집을 붙들게 만든다.
책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이 사는 세계에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더 알거나 느끼고 싶어서 책장을 들추고 있을 테니.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생에 대한 의지도 있는 사람이다.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 사람이 읽는 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얻은 앎과 정서, 우리는 그 책에서 얻은 것들로 변화된 삶을 꿈꿀 수 있다.
2017년 독서 계획이 있나?
국내문학이나 평론을 주로 읽어왔다. 내년에는 사회, 정치 분야 책을 깊이 있게 읽고 싶다. 최근 정세의 흐름을 보면서, 제대로 알고 있어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매일 쏟아지는 기사를 잘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곁들일 지식이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문학 코너에 손이 먼저 갔는데 내년에는 독서 편식을 줄일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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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김연수 저 | 문학동네
다채로운 그의 소설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이 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팬들을 위해 쓴 특별판 소설’인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그것이다. 그는 “잠시 쉬었다 가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덧붙이는데, 김연수의 이 말은 작법이 아닌 어떤 마음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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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임승유 저 | 문학과지성사
“고통을 고통스럽지 않게, 슬픔을 슬프지 않게 그려내는 여유”와 “날카롭게 번뜩이는 이지(理智)가 과하지 않게” 녹아 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임승유의 시 51편이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은 명확한 소리가 없는 사건들에 시적 목소리를 부여하는 시들로 채워졌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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