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보다 부제가 인상적인 책을 만났다. ‘모르고 사업하면 위험한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 실무 전략 가이드’. 흔히 특허를 받으면 독점권이 얻게 되니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특허에 대한 접근법이 사뭇 다르다. 스타트업부터 강소기업까지 사업을 하는 사업가라면 지식재산권을 ‘사업에 대한 보험’이라 생각하고 인생에 대한 보험 설계를 하듯, 사업에 대한 지식재산권 설계를 하라고 강조하는 BLT 특허법률사무소 엄정한 변리사를 만났다.
특허,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을 사업을 지키는 보험이라 하신 것이 인상 깊습니다. 지식재산권이 사업을 지키기 위한 보험이라는 생각은 언제부터 생각하게 되셨는지요?
변리사가 되고 나서, ‘특허는 돈이다’라는 아주 일반적인 주장에 대해서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특허는 돈일까? 특허가 돈이라면,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 많은 수의 발명가들은 왜 돈을 못 벌고 있을까? ‘특허는 돈’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보면, 변리사가 영업을 위해서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살 때 IT 분야 창업 경험이 있었고, 코스닥 상장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면서, 기획과 개발, 사업개발 그리고 해외영업을 많이 하면서 비즈니스를 먼저 경험하다 보니, 변리사가 되고 나서 ‘도대체 내가 만들어내는 특허, 상표, 디자인권 등이 비즈니스의 전체 맥락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죠. 결국 지식재산권은 ‘사업에 대한 보험’인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여부를 심사하고 보험증서를 발급하는 것처럼 특허청이 특허, 상표의 등록여부를 심사하고 특허등록증, 상표등록증을 발급해줍니다. 보험가입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은 보험사고가 나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특허권, 상표권이 없는 사업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브랜드를 보호받지 못하게 됩니다. 또 가입한 보험을 토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듯, IP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권리 이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속성들을 정리하다 보니, 결국 지식재산권은 ‘사업에 대한 보험’인 것이고 이 책의 제목을 ‘사업보험’으로 한 것이죠.
사실 특허권은 엄청난 발명이나 굉장한 기술을 개발해야 등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싸이월드 ‘미니미’가 개발도 안 된 아이디어 상태에서 특허를 출원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작은 아이디어도 특허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에서 특허 전략을 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반드시 제품이 구현된 이후에만 특허출원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허 = 기술력’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적 특징’이 존재하면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전에 없던 기술적 특징’이 특허출원서에 잘 표시되어 있으면 등록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허등록을 위해서 제품이 존재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죠. 작은 아이디어라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등록되는 대부분의 특허들은 ‘사람들이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영역에서의 새로운 진보를 이루어낸 아이디어’를 다루는 특허들입니다. 싸이월드 ‘미니미’와 같은 ‘아바타 캐릭터 생성방법’에 관한 특허는 1999년 당시에는 일반인들이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역인 ‘아바타 캐릭터 생성기법’이라는 영역에 관한 것이었고, 그 아이디어의 기술적 특징이 매우 선명했기 때문에 등록된 것입니다. 사람들이 관심이 적은 영역에서라면, 작은 아이디어라도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권에 대한 내용을 읽으니 자연스레 애플사의 아이폰 및 아이맥의 디자인이 떠올랐습니다. 디자인권은 특허권으로 보호받기 애매한 발명들을 보호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특허권과 디자인권은 어떻게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까요?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동시에 진행해도 괜찮을까요?
디자인권은 ‘물품의 외형’에 관한 것이고, 특허는 ‘기구적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물질 생성방법, 소프트웨어 처리방법, 물질구조까지 가능하므로 특허의 대상이 훨씬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허를 등록받는 데 있어서는 ‘진보성’이라는 ‘기존에 공개되어 있는 기술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고, 특허청에 출원되는 특허들의 70% 이상이 ‘진보성 없음’으로 거절됩니다. 따라서 범용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디자인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라면, 특허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디자인권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애플도 특허 포트폴리오보다도 디자인권이 훨씬 강력한 회사였으며, 삼성과의 스마트폰 특허전쟁의 경우에도, 애플이 보유한 다양한 제품/시각/UX 디자인권들이 굉장한 힘을 발휘하였습니다. 즉 디자인은 특허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으므로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바람직한 전략입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의욕적으로 개발을 추진했는데, 이미 특허가 있다면 정말 막막할 거 같아요. 그래도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겠죠?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이미 특허가 있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이러한 일들을 경험합니다. 또한 스타트업이 아닌 중소 중견기업, 대기업의 신사업부서의 경우에도 이미 존재하는 특허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특허를 다 조사할 수는 없겠지만, 간단하게 선행기술조사를 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선행특허를 조사하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하며, 신사업 개발부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경쟁사나 관련된 연구소 등이 고도의 특허전략을 가진 상대방인 경우라면, 반드시 전문적인 특허컨설팅을 통해 전략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특허컨설팅을 통해서 상대방 특허를 무효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가질 수도 있고, 회피설계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요즘 무섭게 부상 중인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이미 한국에서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 중국제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한국 기업에선 소송말고 해결 방법이 없는 건가요?
소송이 가장 우선적인 대응방안인 것이 맞습니다만, 일단 중국은 외국기업에 우호적인 나라가 아니라서 승소 확률이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것과 함께, 관련된 중국 특허 포트폴리오를 풍부하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보유하고 있는 중국 특허들 중 몇 개를 파트너십을 가진 중국 회사에 이전하거나 전용실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당 파트너사(중국기업)’가 카피 회사를 잡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중국은 온라인 B2B 마켓인 알리바바를 통해서 기업 간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므로, 알리바바, JD.com 등과 같은 온라인몰의 지식재산 해결기구에 제보하여 상대방이 온라인상에서 더 이상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신속한 대응방법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렇게 대응하려면 중국 특허권, 중국 상표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혹시 전 세계 어느 곳에 등록되었는지 지식재산권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
각 국가마다 특허청이 존재하고, 그 기관들의 전산망이 통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번에 전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에 관한 세계적인 기구인 WIPO(세계지식재산기구)에 접속하면,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는 있습니다. 또한 구글이 세계 각국의 특허청 데이터를 취합하여 제작한 ‘구글페이턴트’를 이용하면 주요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상표권 및 특허권 등을 두고 기업 간에 다투는 지식재산권 분쟁을 많이 접하셨을 텐데요. 변리사로서 보람됨을 느낀 에피소드가 있나요?
소송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입니다. 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보람되는 일들은 바로 그 특허권, 상표권을 보유한 기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하거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서 매출액이 폭증한다는 뉴스를 들을 때입니다. 저희 고객사 중에 ‘참다한 홍삼’이라는 브랜드는 사업 초기부터 제가 브랜드 설계를 도와주었는데, 몇 년 안 되서 매출액 1,000억 원이 넘는 국내 3대 홍삼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윗몬스터’라는 브랜드는 홍콩, 중국, 태국, 싱가폴을 넘어서 두바이까지 수출되고 있고, 그러한 모든 과정에 변리사로서 함께 고민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갔습니다.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설립하고 5년이 넘는 시간을 1000개 이상의 고객사와 함께하면서, 50개 넘는 기업들이 투자유치에 성공하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서, 변리사로서 너무나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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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험엄정한, 유철현, 황교광 저 | 초록비책공방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을 제작하고, 마케팅에 홍보까지 신경 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업가들을 위한 책이기에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도록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