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불로 질러버린 나 홀로 세계여행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삼시 세끼 모두 챙겨 먹고, 친구를 만나고 취미도 즐기는데, 자꾸만 내 자신이 시들어 간다고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짐을 챙겨 떠날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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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돌아보자. 우리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공백이 있었는지. 그런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겨우 어떤 일을 했는지. 우리와 비슷한 삶을 견뎌온 황가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삶은 공백이 없었다. 그저 적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대학 가라는 시기에 대학에 진학했고, 취업할 시기에 회사에 입사했다. 결혼할 시기가 왔을 때 식을 올렸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으레 그런 것인 줄 알았던, 그저 열심히 돈 벌고 계획 세우기에 바빴던, 그러다가 일상에 지쳐 매사에 시큰둥해진 그녀를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어느 날 이런 제안을 한다. “네 인생에 잠시 공백을 주는 건 어때?”


황가람 작가의 일생일대 일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몽땅 털어 세계일주 티켓을 일시불로 질러버렸다. 돌아와 직장은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지만 이렇게 생각했다. ‘도피가 습관이 되든, 백수가 되든 무슨 상관인가!’ 여행에세이 『혼자 떠나도 괜찮을까?』 에는 겁 많고 의심 많은 초보 여행자도 용기를 내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한번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들춰보며 삶을 재정비하는 여행을 꿈꿔보면 어떨까? 유쾌, 상쾌, 통쾌한 저자의 4대륙 18개국 여행길을 따라가다 보면 ‘더 늦기 전에 나도 한번 떠나볼까?’ 하는 용기를 얻게 될지도. 

 

첫 책을 출간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혼자 떠나도 괜찮을까?』 는 그동안 많이 보아온 여행에세이들과 분위기가 좀 다른 책 같아요. 무엇보다 내숭이라곤 1도 없는 듯한, 특유의 유머 코드가 읽는 사람에게 쾌감을 줘요. 어떤 계기로 이런 책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책에 실린 글과 일러스트 모두 작가님 작품이던데요.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보면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도 킥킥댈 만큼 웃긴 일들이 생기곤 했어요. 팔로워 수가 많은 SNS는 아니지만 제 페이스북에 여행 에피소드를 틈틈이 올려봤어요. 다들 즐거워하며 여행 책을 써보라고 권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일인데 글로만 설명하자니 한계에 부딪히는 에피소드들이 있었어요. 글로 남을 웃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하하)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동경해왔어요. 느닷없이 록 밴드 활동을 잠깐 하기도 했고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취미로 아무거나 그려보곤 했어요. 뭐든 창작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여행기를 쓰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여행 사진을 싣는 대신 일러스트로 재미를 더하고 싶었어요. 독자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보통 세계일주 스토리는 너무 특별해 보여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작가님의 여행기는 훨씬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에요. 허세나 과장 없이, 굉장히 솔직하게 써낸 느낌이고요. 책을 집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이 있었나요?


일단은 제가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어서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 대단한 탐험가는 극히 일부잖아요. 또한 여행기는 결국 개인적인 경험의 기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아무리 맛있게 먹었다고 장문의 글을 쓴들, 내가 한 입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맛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보더라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써내려 갔습니다. 일상에서 공감을 느낄 만한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배치하기도 했어요.

 

작가님의 글에 공감하고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여성 독자들이 많아요. 여전히 한국 사회의 정서상 ‘기혼 여성’이 ‘혼자’ ‘장기 여행’을 떠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예요. 하던 일을 중단하고 세계일주를 떠나기까지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그리고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기혼 여성이 세계일주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과 일반 여행자가 세계일주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동의와 응원을 바라는 가족 구성원에 남편이 들어가 있다는 정도일까요? 안전한 여행을 위해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십 번 수정을 반복하며 밤을 새워 만든 여행 계획을 가족들에게 공유했어요. 남편 두고 혼자 세계일주를 간다고 하니, 가끔 주변의 차가운 시선도 느꼈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하고 잘 아는 사람들은 응원해줬으니까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행을 꿈꾸지만 망설이는 분들께 자기의 목소리를 더 들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신 차려’ ‘네 나이를 생각해’ ‘남편은 어떻게 하고?’ ‘돌아와서 직장은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여행을 앞두고 이런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마음이 흔들릴 거예요. 그럴 때마다 저는 ‘모든 사람을 설득할 수는 없다’고 되뇌며 결심을 굳혔어요.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으니까요.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도, 다녀와서 다시 마주할 삶도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지요.

 

사람들이 흔히 우려하는 것처럼 여자라서, 혼자라서 어려웠던 점이나 한계를 느낀 지점이 있었나요? 여행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동양인이 많지 않은 지역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면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경험보다는 안전을 택하자는 것이 저의 여행 모토라, 그런 지역에서는 밤에 이동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부득이하게 밤에 돌아다닐 때는 성별의 구분이 가지 않게 한여름에도 두꺼운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녔답니다. 항상 국경을 넘기 전에는 외교부 홈페이지나 뉴스를 통해 해당 국가의 안전 소식을 업데이트하기도 했어요.

 

책의 후반부, 그러니까 혼자 여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화해 가는 저자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 이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을 가고 싶은가.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내 대답은 한결같을 것이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까짓것 괜찮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그저 다 시큰둥할 뿐"이라고 고백하던 작가님에게 이러한 용기를 심어준 경험은 무엇인가요?


여행도 장기전으로 가면 힘에 부치게 되기 마련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낄 때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터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나,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지겹도록 간접 체험을 했거든요. 그런데도 마치 처음 본 것처럼 감동적이었어요.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삶에 지치고, 회사를 그만두고, 이렇게 여행을 다닌 일련의 과정이 마치 카파도키아 열기구 위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우유니 소금 사막의 거울을 보기 위해서였던 것처럼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내 선택으로 인해 힘들어지든, 실패하든 까짓것 괜찮다고요.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보석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긴 여행을 하신 만큼 길에서 만난 잊지 못할 순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여행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하나만 꼽자면 언제인가요?


스페인 그라나다의 산니콜라스 전망대 근처에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이 보이는 레스토랑이 있어요. 그곳을 가득 메운 손님 모두가 커플이었는데 저만 혼자라서 웃픈 기억이 있습니다. 식사도 배낭여행자에게는 비싼 편이라 와인 한 잔만 시켜서 홀짝였어요. 그런데 외롭기는커녕 그 순간이 너무도 충만하더라고요.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도,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음악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어요. 종업원이 건네준 타파스 역시 환상적이었고요. 그때의 기억 덕분에, 그리고 맛있는 음식 덕분에 혼자 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께 스페인을 추천한답니다.

 

끝으로 『혼자 떠나도 괜찮을까?』 를 읽은 독자 분들, 나 홀로 여행을 꿈꾸며 앞으로 이 책을 읽게 될 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모든 이에게 여행을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돈과 시간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삼시 세끼 모두 챙겨 먹고, 친구를 만나고 취미도 즐기는데, 자꾸만 내 자신이 시들어 간다고 느낀다면 ‘그때가 바로 짐을 챙겨 떠날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세계일주를 다녀온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지난 여행이 삶에서 희미해져 가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어요.


맥주를 마실 때면 나이를 속이고 즐겼던 옥토버페스트 축제가 떠오르고, 김밥을 먹으면 모레노 빙하 앞 벤치에서 먹었던 그 맛이 떠올라요. 길을 잃고 헤맬 때면 페스의 구천여 개 골목이 떠오르고, 봄을 품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이과수 폭포가 떠올라 슬쩍 미소 짓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가끔씩 환기하는 여행의 추억이 오늘 하루를 살아낼 힘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는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여행이 함께하시길, 그리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혼자 떠나도 괜찮을까?황가람 저 | 시공사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겐 한번쯤 꿈꾸어온 홀가분하고 통쾌한 일탈의 간접경험을, 남편과 연인, 가족에게는 그녀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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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