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디어는 ‘수업’에서 나온다
산다는 것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아내는’ 것입니다. 수업은 제게 영감의 원천이자, 글쓰기의 원동력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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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친근한 고전문학을 꿈꾸는 신개념 고전 읽기 프로젝트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 나왔다. 도덕 교과서를 읊는 훈화말씀이나 ‘꼰대질’도 없이, 또래 친구들의 갑론을박 대화체로 이루어진 토론식 서술 방식으로 구성된 이 독특한 고전문학 개론서를 집필한 사람은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 박진형. 이 시대의 전기수를 꿈꾸는 국어교사 박진형 저자를 만나 시리즈의 기획과 우리 아이들이 왜 고전문학을 읽어야 하는지에 관해 인터뷰를 나눴다.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욕망편』  이 출간됐습니다. 사랑편, 인물편, 감정편 그리고 욕망편까지 벌써 네 권이나 같은 시리즈로 책을 내셨는데요. 이 시리즈의 기획과 관련해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요.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는 ‘사랑’이었는데요. “첫사랑 얘기해 주세요!” 수업시간에 공부하기 싫으면 애들은 선생님한테 늘 이러잖아요. 물론 선생님은 절대 얘기해주지 않지만요. (웃음) 그래도 사랑과 관련한 얘기를 해주면 아이들 눈에는 반짝반짝 총기가 돕니다. 그 눈빛에 저도 정화되는 것 같지요.


국어교사로서 고전문학이 의외로 재미있고 우리 삶과도 밀접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후로도 여러 주제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보았답니다. 인물편이나 감정편, 그리고 이번에 나온 욕망편 모두 같은 맥락이지요.

 

이번 욕망 편에서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세상 앞에 당당히 선 선인들의 이야기’ 14편을 엮었는데요. 욕망편의 머리말을 보면, 학생들에게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물었다가 반응이 미지근해 적잖이 놀랐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엉뚱한 대답을 했다가 괜한 꼬투리를 잡힐까봐 스스로를 단속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네요. 이번 4권의 주제로 ‘욕망’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욕망을 아는 것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니까요. 사실 우리도 여러 가지를 욕망하잖아요? 직장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고, 며칠 전에 산 주식도 올랐으면 좋겠지요. 또 주말에 소개팅 한 상대방과 잘 되길 바라고, 세상도 좀 더 살 만해졌으면 하니까요. 우리 선조들 역시 욕망했답니다. 그리고 이런 욕망들―신분 제약을 벗어나려는 소망, 삶의 가치를 지켜 내려는 신념, 세상을 당당히 살아내려는 의지, 사랑과 행복을 찾으려는 용기 등을 통해 옛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고 싶었답니다.

 

사랑방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친근한 네 캐릭터가 등장해 저마다의 성향대로 왁자지껄 수다를 떠는 토론식 구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네 주인공 쌤, 붕이, 나정, 동구 캐릭터는 선생님이 실제로 만난 학생들을 모델로 해서 만드신 건가요? 아니면 완전히 새롭게 창조하신 건가요? 캐릭터를 만드신 과정에 대해 듣고 싶어요.

 

제가 몇 년 전에 고등학교 3학년 반 담임을 했는데요. 왠지 ‘고3’ 하면 공부에 찌든 느낌이 팍팍 들지요? 저도 그래요. (웃음) 그래도 재미있고 활력 넘치게 살아보자고 말하는 편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은 입시를 앞두고 있지만 다들 개성 있고 독특한 모습으로 살거든요. 그중에서 세 명을 골랐지요. 세 학생 모두 제가 담임했던 아이들입니다. 좀 더 발음하기 쉽도록 두 녀석은 이름은 살짝 바꿨지만요. 본인들은 알랑가몰라~(웃음)

 

1권 사랑편부터 4권 욕망편까지, 무려 58편의 한국 고전문학 작품을 다루셨는데요. 이렇게 많은 작품의 줄거리를 대화체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이야기의 메시지를 현실의 시점으로 재해석하는 시리즈는 아마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 시리즈??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우리나라 고전문학 작품 가운데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신 건가요? 특별한 기준 같은 것이 있었나요?

 

책을 쓰면서 고심했던 게 작품 선정이에요. 일단 ??춘향전?? 같은 누구나 다 아는 익숙한 작품은 빼고 싶었어요. 그래도 생판 모르는 작품만 넣기엔 부담이 컸지요. 그래서 익숙한 것과 생소할 만한 것으로 했답니다. 또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능이나 모의고사 기출, EBS 연계 작품도 다수 수록했고요. 그 무엇보다도 각 주제의 본질을 충실히 보여주고,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꾸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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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사랑방 시리즈 말고도 적잖은 책을 저술하셨는데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집필 활동을 병행하시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글감을 구상하는 요령이나 글을 쓰는 노하우, 또는 아이디어를 출판기획으로 연결하는 선생님만의 방법론 같은 것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나옵니다. 다시 말해 수업은 영감의 원천이자, 글쓰기의 원동력이지요. 사랑방 시리즈도 일종의 수업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책이 나오니까 참 좋은 게 있어요. 학교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 참 좋다는 점이에요. 각각 역할을 정해서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 아주 훌륭한 수업이 된답니다. 몇 년 전 참관수업 땐 인물편에 수록된 <덴동어미화전가>로 수업을 했는데요. 아이들 반응도 좋고, 스스로도 무척 만족스럽더라고요. 운명이라는 삶의 굴레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납니다.

 

사랑방 시리즈로 한국고전 수십 편을 아이들에게 소개해주셨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선생님이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배운 우리나라 고전문학 중에 기억나시는 게 있나요? 또는 선생님께 고전문학을 가르쳐주신 ‘스승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제가 학창 시절에 고전문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은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저 역시 <관동별곡>에 밑줄 치면서 단어 뜻을 열심히 외웠던 게 기억나거든요.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고 ‘의미’있게 아이들에게 고전문학을 전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청소년들은 ‘수포’(수학 포기), ‘문포’(문학 포기) 등등 대입을 위해 특정 과목을 포기하는 일을 매우 당연한 전략으로 여기는데요. 물론, 시험이나 수능을 떠나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무책임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공부를 하고 그런 방향으로 학생들이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고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그 재미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고전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하지만 벌어먹고 사는 데에 고전 그 자체가 큰 힘을 발휘하지는 않습니다. 고전을 열 권 더 읽었다고 월급이 두 배로 늘어나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그 시간에 자격증을 따거나, 경력을 쌓는 게 훨씬 빠를 수도 있지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해볼까요? 학교에는 고전을 읽는 학생도 드물고, 혹시나 읽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와 독서이력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입 면접에 가서 좀 더 ‘있어’보여야 하니까요. 그러고는 졸업과 동시에 고전도 ‘굿바이’ 하는 거죠. 고전에서 고전(苦戰)했던 기억을 저 뒤편으로 남긴 채 말이에요.


그렇지만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산다는 것, 그것은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목숨만 부지한 채 시간의 흐름에 이리저리 떠도는 생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나만의 언어와 철학 없이, 내 삶의 주어가 되지 못하는 인생이 어떤 가치를 지닐까요? 많은 이가 알았으면 합니다. 산다는 것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아내는’ 것임을요. 즉, 고전을 읽지 않아도 먹고 살 순 있지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읽고 생각해야 한다고요.


아이들이 고전을 읽으면서 삶을 살아내는 방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또 마음을 키우고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길 바랍니다. 시간의 흐름에 꿋꿋이 살아남은 고전은 오랜 풍파를 겪은 등대와도 같겠지요. 표류 시대에 저 멀리 켜진 환한 등대를 바라보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고전은 현재의 삶에 의미 있을 때 가장 빛날 테니까요.

 


 

 

십대를 위한 고전문학 사랑방박진형 글 | 푸른지식
김시습?허난설헌?박지원 등 한국 문학사를 빛낸 위대한 문인들의 대표 작품들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자리에 앉아 제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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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