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 this love'는 두 번의 충격을 안긴다. 우선 압도적인 조형물과 미장센, 스타일링으로 비주얼 폭격을 퍼부으며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7억 회를 기록한 뮤직비디오가 놀랍다. 석양 앞의 흑조와 백조는 물론 거대한 덫 위에서 춤을 추는 네 멤버들의 모습은 최근 케이팝 영상물 중 단연 압권이다. 그러나 이런 멋진 광경은 조악한 노래의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시작과 동시에 웅장함을 더하고자 했을 브라스 샘플은 곡 후반 코끼리 소리처럼 비대하고 이를 굳이 받치는 '예예예 예예', '럼퍼퍼퍼펌퍼 펌'에선 실소만 나온다. '사랑의 숨통을 끊어야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멤버들은 보컬 표현의 한계를 드러내며 비장한 테마를 살리지 못한다. 'Let's kill this love'와 후반부 'We must kill this love'가 진지하게 들리지 않고 소녀들의 장난스러운 외침으로 머무르는 이유다. 즐길 거리가 많았던 '뚜두뚜두'의 틀만 가져와 힘만 잔뜩 줬다.
블랙핑크의 글로벌 전략은 음악적 완성도와 무관하다. 이것은 YG 엔터테인먼트의 뻔하지만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 행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 없이 앨범을 듣기가 쉽지 않다. 첫 번째 빌드업과 드롭부터 로제의 음색으로 귀를 긁는 'Don't know what to do'는 'Kill this love'보다 편한 노래임에도 자극적인 보컬 때문에 끝까지 듣기가 어렵다. 그나마 트랩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 리프를 섞어 증폭된 베이스와 보컬로 후렴을 끌어가는 'Kick it'과 기타 한 대로 꾸며낸 '아니길(Hope not)' 정도가 들을만한 정도다. 앞선 두 트랙의 자극을 중화한다.
역대급 유튜브 조회 수와 미국 유명 TV 프로그램 진출에 이어 최대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Coachella) 무대까지 섰으니 '케이팝의 빛나는 성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내실은 상당히 부실하다. 이미 좋은 음악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없다. 더 시끄럽게, 더 화려하게, 더 거칠게 머릿속에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BLACKPINK in your area)' 사이렌을 요란히 울릴 뿐이다. 멋지고 신나면 그만.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