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문학보다 삶이 더 중요하잖아요 (G. 김세희, 박상영 작가)
문학에 투신하는 삶이 아름답게 미화되고는 하는데, 실은 삶이 더 중요하잖아요.
글ㆍ사진 임나리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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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공개방송 인터뷰 - 김세희, 박상영 작가 편>


김하나 : 2019 한국 소설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특집 2부의 문이 열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김하나입니다.


오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그리고 저희 옆에는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박상영 작가님 김세희 작가님 나와 계십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김하나 : 저희가 1부에서 멋진 두 작가님을 모시고 창작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2부에서는 <김하나의 측면돌파>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스피드퀴즈로 질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Q.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1. 소설 쓰기   2. 소설 읽기


A. 박상영 : 1번


    김세희 : 2번

 

Q. 책을 읽을 때 버릇이 있다? 없다?


A. 박상영 : 없다


   김세희 : 있다

 

Q. 소설에 영향을 준 롤모델 소설가가 있다.


A. 박상영 : 있다


   김세희 : 없다

 

Q. 나는 상대방의 책 제목을 SNS에 검색해서 리뷰를 본 적이 있다.


A. 박상영 : 있다


   김세희 : 있다

 

Q. 다음 중 하나만 당첨된다면? 


   1. 로또   2. 연금복권


A. 박상영 : 로또


   김세희 : 로또

 

김하나 : 소설 쓰기와 읽기 중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 김세희 작가님은 읽기, 박상영 작가님은 쓰기를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쓰기와 읽기의 서로 다른 즐거움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박상영 : 쓰는 건 정말 재밌거든요. 써봐야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재밌다고 하면 너무 신나서 웃으면서 글 쓰는 줄 아시는데(웃음), 쓸 때는 진짜 죽을 것 같거든요. 김세희 작가가 실황 중계를 보고 있어요.


김세희 : 그러니까요. 그런데 지금 즐겁다고 이야기해서... 어떤 즐거움이죠?


박상영 : 사실 제가 오늘 최종 원고를 다 넘기고 와서 너무 즐겁거든요.


오은 : 원고를 넘기고 나서야 쓰기의 즐거움을 뒤늦게 깨닫는 거 아닌가요?


박상영 : 맞아요. 그때가 제일 즐거워요. 내가 썼던 게 뭔가 물리적으로 완성된 걸 봤을 때 ‘내가 인생을 다 흘려보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뭐 하나 가치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성취감 같은 게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일상에서 그런 성취감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창작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 있기 때문에, 저도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것이 주는 쾌감을 읽기가 쫓아오지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물론 매우 고통스럽고, 이것도 노동이기 때문에 몸을 닳아가면서 하는 행동인 건 맞는데, 다른 노동들과 조금 다른 형태의 리워드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김하나 : 생각보다 쓰는 데 오래 걸리는 타입이라고 알고 있어요.


박상영 : 네, 은근히 김세희 작가가 빨리 쓰는 편이고 제가 생각보다 되게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김세희 : 고치기도 많이 고치는 편이에요, 박상영 작가는.


김하나 : 김세희 작가님도 분명 쓰는 쾌감이 있으실 텐데, 그것보다는 읽기가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김세희 : 박상영 작가 이야기를 들으니까 완성과 성취에 대한 기쁨은 공감이 되기는 해요. 그런 게 엄청난 쾌감과 중독을 주죠. 약간의 성향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도 퇴고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퇴고라는 게 사실 끝이 없잖아요. 보통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고, 보다 보면 고칠 점은 계속 보이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게 최대치일까?’,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기질이어서 완성하고도 ‘이제 다됐다’는 쾌감을 잘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반면에 읽을 때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해서 세상에 내놓은 걸 제가 기쁜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잖아요.

 

박상영 : 저는 마감을 끝냈고 김세희 작가는 장편 연재중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차이가 빚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 너무 고통스러운 상황 중에 있어서.


김하나 : 김세희 작가님은 작품을 쓰실 때 구상을 거의 완벽하게 세워놓고 시작하시나요?


김세희 : 아뇨, 거의 그렇지 않아요. 당연히 처음에는 어느 정도 구상은 하고 시작하지만, 그 구상대로 이루어졌을 때 오히려 저는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고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갔을 때 좋은 글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동료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고 많이 고치는 편이에요.

박상영 : 저도 비슷해요. 장면 몇 개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른 퀄리티로 일정 생산량을 뽑아내기가 힘든 거죠. 저의 감정 상태나 체력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고, 그래서 둘 다 퇴고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연에 기댄, 상황에 기댄 글쓰기라서 더 많은 다듬음을 요하는 거죠.


오은 : 보통 작가님들이 자기의 어떤 세계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조언보다는 내가 믿고 그 믿음으로 수정하거나 밀고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두 분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김세희 : 저희도 예전에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을 때, 완성의 경험이 많이 없었을 때는 서로 많이 개입하고 많이 받아들이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어요. 거의 마감을 앞두고 보여줘서 그런 경향도 있지만 ‘지금 마지막으로 고친다면 이 부분을 고치는 게 좋겠어’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고요.


박상영 : 실제로 쓰는 스킬이 훨씬 나아지기도 했고요, 둘 다. 그리고 이제 서로를 1/n의 독자로 받아들이는 거죠. 내 글이 어떤지 자신은 안 보일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정확하니까 결정적인 문제점 같은 건 분명히 짚어줄 수 있는 것 같고요. 작가의 스타일이 반영된 부분은 각자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프로 독자가 된 거죠. 서로가 ‘전작주의자’이다 보니까(웃음).


김세희 : 서로를 작가로서 인정하게 됐기 때문에 예전과는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어요.


오은 : 책을 읽을 때의 버릇이 김세희 작가님은 ‘있다’고 하셨고 박상영 작가님은 ‘없다’고 하셨어요. 김세희 작가님은 어떤 버릇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세희 : 꼭 그런 건 아닌데... 요즘에 소설을 읽을 때는 ‘나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썼을까’를 계속 생각하니까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아요.


박상영 : 그건 저도 똑같아요. 좋으면 좋은 대로 뭔가 쓰고 싶고 떠오르고 나쁘면 나쁜 대로 제가 이렇게 썼을까 봐 두려워지고, 책 한 권 읽기가 너무 힘들어져요.


오은 : 소설에 영향을 준 롤모델 소설가가 김세희 작가님은 ‘없다’고 하셨고 박상영 작가님은 ‘있다’고 하셨습니다. 박상영 작가님, 누가 롤모델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박상영 :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하는데요. 평생에 걸쳐서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 세계를 밀고 나가고, 인물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을 여기 활용하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소설도 잘 쓰고 동시에 기술적으로도 연마해서 좋은 소설들을 많이 생산해낸 작가라고 생각해요. 80권이 넘는 소설들을 평생 동안 쓰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 생산력과 자기 관리를 너무 본받고 싶고요.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이 처음에 저를 소설의 재미에 눈 뜨게 해준 책 중 하나거든요. 그런 책들을 저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요.


오은 : 김세희 작가님은 어릴 때 어떤 책 읽으셨어요? 어떤 작가 좋아하셨어요?


김세희 : 세계문학 많이 읽었고, 국문과 출신이기 때문에 이른바 한국의 순문학을 굉장히 공부하고 학습해 온 배경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생각난 작가가 있어요. 최근에 도리스 레싱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분도 굉장히 긴 시간 동안 글을 써오셨고, 여성으로서 본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소설부터 시작해서 리얼리스트로서 핍진한 주변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소설도 많이 쓰셨는데, 말년에는 판타지적인 경향으로 나가셨더라고요. ‘나도 나중에는 내가 지금은 전혀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 쓰게 될까?’ 궁금해지면서 그 분의 문학 여정에 관심이 생겼어요.


김하나 : 계속 생산력을 유지하면서 소설을 오래 많이 쓰시고 싶으신가요?


김세희 : 그러고 싶은 마음은 지금 있는데요. 최근에는 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이 길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까, 내가 나중에 소설을 쓰지 않고 다른 걸 쓰는 작가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내 전부로 만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내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하나 : 박상영 작가님도 인터뷰에서 ‘소설가라는 것을 직업으로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비슷한 말씀인 것 같아요.


박상영 : 너무 똑같은 말이고, 서로 이야기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습작생 때부터 그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문학에 투신하는 삶이 아름답게 미화되고는 하는데, 실은 삶이 더 중요하잖아요. 제 앞에 있는 삶이 더 중요한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제 삶은 초토화가 되어 있더라고요, 제 문학을 통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소설 쓰고, 써서 팔고, 유통하는 모든 일들이더라고요. 지금 저한테는 글 쓰는 작업이 너무 소중하고, 어느 순간 직업 이상의 의미가 되어버렸거든요. 제가 원치 않았지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보다 더 소중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계속 재밌는 이야기 써서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만, 지금의 이 욕망을 뛰어넘는 어떤 특별한 것들이 생긴다면 거기에 가서 제 행복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살려고 하고요.


김하나 : 소설 쓰기가 삶을 너무 잠식해 들어오면 더 이상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언제나 생산이 있으면 생산성을 확보해야 되는 거니까, 삶을 잘 살아가는 게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게 하겠죠.


오은 : 덧붙여서, ‘내가 대작을 쓰겠어, 멋진 작품을 쓰겠어’라고 하면 무게가 들어가기 때문에 더 안 써지거든요. 약간 느슨하게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있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서 문학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게 전부가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무수한 가지 중에 한 가지일 뿐이고 네가 정말 좋아해서 해야지 이걸로 어떤 걸 달성해야겠다는 마음은 나중에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김하나 : ‘나는 상대방의 책 제목을 SNS에 검색해서 리뷰를 본 적이 있다’에 두 분 다 Yes라고 외치셨어요.


김세희 : 그럼요, 궁금하죠.


김하나 : 좋은 리뷰 있으면 뿌듯하고 내 일처럼 즐겁고 그럴 것 같아요.


박상영 : 진짜 좋아요.


김세희 : 보내주기도 하고요.

 

김하나 : 읽기 생활에 대해서 스피드퀴즈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대도시의 사랑법』 에는 김금희 소설가의 추천사가 있고  『항구의 사랑』  에는 최은영 소설가의 추천사가 실려 있잖아요. 추천사뿐만 아니라 같은 시대에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 작가들이 힘이 될 때가 있을 텐데, 작가님들에게 소설가 동료란 어떤 의미인가요?


박상영 : 사실은 작가가 되기 전, 책을 내기 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글 쓰는 게 어떤 거고 작가가 되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는데, 작가가 되고 책을 내고 여러 가지 의견들을 들으면서 같이 쓰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고요. 멀리서 볼 때는 경쟁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졌거든요, 사실은. 경쟁을 하지 않는 건 물론 아니죠. 그렇지만 함께 문학이라는 세계를 받치고 있는,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진리를 탐구하는 세계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를테면 김금희와 최은영이 없었으면 지금의 박상영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김세희의 소설이 없었다면 제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제가 그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문학을 구성하고 있는 자장 속에서 다양한 소설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 역시도 존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거의 모든 작가들에게 동지애를 느끼고 있고요. 특히 마감하느라 힘들다고 호소하는 작가들에게는 뼈저린 감정의 파고를 느끼면 제가 항상 하트를 눌러주거든요(웃음). 다른 모든 작가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볼 때마다 너무 반가워요.

김세희 : 『항구의 사랑』  이라는 장편소설이 문학잡지  『릿터』 에 70% 정도 선공개가 됐었어요. 그  『릿터』  가 나왔던 날에 최은영 작가님이 저한테 되게 잘 읽었다고,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신 거예요. 뒷부분 궁금하다, 언제 책 나오느냐 하고 연락을 해주셔서 추천사를 부탁드리게 됐었는데요. 그런 메시지 같은 것들이 되게 큰 격려가 되고요. 예전에 저는 작가가 싫은 이유 중에 하나가 혼자 하는 일이라는 거였어요. 동료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가가 되게 슬프고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고 이른바 등단이라는 걸 하고 책을 내고 다른 작가 분들을 만나면서 저도 박상영 작가와 비슷한 걸 되게 많이 느꼈어요. 나랑 같은 걸 좋아하고, 같은 걸 하고 싶어 하고,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작가들의 공동체를 알게 되고 내가 그 안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말 기쁘더라고요.


박상영 : 저도 김금희 선생님께 추천사를 부탁드렸던 이유가, 김금희 작가님이 한 마디 해주셨는데 너무 기억에 남는 거예요. ‘상영, 이 소설을 읽으면 몇 번이고 벅차올랐어’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감동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 중 하나였고 그래서 감히 부탁을 드렸던 거거든요. 또 김하나 작가님도 저에게 사랑의 미래를 알려주시고.


김하나 : 제가 추천사에 쓴 것처럼, 원고를 읽다가 마지막에는 너무 폭풍 오열을 해서 추천사를 쓸 때 눈이 퉁퉁 부었었어요.

 

오은 : 저희가 도서 팟캐스트이니까 책 추천을 안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동료 소설가들 중에 추천하고 싶은 작가,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서 좋았던 작품을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세희 :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는 너무 많은데, 최애 작가님은 김애란 작가님이에요. 한 번씩 첫 단편집부터 정주행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님이고요. 최근에 읽은 재밌는 소설은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인데요. 되게 재밌었어요. 그렇게 길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데 너무 너무 재밌어요.


박상영 : 이 책 진짜 재밌고 단숨에 읽으실 수 있어요. 저도 김애란 소설가 엄청 좋아하는데, 역시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분은 황정은 소설가예요. 황정은 작가님 책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파씨의 입문』  이에요. 요즘 소설도 다 좋고 안 좋은 책이 하나도 없지만, 저는 그때의 순수한 감정에 집중하고 환상성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시절의 황정은이 굉장히 좋거든요.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것은  『첫사랑은 블루』 라는 청소년 소설이고요. 퀴어 소설인데 미국의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이 발각될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그것을 재밌고 말랑말랑하게 현실의 온도로 풀어낸 가벼운 소설이에요.

 

김하나 :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서요. 마지막으로 지금 쓰고 계신 작품, 아니면 이후에 쓰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세요.


김세희 : 지금 연재중인 장편소설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요. 그런데 쓰고 나서 보니까 ‘내가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곧 연재는 마무리되는데 고쳐볼 생각입니다. 제목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까’이고요.


박상영 : <한겨레>의 ESC 섹션에 연재하고 있는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거의 묶어가고 있어요. 연말까지 연재를 해서 내년 상반기에 에세이집이 나올 예정이고요. 당초에 목표했던 바에 따르면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영웅서사적 성공담을 그릴 예정이었는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위로형 에세이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웃음). 그리고 제 고향인 대구에 수성못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배경으로 범죄가 일어나고 과거를 추적해나가면서 밝혀나가는 형식의 소설을 쓸 생각이에요. 10대의 이야기를 담은, 지금까지 제가 썼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장편에 맞는 거대한 서사를 쓰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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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