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훈 “기타를 치면서 ‘부캐’를 찾았어요”
기타 줄을 튕기며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고 있으면 어느새 긍정적인 무드가 저를 감싸는 게 느껴져요. 기타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는 무언가를 잊고 몰입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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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기타』는 ‘본캐’는 주류회사 마케터, ‘부캐’는 취미 기타인인 송정훈 작가가 기타 연주라는 로망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툭툭 던지는 듯한 유머와 함께 담담하게 기술한 에세이다. ‘기타 한번 쳐볼까?’라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긴 망설임, 기타를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겪은 좌충우돌과 시행착오, 그리고 그 가운데 느끼는 소소한 성취와 행복의 감각은 작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할 만하다. 

타인이나 상황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내 기분만큼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면 기타만 한 동반자도 없다고,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 있다면, 내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세상에 허탈함만 적립하고 있다면, 인간관계의 고단함에 차라리 혼자이고 싶을 때가 많다면, 여기 기타를 치면서 일상이 조금은 견딜 만해지고 재미있어졌다는 ‘손가락 짧은 다한증 기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그에게 기타가 그랬듯 저마다의 ‘행복 버튼’을 찾아보고 싶어질 테니.




‘내 인생의 BGM은 내가 만들고 싶어서’라는 부제가 꽤 인상적인데요. 이번에 출간하신 『난생처음 기타』는 어떤 책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낭만적인 부제와 감성감성한 표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따끈따끈한 신간이고요, 다한증에 음치 박치인 사람이 서른 넘어 뒤늦게 기타에 입문한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입니다. 무언가를 완성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완성해나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 내 얘긴가……’ 하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요, 시작부터 과정 하나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기타라는 세계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주류회사 마케터이신데 이번 책에서는 알코올보다 기타를 더 ‘영업’하셨어요. 알코올을 능가하는 기타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기타는 저에게 ‘리셋 버튼’ 같은 거거든요. 버벅대는 컴퓨터를 껐다 켠 것처럼 퇴근하고 기타를 치고 있으면 새로운 시간이 시작돼요. 저는 관계에 미숙하고 멘탈도 영 부실한 편인데, 성격이 이렇다 보니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편입니다. 오늘 저지른 실수에 대한 자책, 내일 할 일에 관한 걱정, 또 누군가의 말이 할퀴고 간 감정적인 상처 같은 것들이요. 그런 상념이 오래 남은 날에도 기타를 치고 있으면 다 잊힙니다. 기타 줄을 튕기며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고 있으면 어느새 긍정적인 무드가 저를 감싸는 게 느껴져요. 동호회 회원들과 기타를 치고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다른 생각이 하나도 안 난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만큼 기타의 커다란 매력 중 하나는 무언가를 잊고 몰입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기타 이전에는 취미로 축구를 오랫동안 했고, 그 외에도 수영, 복싱, 다도, 홈브루잉 등 다양한 취미를 탐색하셨어요. 짧게 스쳐 가는 취미와 오래 지속되는 취미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시작하는 마음의 크기에 달린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만난 선배 한 분이 악기를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8년마다 새로운 악기를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는 해야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기도 하고, 그 이상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다면서요. 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저도 기타를 잡으며 오랫동안 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반려 악기란 말처럼 평생의 취미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길게 보고 임했기에 오랫동안 취미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영, 복싱, 다도, 홈브루잉 같은 건 한번 맛만 봐볼까, 원데이 클래스로 체험만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고, 정말 그 마음처럼 발만 잠깐 담갔다 나오게 되더라고요.

뭐든 즐기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견딤이 즐김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기타 생활에서 변곡점이 있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타를 어디서 배웠냐는 질문에 독학했다고 답하는 게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타를 시작할 때 독학을 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적 기초가 없고 재능도 없는 삼십 대에게 독학은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처럼 잘 맞지 않는 것이라서 그 시간에 무척 헤맸어요. 그러다 어디 가서 좀 배우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기타 동호회를 다니기 시작했고요, 그 이후로 기타의 즐거움은 부쩍 커졌습니다. 동호회에서는 매달 한 곡씩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요, 그런 노력 끝에 이뤄낸 조그만 성취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니 취미생활에 재미가 붙고 안정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처럼 늦게 기타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동호회에 꼭 다녀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동호회를 다니면서 버스킹도 하고 조그만 공연장에서 연말 발표회도 경험했잖아요? 공연을 하는 기분은 어떤가요?

무척 떨립니다. ‘와우, 짜릿해, 최고야, 내가 해냈어!’ 같은 희열은 잘 못 느끼겠더라고요. 아무래도 실수가 많은 편이라 아쉬움이 남아 그런 것 같고요, 혼자 발진해 흥분하기보다 늘 차분함을 유지하는 선비 같은 심성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주로 실수한 것들, 아쉬운 부분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래도 몇 차례 공연을 경험하며 실수보다는 뿌듯함, 대견함 같은 감정이 작지만 확실하게 커가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이번에 책을 쓰면서 영상으로 남아 있는 기록을 과거에서 현재 순으로 훑어봤는데, 서투른 연주 솜씨 속에서 성장의 흔적이 묻어나더라고요. 그래서 기타와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채널예스> ‘나도, 에세이스트’에 응모하셔서 우수상에 당선되신 적이 있어요. 그 글을 수정해 이번 책에 수록하기도 했고요.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한 건 딱 5년 전부터예요. 그날 저는 마케터들이 모여 SERI CEO 영상을 보고 토의하는 자리에 있었는데, 지식도 경험도 미천한 터라 할 말이 없더라고요. 제발 나한테 말 시키지 마라…… 하는 마음으로 상사의 눈빛을 피하고 있었는데, 문득 그런 제 모습이 무척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을 정리해두면 뭐라도 말할 수 있지 않겠나 싶었거든요. 

그렇게 매일 짧은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나만 보는 일기가 아닌 남들도 봐주는 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주제를 잡아 A4 용지 한두 페이지짜리 글을 매주 하나씩 꾸준히 썼습니다. 그러던 중에 yes24에서 진행하는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에 응모했는데 당선이 됐고요, 조금 안도했습니다. ‘내가 쓰는 글이 엉망은 아니구나!’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난생처음 기타』의 원고를 써 내려갔죠.

연주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혹은 들으면 기타를 치고 싶어질 만한 추천곡도 좋고요. 더불어 이 책을 읽으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친구들과 여수에 놀러 갔습니다. 숙소는 창을 열고 테라스에 나가면 여수 바다가 훤히 보이는 펜션이었어요. 해가 지고 밖으로 나와 고기를 굽고 술도 마시다 보니 흥이 올라 <여수 밤바다>를 떼창으로 불렀어요. 반주는 제가 기타로 하고요. 제 기타 소리에 맞춰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친구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기타 줄을 튕기고 있자니 어린 시절 시소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깨동무를 하고 7인 8각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 여럿이 내는 고성이 국군장병 우정의 무대 같은 느낌이 났을 것 같아 옆 펜션에 죄송스럽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 기타 인생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살면서 틈틈이 다시 보기를 누르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고요. 

꼭 여수가 아니더라도 캠핑을 하러 갔을 때나 집들이를 할 때, 기타를 곁들이면 그 자리가 말랑말랑해진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기타를 배우셨으면 좋겠어요. 시작하기 전에 몸 푸는 셈 치고 『난생처음 기타』를 읽으면 더더욱 좋겠고요.



*송정훈 

주류회사 마케터. 열여덟부터 스물아홉까지 취미라곤 축구밖에 모르던 전직 축덕. 무슨 바람인지 서른 넘어 뒤늦게 장범준에게 빠져서 기타의 세계에 입문, 하지만 기타는 연주의 싹을 틔우지 못하고 무려 2년간 방 한구석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기능했다. 음감 부족, 짧은 손가락과 다한증…… 기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할 만한 이유는 차고 넘쳤다. 그래도 뭔가를 늦게 좋아하기 시작해서 오랫동안 좋아하는 사람답게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하면 오로지 시력에 의존해 영상 속 손가락 모양을 따는 ‘노가다’를 하는 성실함으로 지지부진함을 극복, 현재 3년 넘게 기타 생활을 즐겁게 이어가고 있다.

여심을 훔치기는커녕 기타 연주로 여자친구의 말투 온도를 5도쯤 떨어지게 만드는 기타계의 지진아였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고 동호회 사람들과 조그만 공연도 하고, 짧은 노래를 지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도 해주는 어엿한 기타인이다. 마흔 즈음엔 혼자서 버스킹을 하고, 쉰 살 즈음엔 자작곡을 음원으로 발표하기를 꿈꾼다.




난생처음 기타
난생처음 기타
송정훈 저
티라미수 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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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