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이혼으로 시작된 불면증으로 인해 수면제를 7년 동안 복용했던 한 여성이 수면제를 끊으며 겪었던 1년간의 사투를 낱낱이 기록한 고백이다. 저자 정윤주는 수면제 금단증상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던 경험, 금단증상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느껴야 했던 혼란과 외로움, 불면증의 고통, 감약을 하면서 인생을 회복하고 삶의 목적을 되찾게 되는 과정을 이 책에 솔직하게 담았다. 그리고 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공유한다.
『나는 수면제를 끊었습니다』는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응원이며, 또한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한 인간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된 희망의 이야기이다.
수면제 금단증상과 약을 끊는 과정이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무척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시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고요. 집필 과정은 어떠셨나요?
수면제 금단증상이 남아있고 여러모로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라서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가끔은 신체적 제약이 없는 작가님들을 생각하며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약(약을 끊는 것)의 고통과 과정을 최대한 생생히 느끼며 몰입해야 하는 점이었습니다. 초반에는 그로 인해 힘들었지만 오히려 책을 완성하고 나서는 집필을 통해 제가 보다 더 성장하고 치유될 수 있어서 글쓰기의 놀라운 힘을 체감했습니다.
현재 '단약 디자인 연구소'를 만들고, 약을 끊으려고 하는 분들을 돕고 계시다고요. 어떤 취지로 연구소를 만들게 되셨나요? 현재 작가님께서 하시는 활동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연구소를 만들려는 계획이나 외도는 없었어요. 그런데 점점 더 제 블로그에 수면제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저 역시 이 분들께 막연한 도움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외국의 사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약을 줄이거나 끊을 때 도움을 주는 곳이 전무합니다. 약물 복용이 증가함에 따라 복용에 따른 부작용과 금단증상에 대한 이해나 공감, 가이드가 필요하지만 심리 상담 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래서, 약물 복용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마음을 돌보며 약을 줄이고 끊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수면제를 끊는데 '걷기'를 추천하시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걷기'인가요? 또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 작가님이 꼭 실천하시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걷기는 남녀노소, 시간, 장소, 날씨, 인간관계, 경제적 비용의 모든 제약에서 가장 자유로운 운동입니다. 두 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더욱 효과적인 운동은 많지만, 자신의 주도적인 의지를 발휘하는 생각의 결과이자 실행의 첫 시작으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걷기만한 것이 없습니다. 마음챙김이라고 하면 주로 정적인 활동을 생각하지만 걷기는 ‘동적인 명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특별히 하는 것은 없습니다. 진실은 주어진 일상에 있음을 잊지 않고 기본적인 수면위생을 지키며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매일 30분이상 걸으며 마음과 몸을 돌봅니다.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씀이 '수면제를 먹으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혹여나 제 책을 읽고서 수면제나 항우울제는 나쁜 약이니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실까봐 살짝 우려되긴 합니다. 제가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약의 옳고 그름이나 복용여부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혹은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 있는 약이에요. 저 역시 지난 시절에는 큰 도움을 받은 약입니다. 다만, 약을 복용하는 많은 분들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거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하는지 아닌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약을 복용하니 주체적인 생각을 하거나 온전한 감정을 느끼기 힘듭니다. 내가 아닌 나로 살면서 불안과 우울, 불면, 무기력을 겪습니다. 더 이상 자신을 외면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나 자신을 살 때, 세상은 변화하지 않지만 나의 변화로 인해 기적과도 같은 삶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나를 사랑하자, 진정한 나로 살자’인 것 같아요. 이것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신다면요?
‘나 자신을 사랑하자’고 하면 상당히 어려워하면서 이기심하고 혼동하기도 합니다. 제가 일상을 찾고 회복하기 위해 한 것들은 소소하지만 구체적이었습니다. 걷고, 쓰고, 읽고, 목표를 세우고 생활을 단순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제 자신을 알게 되었고, 평소에 제가 받고 싶은 말과 행동, 눈빛을 남에게 구하지 않고 스스로 행하며 저에 대한 사랑을 키웠어요. 그랬더니 삶에 행복이 넘치고 충만해졌습니다. 제 자신을 사랑한 것 외에는 다른 변화는 없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수 있다면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더 나아가서 나를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더 우울하고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불면증에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게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몸부터 움직입니다. 일단 운동화부터 신고 몇 발자국이라도 걸으면 스스로 실행했다는 성취감이 쌓이고 신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 야외에서 꾸준히 산책하며 몸과 마음을 돌보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그리고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전문적인 코치로서 더욱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으며, 단약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자분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주고 싶고 받고 싶은 사랑을 구체적으로 그린 후 그대로 자신에게 실행해보세요. 사랑은 구체적이며 실제적입니다.
*정윤주 ‘단약 디자인 연구소’ 대표. 7년 동안 수면제를 복용하고 1년에 걸쳐 끊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 불면증, 우울증, 불안 장애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과 정신과 약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이혼으로 인한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했다. 복용할 때는 수면제의 위험을 깨닫지 못한 채 잠을 자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마움’의 다른 이름은 ‘중독’이었음을 수면제를 끊으며 알게 되었다. 약을 끊으며 시작된 자살 충동과 금단증상으로 고통의 나락에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이 아닌, 자신을 미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바닥에서 자신을 대면하며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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