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과 같이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어떠한가’라는 철학적 물음에 관심이 많던 내게, ‘인간의 악’을 주제로 하는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인데, 이 책은 인간의 악이라는 심리에서 출발하여 인간이 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 김성규 교수가 궁극적으로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궁금해졌다.
2017년 가을, 당시 1학년이었던 나는 김성규 교수의 교양 수업을 들으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오랜 시간 동안 사제지간으로 지내오고 있지만, 오늘은 학생이 아닌 인터뷰어로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에서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인간의 악'을 연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신가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시점은 박사학위 논문을 쓸 이론서를 찾던 때였어요. 서점에서 심리학 이론서들을 살펴보던 중 어네스트 베커라는 죽음심리학자의 『죽음의 부정』이라는 책의 제목에 이끌렸어요. 그래서 선 채로 읽게 됐는데, 이런 말이 눈에 띄더라고요. “자연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이 서로 물어뜯고 죽이게 만드는 잔인한 창조자”라고요. 그 순간, 우리 모두는 결국 자연의 다른 피조물들을 물어뜯고 죽임으로써 생존하는 필연적 악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살기 위해 끊임없이 악을 행하고, 자신에게 시시각각 닥쳐오는 자기 존재 파멸의 공포인 죽음을 어떻게든 유보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알기 위해, 악을 연구하게 된 겁니다.
필연적인 악을 갖고 태어난 인간을 조금이라도 선해질 수 있도록 해줄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학생들에게 많이 추천하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율곡 이이의 『성학집요』입니다. 저는 늘 이 책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좋은 자기계발서라고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어떠한 태도를 갖고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좋은 지침서이기 때문이죠. 사서와 삼경을 비롯한 각종 고전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재배열한 후, 부연 설명과 해석까지 잘 달아놓은 『성학집요』는, 정말이지 꼭 한 번씩은 읽어야 할 명저 중의 명저입니다. 『성학집요』야말로 필연적 악을 갖고 태어난 인간을 선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책이죠.
TV나 인터넷과 같은 대중매체에서는 가슴 따뜻한 선행을 행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자주 소개합니다. ‘인간은 악하다’라는 명제를 갖고 계신 작가님께서는 선행을 하는 심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기적 이타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돕는 일을 표현하는 말이죠. 타인에게 선한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 것은 인간에게 특히 두드러진 놀라운 특징 중 하나인데요.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것은 자신의 만족감을 넘어, 집단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태생적으로 집단을 이루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서로 잘 지내기 위해 선행을 하는 것이죠.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착하게 자라야 한다’, ‘남을 도와야 한다’와 같은 말들을 들으며 자랍니다. 이 말에 담긴 주요한 뜻은 우리가 속한 집단 내 타인을 도움으로써 우리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고 잘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의 악’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으신 독자님들이 있을 텐데, 이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책의 맺음말인 「인간은 악하다는 진실」에서 언급한 <바람의 검심: 추억편>은 당연히 추천하는 작품이고요. 그 이유는 책에 자세히 설명해놨습니다. 인간 행위가 지닌 선악의 아이러니에 대해서 잘 알려주는 작품이라고요. 그 외에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제 박사학위 논문의 주요 작품들인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입니다. 3부작을 꼭 다 보셔야 하고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공포이자 악’인 죽음의 공포를, 타인을 위해 극복하는 진정한 영웅과 선, 악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강력 추천합니다.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악의 심리는 또 뭐가 있을까요?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언급되는 것 중 ‘가스라이팅’이라는 게 있어요. 상대방에게 지속적인 비난을 행사하고 굴욕감을 줘서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행위를 말하죠. 지독하게 참견하고 훈수를 두면서 상대방을 ‘아주 못난 사람’, ‘가르침과 훈육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죠. 그러고는 자신의 말이 마치 무조건 맞는 말인 것처럼 상대방이 따르도록 만듭니다. 한 인간을 완전한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무섭도록 악한 심리인데, 정말로 우리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의 인생에 조언을 빙자한 간섭을 하고 싶어하는지를요.
책에서 보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보입니다. 학생들과의 추억으로 책을 만드셨다고까지 했는데, 학생들과 가깝게 지내는 비결이 있을까요?
서강대학교에서 오랜 시간 교수로 재직하신 안선재 수사님이 저한테 그러시더군요. 학생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교수답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교수처럼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교수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교수다움에 대한 기준이 제게는 딱히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학생들과는 강의실을 벗어나는 순간,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납니다. 무엇보다 제가 학생 때 교수님들에게 받아서 좋았던 추억들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금 저의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려 합니다. 친구처럼 술도 마시고, 같이 스티커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고, 운동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교수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 이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겠네요.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당분간은 새로운 책을 쓰는 것보다는 다른 일에 더 힘을 안배할 생각입니다.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일들이 있고, 그것들이 마무리된 후에야 다음 책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를 가지고 독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책으로 전달하는 것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다르니까요. 보다 진솔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가능하다면 어디든 달려갈 테니, 많이 불러주세요!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