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 “태조 왕건은 오늘날 지도자가 배워야 할 리더십의 모범”
지난 2월 출간된 『박시백의 고려사』 1권은 견훤·궁예·왕건이 쟁투한 후삼국시대부터 삼한통일을 지나 광종과 성종의 이야기까지 통일신라가 저물고 고려시대가 개막해 자리 잡는 처음 100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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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350만 독자의 열렬한 사랑과 학계·만화계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우리나라 역사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박시백 화백이 이번엔 ‘고려시대’로 돌아왔다.

『박시백의 고려사』는 정사(正史) 사료에 엄정히 기반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만화적 재미와 역사의 행간을 읽어주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독자들의 지적 여정을 풍성하게 이끌어준다. 낯설기만 했던 고려시대가 한눈에 이해되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은 더욱 영글었고, 한결 또렷하고 세밀해진 작화는 1,100년 전 고려의 인물들이 눈앞에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생함을 자랑한다.

올해 2월 출간된 『박시백의 고려사』 1권은 견훤·궁예·왕건이 쟁투한 후삼국시대부터 삼한통일을 지나 광종과 성종의 이야기까지 통일신라가 저물고 고려시대가 개막해 자리 잡는 처음 100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시백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조선왕조사를 그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그린 『35년』 다음 시리즈로 500년 고려왕조를 배경으로 한 『박시백의 고려사』를 그리게 되셨습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는 고려의 역사를 정사(正史)로서 기록한 문헌인데요, 이렇게 정사 자료를 바탕으로 만화를 그릴 때의 작업 과정과 만화가로서의 주안점이 궁금합니다.

정사 자료를 기반으로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른 요약, 바른 소개입니다. 잘못 전달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업 과정도 선 공부, 후 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관련한 참고서적들을 읽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정사 사료를 필기해가면서 되도록 꼼꼼히 봅니다. 그러고는 필기한 노트를 보면서 담아낼 사건과 인물 등 핵심 내용을 정리해 전체적인 얼개를 짭니다. 이어서 노트와 원 사료를 참고하며 콘티와 그림 작업을 합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박시백의 고려사』에도 등장인물이 참 많습니다. 외모 묘사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더러 관성적으로 그려내는 캐릭터들도 있긴 합니다만, 현실의 인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 조선왕조실록 작업을 할 땐 신문과 함께 배달된 학원 전단에 나온 선생님들의 얼굴을 참조하기도 했었습니다. 독특한 개성을 부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를 그릴 땐 비슷한 이미지를 지닌 현실의 인물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주변 사람일 수도 있고 정치인이나 연예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골격이나 풍겨 나오는 느낌을 차용하는 식이죠.

『박시백의 고려사』 1권에는 왕건, 궁예, 견훤부터 광종과 성종까지 여러 지도자가 등장합니다. 오늘날 지도자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리더십의 표본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단연 왕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왕건의 리더십은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다양한 호족 세력은 물론 후삼국을 통일한 뒤 후백제와 신라의 인물·백성들까지 통합해내는 리더십은 지역, 계층, 세대, 젠더 등으로 나뉜 오늘날의 현실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울러 왕건의 리더십은 민심에 기반한 리더십이자 결단의 리더십이기도 합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민심이라는 큰 흐름을 중시했고, 온후한 성품이나 결단이 필요할 땐 단호히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역시 오늘날 절실히 요구되는 지도자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독자들이 고려의 역사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려시대에 들어서서 비로소 우리의 존재가 이웃 나라들을 넘어 지구 반대편의 세계에까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외세의 숱한 침탈에도 단호히 대응해 매운맛을 보여주었고 금속활자나 팔만대장경, 고려청자로 대표되는 대단한 문화적 역량까지 내보였습니다. 작지만 비굴하지 않고 당당했던 고려로부터 선진국 문턱을 막 넘어선 오늘의 후손들이 배워야 할 정신과 기상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려는 오늘날 우리의 원형이자 가까운 미래가 되어야 하는 통일코리아의 출발입니다. 고구려의 계승을 표방한 고려가 통일의 주역이 됨으로써 우리의 강역이 한반도 중남부에 한정되지 않고 압록강·두만강까지 향하게 되었으며, 우리의 민족적 특성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면들이 조선을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졌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남북으로 분단된 채 상당한 세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통일고려의 기억을 되살려 하나 된 코리아, 한반도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년, 『35년』 4년에 이어 고려사까지 작품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역사만화의 전범을 만들어오고 있는데, 박시백 역사만화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는 사료와 시대를 제대로 요약하여 소개하는 것을 가장 중시합니다. 어떤 역사서도 순수하게 객관적일 순 없습니다. 어떤 사건, 어떤 인물을 소개할 것인가를 선택할 때부터 이미 작가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이고, 기록에 충실히 의존한다 해도 주관적 해석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를 인정하면서 되도록 제가 다루는 시대, 그리고 그 사료에 대해 충실히 요약하고 소개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 저의 역사만화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시백의 고려사』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몇 권으로 언제쯤 완간할 것인지, 각 권에 대략 어떤 내용을 담아낼 것인지요?

모두 다섯 권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각 권에 대략 100년 전후의 역사가 다뤄집니다. 조선사의 경우는 권마다 한두 왕의 시대를 다뤘기 때문에 인물들에 대해 좀 더 깊이 다룰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해 아무래도 간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나온 1권이 후삼국의 통일과 고려 초기의 정비과정을 다뤘다면, 2권은 거란과의 전쟁과 이후의 안정된 시기 그리고 이자겸의 난, 묘청의 난 등을, 3권은 무신 반란에서 시작해 최씨 정권의 시대까지, 4권은 몽골의 침략과 항전, 항복과 부마국 고려를, 5권은 고려말의 혼란과 패망까지를 다루게 됩니다.

특히 5권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권과 시대가 거의 겹칩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권이 조선 건국자들의 움직임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박시백의 고려사』에서는 망해가는 고려왕조의 입장에 방점을 두고 소개해볼 생각입니다.

박시백 화백의 만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독자님들의 애정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독자님들이 제 만화를 찾아주시는 한 열심히 어느 시대건 역사만화를 그리고 있을 겁니다. 제 만화를 봐서 우리 역사를 잘못 알게 되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하며 작업하겠습니다.



*박시백

시사만화가. 196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총학생회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96년 한겨레신문 만평담당자 모집에 응모해 당선되었다. 이어 박재동 화백의 뒤를 이어 2001년 4월까지 한겨레신문에서 '박시백의 그림세상'을 연재했으며, 그 외에도 〈말〉, 〈출판저널〉, 〈뉴스피플〉 등의 매체에 만평을 연재한 바 있다.




박시백의 고려사 1
박시백의 고려사 1
박시백 저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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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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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시사만화가. 1964년 제주도박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하면서 총학생회 신문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1996년 한겨레신문의 시사만화가로 데뷔했으며, 만평 〈한겨레 그림판〉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사 풍자를 보여줬다. 이듬해부터 연재한 〈박시백의 그림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 많은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그 외에도 〈말〉, 〈출판저널〉, 〈뉴스피플〉 등의 매체에 만평을 연재한 바 있다. 박시백의 연재만화는 네컷 만화나 한컷짜리 만평이 아닌, 시사 만화로서는 지면이 넓은 편인 페이지 만화이다. 한 이슈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희화화하거나 패러디를 하는 보통의 다른 만평들과 달리, 그의 만화는 사건의 전후관계 및 배경과 진행, 그리고 작가의 논평 등의 과정을 통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줄거리 시사만화이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는 부드럽고 유연한 제시방식과 긴 호흡을 가진 '수필만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사만화로서의 본질적 임무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가 〈한겨레신문〉, 〈출판저널〉, 〈말〉, 〈뉴스피플〉 등에 연재했던 시사만화들은 『박시백의 그림 세상 -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2000년 《조선왕조실록》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이를 만화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2001년에 그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었다. 2003년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첫 권이 출간되었고,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후 10년간 조선시대 사관의 심정으로 500년 역사를 20권의 책에 담아내 2013년 완간했다. 13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그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 일제강점사를 다룬 《35년》(전 7권)을 내놓았다. 2022년 《박시백의 고려사》 첫 권을 출간하며 한반도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나라 고려의 500년 역사를 탁월한 서사와 독보적인 작화로 생동감 있게 되살려내는 데 전념했고, 2024년 전 5권으로 완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