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칼럼, 에세이, 스탠드업 코미디, 드라마 등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쓰는 윤이나 작가는 이 책을 두고 “장르 불명 인터랙티브 옴니버스 에세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두 권의 에세이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출간하고 또 신작이 나왔다! 원래 이렇게 부지런한가?
황효진 작가와 쓴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는 2020년에 쓴 글이 1년이 지나 출간된 거였고, 단독 저서는 1년 만이라 연이어 출간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1월에 첫 소설 「아날로그 로맨스」가 실린 『무드 오브 퓨처』가 출간돼서 3~4개월 간격으로 책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다들 ‘또 나와? 도대체 어떻게? 헤르미온느야?’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가지고 있었던 원고는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는 연재 원고를 상당히 많이 고쳐서 새로 쓴 기분이긴 하다. 쓰는 동안 행복했기 때문에 세상에 나온 지금은 홀가분한 상태다.
프롤로그에 “일단 글쓰기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일을 통틀어 경제적으로 가장 저부가가치의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12쪽)”라고 썼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출판하는 이유는 뭘까?
늘 ‘마감 노동자’로서 내가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고 직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시급으로 환산했다가 정말 큰 충격을 받은 게 벌써 4~5년 전의 일이다. 정작 첫 책을 제외한 저서가 모두 그 이후 출간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읽는 사람이라서 쓴다. 나는 창작자로서 내가 보고 즐길 수 있는 무엇을 만들고 싶다. 내가 여전히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모르는 세상을 만나고, 우연히 만난 문장에 내 삶을 겹쳐 두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책을 쓴다. 장르와는 상관없이 읽고, 보기 때문에 모든 장르를 쓰는 거고.
가장 추천하는 OTT 작품을 선별했다. 기준이 있었나?
일간지에 연재되었기 때문에 시의성을 생각했고, 될 수 있으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않은 작품, 찾아 봐야 볼 수 있는 작품을 다루었다.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는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서 다큐멘터리에 관한 글도 많이 썼다. 보통 한 줄 요약이 어려운 이야기, 복잡하고 고유한 여성 인물이 등장 하는 이야기에 끌린다. 엄마가 책을 읽고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하냐’고 하셨는데,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책을 읽은 지인들이 하나같이 <올리브 키터리지>에 관한 글의 같은 문장만 골라와서 조금 곤란할 지경인데, 이 질문을 받고 깨달았다. 그들이 모두 책을, 소설을, 종종 소설만이 해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올리브 키터리지>를 본다면, 소설과 드라마가 각각 같고 또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좋은 이야기’를 우리와 만나게 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웨이브에서 볼 수 있고, 이 정도까지 얘기 했으면 정말 꼭 봤으면 좋겠다.
“픽션에서도 현실에서도 그 어떤 이야기에서도 나는 해피 엔딩을 기대하지 않는다.(13쪽)”고 썼지만 누군가 “당신이 정의하는 궁극의 해피 엔딩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드라마 데뷔작인 <알 수도 있는 사람>이 열린 결말로 끝났다. 잘 봐오던 시청자들이 악플을 달고, 작가를 찾고, 심지어 해외의 드라마 리뷰 사이트에도 결말을 납득할 수 없다는 후기가 올라올 정도였다. 더 많은 수의 대중에게 만족을 줘야하는 드라마 작가로서는 뼈에 새긴 조언이지만, 이야기를 끝내는 방식으로서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많고 닫아 두지 않은 결말을 좋아한다. 해피(혹은 새드)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엔딩이, 나에게는 최고의 엔딩이다.
OTT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는 독자라도 이 책을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보고 싶지만 보기가 싫다’고 생각하면서 OTT 메인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는 분들, 작품과 추천이 넘쳐나서 오히려 뭘 봐야할지 고를 수 없는 분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마지막까지 후보였던 제목 중에 ‘보다 보면 살고 싶어질 거야’가 있었는데, 보다 보면 살고 싶어지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을 만나 주시면 좋겠다. 여기에는 작가 윤이나의 에세이도 포함이다.
다음 작품을 쓰고 있나?
책 대신 다음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단행본 세 권과 공저 두 권이 나오는 동안 계속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또 고치고 있는 상황이라 정확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만나실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예정된 책이 없으므로 <월간 채널예스>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인데 그래도 만나볼 수 있는 채널은 OTT가 될 것 같다. 꽤 성실한 독자이자 좋은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 보는 시청자로서의 내가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의 별책 에세이를 쓰고 싶어지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윤이나 칼럼부터 에세이까지, 스탠드업 코미디부터 드라마까지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2016년 첫 에세이집 『미쓰윤의 알바일지』를 출간했고 2017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일하는 여자들』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같은 해에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썼다. 콘텐츠팀 헤이메이트를 통해 읽고, 보고, 말하는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여성들과 함께 나누며 ‘나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다. 동료와 함께 팟캐스트 <시스터후드>를 만들고 있다. 띵 시리즈에는 <라면>으로 참여했으며 '하얀 음식'을 싫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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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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