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닥터 둠’ 거시경제의 거장 김영익 교수는 자신만의 ‘주가예고지표’를 바탕으로 지난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후의 반등, 2004년 5월의 주가 하락과 2005년 주가 상승, 그리고 2022년 4월의 주가 하락까지 적중했다. 그의 투자 예언은 계량 경제에 천착하며 다양한 모델을 적용하는 성실한 투자 연구와 치밀한 시대 탐사에서 비롯된다. 공부, 특히 ‘시대에 대한 공부’만 제대로 한다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것이 경제 시장이라는 것이 그의 흔들림 없는 지론이다.
김영익 교수는 거시경제 변수와 금융시장 변수들을 가지고 “지금은 어떤 시대다”라고 명징하게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주식, 채권, 금, 부동산 등 여러 자산들을 최상의 비중으로 배분하여 다가올 부의 기회를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드는 전략 세우기까지 유기적 ‘부의 대전환’ 시나리오를 촘촘하게 그려왔고, 그 결과물을 바로 이 책 『더 찬스 The Chance』에 담아냈다.
『더 찬스 The Chance』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개인에게 당하면 ‘일부’ 자산을 잃을 수 있지만 시대에 당하면 ‘모든’ 자산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여기저기 흩어진 경제 지식들을 하나의 압축적인 로드맵으로 구축할 필요성을 느껴왔습니다. 거시경제 변수와 금융시장 변수들을 가지고 “지금은 어떤 시대다”라고 명징하게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주식, 채권, 금, 부동산 등 여러 자산들을 최상의 비중으로 배분하는 전략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어떤 위기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부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과 금리, 환율, 그리고 이와 관련한 우리 경제와 자산 가격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살펴보고 세계 경제성장 축의 변화를 예측해봅니다. 2부에서는 환율 전쟁에 대해 알아보고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지 제안하고요. 3부에서는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 경제를 진단하고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주가와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을 전망하고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위기가 온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리고 여기저기서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에 저는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상반기 사이에 세계 경제가 이중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쓸 만한 무기가 없다는 것이에요. 여기서 무기란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말하는데, 정부가 부실해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지출을 많이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가장 큰 문제는 통화정책입니다. 현재도 금리가 0%대인데 뭘 어떻게 더 내리겠습니까. 또한 정부에서 돈을 풀더라도 가계와 기업 부채가 많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 여력이 크지 않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에 오는 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위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는 딱 하나, 경제의 대외의존도입니다. 2021년 우리나라 GDP에서 재화와 용역을 포함한 총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였습니다. 이는 미국 12%, 일본 19%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요. 일본이 1990년대 장기 불황에 빠졌을 때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9%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세계 경제가 어려우면 우리는 일본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세계 경제가 좋으면 우리나라는 일본식 불황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코스피의 흐름도 국제유가의 흐름과 거의 일치합니다. 요컨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한다면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세계 경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코스피 시장이 한 번 더 폭락했습니다. 앞으로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오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명목 GDP가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지요. 장기적으로 명목 GDP 성장률보다 주가는 1~2% 정도 더 높게 성장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하니까 주가도 장기적으로는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2020년에는 우리나라 코스피가 무려 31%나 올랐습니다. 고평가 영역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명목 GDP로 나눈 버핏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과거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올라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 기준으로 보면 2021년 말 버핏 지수가 1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0년 평균은 82였어요.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굉장히 높을 텐데, 2021년에 주가가 과대평가 영역에 들어선 만큼 기대수익률을 많이 낮추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실질 기준으로 2% 이하로 떨어졌고, 물가를 고려한 명목 GDP 성장률은 3% 정도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가는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매년 4~5%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여요. 주식시장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시기인 것입니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을 5가지로 정리 부탁드립니다.
첫째, 핵심가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자기가 잘하는 분야는 더 잘해야 합니다. 둘째, 산업 추세에 따라 양손 경영을 해야 합니다. 셋째,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2022~2023년에는 글로벌 경제의 침체와 주가 하락으로 좋은 기업들이 낮은 가격에 많이 나와 인수합병 기회가 많을 거예요. 넷째, 중국 등 아시아 소비 시장도 잘 이용해야 합니다. 다섯째, 여성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추세는 개인화한 다양한 상품에 대한 수요입니다. 과거에는 동일한 상품을 값싸게 대량생산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였어요. 그러나 앞으로는 세계화보다는 지역화가 더 중요해지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회화보다는 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을 중시하는 동일한 상품보다는 개인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생산이 늘고 있어요. 맥주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 맥주 제조회사에서 특정 맥주를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도 이런 방식으로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부동산 가격에도 조정이 올까요? 주가와 채권 시장 거품도 무너졌지만, 집값 붕괴에 대한 공포도 상당합니다. 부동산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실까요?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요? 초기에는 금리와 대출이 영향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6개월, 12개월이 지나면 금리나 대출보다 훨씬 더 집값에 영향을 주는 게 '경기'예요. 우리 정책 당국은 금융불균형이 심각하게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부채, 특히 가계 부채가 너무 빠르게 늘고 자산 가격, 그중에서도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다는 겁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위원회는 가계 대출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이나 대출 규제가 초기에 집값을 하락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경기가 집값 하락 추세를 가속화할 수 있어요.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동행지수순환변동치입니다.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6개월, 12개월 후의 집값을 굉장히 많이 설명해줍니다. 2021년 7월부터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하락 추세로 전환했고, 이로 미뤄보면 동행지수순환변동치도 조만간 꺾일 거예요. 따라서 2022년에는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물론 집이라는 것은 꼭 한 채는 있어야 합니다. 원리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으면 돈을 빌려서라도 ‘살 집’ 한 채는 가지고 있는 게 좋지요. 하지만 갚을 능력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할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금리 시대 앞으로 개인 자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교수님의 자산관리 비법도 궁금합니다.
저도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9만 5천 원까지 오를 때 비중을 좀 줄였고, 7만 5천 원까지 떨어질 거라고 예측했었는데 그것보다 더 떨어졌지요. 이런 때를 대비해 인버스 ETF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합니다.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진 만큼 인버스 ETF가 상승해서 메꾸는 식이죠.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생각될 때 인버스 ETF를 팔고 삼성전자 주식을 더 살 겁니다.
2020년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현상이 벌어지며 다시 주식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주식도 많이 사고 주가도 올랐기 때문이지요. 2021년에 주식 비중이 거의 23%까지 높아졌는데, 저는 금융자산의 25% 정도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지요. 다만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저금리 시대로 들어가므로 주식 배당 투자는 꼭 해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 20~30대는 100세까지 살 테니 좀 더 멀리 보고 투자해야 하지요. 절대 단기에 큰 욕심을 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더 찬스 The Chance』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경기에는 항상 사이클이라는 게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충격을 받은 세계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죠. 그러나 저는 2023년 무렵에 상당히 어려운 위기가 한 번 더 닥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각국의 부채가 너무 많고 자산 가격의 거품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세계 경제가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오면 우리는 또 다른 부를 축적할 수 있고요. 이 책의 제목 ‘더 찬스’는 바로 그런 뜻에서 지은 제목입니다.
위기는 우리가 충분히 대비하고만 있으면 또 다른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주변에 부자들을 봐도 위기 때 현금이 많이 있었고, 용기가 있었어요. 어려운 시절을 맞으면 많은 사람이 두려워서 투자를 못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부자들은 가진 현금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를 일으켜 또다시 금융자산을 축적합니다. 부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시대에 당하지 말자.” 시대에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가정에서, 또 회사에서 정말 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부터 자산에 관한 큰 선택까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거시경제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지요. 이 책이 여러분이 해나갈 수많은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회는 지금 오고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하나대투증권 부사장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등을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이자 한국금융연수원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만의 ‘주가예고지표’를 바탕으로 지난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그 후의 반등, 2004년 5월의 주가 하락과 2005년 주가 상승 등을 맞춰 일약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경제위기를 사전에 경고하기도 했다. 5년 연속 매경이코노미, 한경비즈니스 등 주요 언론사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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