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얼굴』 이슬아 작가 북토크 현장
얼굴을 가진 우리는 가속화될 기후 위기 앞에서 모두 운명 공동체다.
글ㆍ사진 백가경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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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서교동 마음산책홀에서 『날씨와 얼굴』 출간 기념 북토크가 열렸다. 『날씨와 얼굴』은 이슬아 작가가 지난 2년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한데 모아 엮은 책으로 그의 첫 칼럼집이기도 하다. 이슬아는 수필, 서평, 인터뷰,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써왔으며, 에세이 『일간 이슬아 수필집』『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아무튼, 노래』 등으로 소소하지만 살가운 시선으로 사랑을 받아온 작가다. 하지만 이번 신간에서 그는 조금 더 큰 범주의 사회 현상과 역사, 기후 위기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촘촘히 엮어냈다.



누락된 목소리를 옮겨 적는, 기록의 저항

'칼럼'이란 신문, 잡지 등에서 시사, 사회 풍속 등을 촌평하는 기사를 말한다. 짧은 글 속에서 칼럼을 쓰는 이는 특정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 어떤 행동을 촉발해야 하는지 힘 있는 어조로 독자에게 호소한다. 지금껏 친구와 애인, 가족 등의 이야기 등을 소재로 인기 있는 에세이스트로 활약한 이슬아 작가가 첫 번째 칼럼집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경향신문>을 통해 꾸준히 사회적 목소리를 내온 글이 쌓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는 이러한 '칼럼이 여전히 더 필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숨겨진 얼굴, 이를테면 공장식 사육으로 먹이가 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의 얼굴, 새벽마다 감당할 수 없는 택배를 배달해야 하는 이의 얼굴, 기본적인 이동권을 위해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장애를 지닌 이의 얼굴. 그들의 얼굴로부터 누락된 목소리와 이야기가 세상에는 너무나 많고 이를 글로 기록하는 것이 작가의 저항 방식임을 이슬아는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확신이 그늘진 얼굴로부터 흐르는 땀과 눈물을 조금이나마 거두는 데 일조하길 바라본다.

이런 문장을 마주하면 나는 마음을 다칠 줄 아는 이가 몹시 그리워진다. 작가들은 실패할 것을 알면서 주어를 바꿔 말하고 있었다. 세상 대부분의 일이 '어차피'와 '최소한'의 싸움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과 그래도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절멸하지 않고 싶다는 의지였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소망이었다.  _『날씨와 얼굴』 59쪽



독자와의 Q&A

『날씨와 얼굴』처럼 좋은 책을 읽으면 저만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올바른 방향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일갈할 수 있는 현실로 돌아오면 가치관을 담아 목소리를 내는 일이 두려울 때가 많아요. 특히, 저 같은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SNS에 정치적 글 한 줄을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이런 지점에서 비거니즘, 페미니즘 등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용기 있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6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내지 않고 필명으로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 해요.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글쓰기에서 제약을 종종 느끼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말을 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은 트위터에서 글도 잘 쓰고 유머 감각도 출중한 익명의 계정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런 익명의 계정이 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나'로서 글을 쓰기 위해서 제가 늘 상기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때로 한심하고 게으르고 변태적이라는 거예요.(웃음) '그 사람들도 나처럼 때때로 한심하겠지?' 생각하면 신념을 실천할 때 조금 용기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동지들이 옆에 있는 것도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글쓰기 모임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동지를 만났어요. 함께 싸울 수 있는 친구들이죠.

저는 공연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작가님께서 이번 책을 통해 마감에 대해 언급할 때 공감이 됐어요. 저 역시 공연하기 전까지 마감하는 심정을 느끼거든요. 작가님은 마감을 위해 어떻게 컨디션 관리를 하시고 보통 어떤 때 좋은 글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마감을 하신다면 너무 잘 아시겠지만 좋은 글은 보통 마감이 완성하는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어 저는 오늘 자정이 마감이라고 하면 저녁까지는 긴장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마감일을 조정할 수 있는 마감과 절대 늦출 수 없는 마감이 있잖아요? 안 지키면 끝장인 마감 때 가장 좋은 문장이 나온다는 걸 저희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글을 보면 장르와 관계 없이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요. 하지만 살다 보면 참혹한 사건이나 사회 속 문제들, 다양한 사람을 보면서 소위 '인류애'가 사라진다는 표현을 쓸 때도 생기더라고요. 작가님께서는 자신의 마음을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 사회 현상을 봤을 때 마음이 꺾이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도 계속해서 다정한 태도를 지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감사하고 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그런 마음을 갖기에 편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일 것 같아요. 저는 프리랜서이고 너무 싫은 사람과 하루 종일 회사에서 부대껴야 하는 상황이 없으니까요. 저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을 선택해서 만날 수 있는 운이 좋은 경우이지요. 그런데도 어려운 타인이 늘 존재합니다. 하지만 작가라면 인류애를 잃는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은 제게 오만하게 느껴질뿐더러 그런 냉소를 할 자격이 제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기후 위기, 동물권에 대해 말할 때는 그런 태도를 경계하곤 합니다. 

또, 일상을 살다보면 소중한 경험을 마주하게 돼요. 예를 들어 택시 기사님과 같이 라디오를 듣다가 낙태죄 이슈로 열띤 토론을 했던 일, 그 와중에 서로의 생각을 물어보고 서로의 배경을 듣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헤아리면서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하는 때가 있잖아요. 언제나 나와 비슷한 사람하고만 대화할 수 없고 나와 다른 사람과 이야기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런 에너지를 늘 남겨 놔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러기 싫은 날도 있겠죠, 그럴 때는 안 하면 되는 거고요. 저는 언제나 타인을 헤아릴 힘이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이슬아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잡지사 기자, 누드 모델,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단편 소설 「상인들」로 데뷔 후 작가이자 헤엄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수필, 칼럼, 서평, 인터뷰,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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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경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지만 시를 자주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