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라진 세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청소년에게 벗어날 수 있다고, 상처는 회복되고 또 다른 삶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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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학교 가기 싫다!” 지긋지긋하지만 벗어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등교를 준비하는 비몽사몽 십 대. 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놀라운 세계관의 소설이 출간됐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요즘 청소년’들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온 범유진 작가의 신작 『쉬프팅』은 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학교가 사라진 세계’, 그 발칙한 상상을 과감하게 실현해 낸 청소년 SF소설이다.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다른 선택을 결심한 소년 소녀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학교가 답답한 십 대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관습적으로 떠올리던 ‘학교’의 의미와 기능을 되돌아보게 해줄 작품이다.





십 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열렬히 환영할 수밖에 없을 ‘학교가 사라진 세계’를 그려내셨습니다. 그 시절, 작가님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이었나요?

로아처럼 도피처이기도 했고 도율처럼 정말 싫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십 대에게 학교란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공간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너무나 복잡하게 뒤엉켜 있잖아요.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보호받던, 혹은 좁기에 더욱 그 안에서 괴로워하던 어린아이가 좀 더 넓어진 울타리 안에서 밖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의 이동 방법이자 이번 신작의 제목이기도 한 ‘쉬프팅’이라는 소재가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이 독특하고 재미난 소재를 채택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계단 괴담이 있었습니다. 특정 장소의 몇 번째 계단을 밟으면 귀신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어른이 된 후에 다른 세계로 가는 괴담이 세대 불문 버전별로 있는 게 흥미로워서 좀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귀신의 세계로 가는 버전이 있다면, 평행세계로 가는 버전도 있더군요. 그중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도시전설이 인상 깊어서 고이 소재함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학교가 사라졌다’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던 중 사회적 의미의 ‘학교’의 소실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설정이라 생각해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로아와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도율의 상황은 실제로도 많은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에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지요. 청소년과 폭력 문제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겪어온 일들이고,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 겪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력의 기억은 발아래 웅크리고 있는 늪과 같습니다. 청소년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어른이 된 후에도 언제든 그 아래로 끌려 내려갈 수 있어요.


청소년은 자신의 힘만으로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더 쉽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부분은 제쳐 두고 현실적으로만 따져도 그렇습니다. 법적 대리인 없이 집을 빌릴 수도 없고, 모텔에 장기 숙박을 할 수도 없으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힘들죠. 사회 경험이 적기 때문에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또 다른 삶이 있음을 상상하기 힘들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벗어날 수 있다고, 상처는 회복되고 또 다른 삶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달라진 세계에서 자기 자신 또한 달라지기를 결심한 로아와 이전 세계에서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복수를 결심한 도율…. 『쉬프팅』은 결국 ‘선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로아의 선택이야말로 스스로를 위한 가장 건강한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도율의 선택도 이해가 된다는 독자들이 있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도율의 선택과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아와 도율의 차이는 자신이 머물고자 하는 준거집단을 찾아낸 경험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의 유무입니다. 로아는 학교를 자신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실제로 미래까지 꿈꿀 수 있게 된 건 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입니다. 클라이밍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성취감을 느낀 후의 일이죠. 도율은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는 두 아이 중 어느 한 명이 더 절실했거나 그렇지 않아서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지요. 도율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되짚어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실패가 무의미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선택이 언제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아도 다음이 있는 법이니까요.


로아에게 있어 태이의 존재는 변화의 시작이자 든든한 버팀목과도 같은 동지이지요. 태이와 같은 친구가 간절한 청소년들이 많을 텐데요. 외롭고 고민 많은 청소년들이 태이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의외로 느슨하고 넓게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어렵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면 언젠가 서로의 이야기가 겹치는 친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은 내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요.


『쉬프팅』의 열린 결말에 대해 로아와 도율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작가님의 마음속에서 두 아이는 지금 어떤 세상을 마주하고 있나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세상에 우뚝 서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로아가 실패할지도 모르지요. 로아도 도율도 실패해도 괜찮고 다음이 있음을 알아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만의 이유로 ‘내 인생의 쉬프팅’을 꿈꾸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찾아낸 또 다른 세계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펼치는 행동이 저의 엘리베이터 버튼이었던 셈이지요. 청소년 여러분도 각자의 버튼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범유진

「왕따나무」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내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 『I필터를 설치하시겠습니까?』 『친구가 죽었습니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내일의 소년 어제의 소녀』 등이 있으며, 『열다섯, 그럴 나이』 『3월 2일, 시작의 날』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 등 다양한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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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