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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전문대 간호학생이 뉴욕 병원에 입성하기까지

『간호사라서 다행이야』 저자 김리연 간호사 인터뷰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덕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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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생이나 간호사가 아닌 분들, 자신의 꿈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도 읽고 공감해주셔서 의외였어요. 같은 의료 계열이 아니어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드니 너무 감사하죠.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 취업률이 높은 간호사는 전문직으로서 점점 더 인기가 올라가는 직종이다. 하지만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30%를 넘나들 정도로 높은 것도 현실. ‘여자들의 군대’라고 불릴 만큼 수직적인 간호사 세계, 팔팔한 청춘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만들기 십상인 고된 근무 등, 이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어떻게 간호사로서 일의 의미를 찾고, 개인의 행복한 일상을 추구하고, 자기 안의 가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을까?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떨리는 가슴으로 미국에서 온 간호사의 강연을 듣던 간호학생에서 이제 자신의 이름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간호사’라는 수식을 붙이기까지, 조금은 특별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청춘 간호사가 꿈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온 과정을 솔직하고 경쾌하게 풀어놓은 에세이다. 김리연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예전의 자기처럼 울고 웃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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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꿈이 간호사는 아니었다면서요? 어쩌다 간호대학에 들어갔는지, 그리고 간호대생 시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네요.


딱히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뉴욕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가진 철부지 고3이었어요. 4년제 대학 영문과에 합격하긴 했는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고민이 들었죠. 그러다 어머니의 권유로 갑작스럽게 간호대를 택하게 되었어요. 저희 학교에 호주 간호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호주 간호사가 되면 더 빨리 미국에 갈 수 있겠지 싶어 4년제 대학을 포기하고 3년제 간호전문대학교를 선택했지요. 3년제였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간호학 자체가 쉬운 학문이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이니만큼 공부가 힘들어도 학생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어요. 내 손에 한 사람의 생명이 달렸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공부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어느 학교건 간호학과 학생들은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합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과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미국 병원과 한국 병원은 어떤 점에서 가장 다른가요?

 

지금은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대형 병원인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의 암센터에서 항암 간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항암 치료를 받으러 내원한 환자들의 교육, 치료, 그리고 추후 관리까지 교육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간호사의 사회적 위치가 높은 편이에요. 간호사라고 하면 굉장히 인정해주는 분위기입니다. 치료적인 부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또 한국에서처럼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없어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게 사실이고, 직장 분위기가 편안해요.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제대로 하고 ‘칼퇴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간호’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에요. 그런 반면, 한국 간호사는 더 열심히 일하죠. 직업에 대한 신념이나 열정은 훨씬 뜨거운 것 같아요.

 

요새는 미국에서 간호사 취업이 무척 어렵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취직할 수 있었나요?


미국에 와서 정말 많은 병원에 지원했어요.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이력서를 썼는데, 하루에 10군데를 넣은 적도 있어요. 그러다 사기도 당했어요. 취업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뉴욕에서도 큰 병원인 베스 이스라엘에 취직이 됐다며 개인 정보를 보내라는 거예요.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기뻐서 오두방정을 다 떨었는데, 뭔가 찜찜해서 병원에 직접 전화했더니 그런 에이전시는 이름도 모른대요. 사기꾼이었던 거죠. 그래도 그때 구직자들을 간단하게 인터뷰하는 오픈하우스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병원 인사과로 향했어요. 마침 항암 병동에 자리가 있어서 며칠 후 정식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첫 인터뷰에서 다행히 합격이 되었어요. 그날 인터뷰를 하고 감정이 복받쳐 많이 운 기억이 나요. 사기꾼 덕분에 합격을 한 웃픈 사연이랍니다.

 

운영하는 블로그의 인기가 상당해요. 비결이 뭘까요?


사실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 블로그로 시작했는데 글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내가 제일 잘 알고 정보도 줄 수 있는 쪽으로 해보자 하곤 간호사 생활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간호사는 힘든 직업이라 보통 일에 찌들어서 집과 병원만 오가기 쉬운데, 저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운동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글이나 간호사로서의 ‘행복’을 주제로 한 내용을 많이 올렸어요. 많은 분들이 읽고 대리만족을 하고 힘도 얻는다며 좋아해주셨어요. 블로그 이웃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책도 내게 되었고요.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평범한 제주도 여고생의 뉴욕 병원 입성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느낀 감정들, 배운 교훈들을 솔직하게 써내려 갔어요. 간호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진정한 간호를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간호사 생활을 하는 현직 간호사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슬프거나 힘들 때 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아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내 이야기가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쓸 용기를 냈어요. 간호사에 관심이 있거나 시작하는 새내기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알찬 정보를 넣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한국의 간호사 이미지나 환경이 향상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녹아 있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년 만에 퇴사한 뒤 패션모델로도 일해보고, 수술실 보조 간호사로 삼성에 재입사, 거기다 승무원 시험에도 도전했다면서요. 뭘 믿고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닌 거예요? 불안하진 않았나요?


저에겐 현실적으로 간호사가 ‘돌아갈 구석’, ‘비장의 무기’ 같은 직업이에요. 힘들긴 하지만 취업률이 높은 전문직이잖아요. 그 덕분에 재정적인 어려움 없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고 싶었던 다른 직종을 두루 경험해볼 수 있었어요. 방황의 계절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라서 다행이야’가 제목이 됐어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습니다(웃음). 꿈에 그리던 뉴욕에 와서 당당한 전문직 여성으로 일하고 있고요.

 

첫 책이라 독자들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 같아요. 


독자 서평을 읽다 보니 “정말 학교 선배, 옆집 언니가 해주는 이야기처럼 현실적이고,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써주신 분이 있었어요. 제가 딱 바라던 관점으로 책을 봐주셔서 감탄했어요. 역시 마음은 통하는구나 하고요(웃음). 책을 읽으며 눈물 흘렸다는 분이 꽤 많아서 저도 찡했어요. 간호사의 태움(선배 간호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혼난다는 뜻의 은어로, ‘재가 될 때까지 활활 태운다’는 뜻)문화는 악명이 높지요. 당해보지 않으면 그게 얼마나 힘들고 속상한지 상상도 못할 정도예요. 그래서 간호사 분들이 제 책을 보며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간호학생이나 간호사가 아닌 분들, 자신의 꿈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도 읽고 공감해주셔서 의외였어요. 같은 의료 계열이 아니어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드니 너무 감사하죠.

 

이 책을 읽을 예비 또는 신규 간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학생 때 실습을 나가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 시기가 없다면 진정한 간호사가 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실습할 때 힘든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어떤 부서에서 내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것을 잘 알아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간호사는 평생 직업이니까요. 인생은 서바이벌입니다. 신규 생활도 참 힘들죠. 하루가 천년 같이 느껴질 때가 있고, 너무 고달파 눈물이 다 나지만, 신규 시절도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답니다. 주위의 환경 때문에 너무 상처받지 말고, 모진 사람으로 변하지도 말고, 계속 처음의 예쁜 마음 간직한 간호사가 되길 바랄게요. 그리고 간호사로서 성공한 인생, 행복한 인생을 사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이미 현직에서 뛰고 있는 간호사 분들은 빼놓으시는 건가요?


설마요, 소중한 동료 간호사 분들! 막상 간호사가 되면 병원이라는 우물에 갇힌 것 같지요. “나는 간호사로 평생 살아야 되나” “여기 아니면 내가 어딜 가겠어? 갈 데도 없어” “내 인생은 여기서 시작해서 마무리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랬고요. 이런 생각이 가뜩이나 힘든 병원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어요. 그럴 때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기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다른 일을 시도해보고 더 열심히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방황해보아요.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언인지 혹은 간호사라는 직업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경험을 많이 해보길 바랍니다. 백살 인생에 늦은 게 어딨겠어요? 우린 늘, 아직, 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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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서 다행이야 김리연 저 | 원더박스
떨리는 가슴으로 미국에서 온 간호사의 강연을 듣던 간호학생에서 이제 자신의 이름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간호사’라는 수식을 붙이기까지, 조금은 특별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청춘 간호사가 꿈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온 과정을 솔직하고 경쾌하게 풀어놓은 에세이이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예전의 자기처럼 울고 웃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현실 속 초보 간호사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병원 안팎에서 저자가 겪은 다양한 좌절과 성취의 경험에 관해 포장과 가식은 걷어내고, 꾸밈없이 친근하게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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