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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헌책방 <북오프(BOOK-OFF)>

오늘은 아이들과 작년 4월에 우리나라에 오픈한 일본의 대표 신고서점 체인 <북오프(BOOK-OFF)>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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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하면 왠지 먼지 앉은 ‘가로본능’의 책이 수북이 쌓인 공간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감정일까요? 그러나 종종 폼 나게 꾸민 헌책방을 만나면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또 그 색다른 맛에 나도 모르게 감염되기도 합니다. 시드니의 작은 동네에서 만난 재활용 서점의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나 동경에서 우연히 들른 고서점의 아기자기하면서 잘 정리된 분위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머무르고만 싶은 곳이었어요. 지난번 다녀왔던 <뿌리와 새싹> 또한 그런 공간 중의 하나였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작년 4월에 우리나라에 오픈한 일본의 대표 신고서점 체인 <북오프(BOOK-OFF)>에 다녀왔습니다. 이곳도 역시 헌책방이었지만 전혀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화책 읽는 것이 공통 취미 가운데 하나인지라 오늘 북오프에 간다고 하니까 두 아이 모두 좋아하더군요. 무슨 책이 있을까? 내가 아는 만화책이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서울역에 내렸습니다.

지하철 1·4호선 서울역에서 내려 11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이 게이트웨이 아케이드입니다. ‘하노이의 아침’이라는 음식점이 보이고 그 옆에 파란색 글씨로 <북오프>의 간판이 보여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북오프가 있는 아케이드 1층은 중국 음식, 베트남 음식, 한국 음식 등 식당가여서 서울역에서 기차 시간이 남는다거나 누군가를 마중 나갔을 때 시간 여유가 좀 있다면 이곳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서울역 11번 출구에서 나와 만나게 되는 북오프 입구


북오프(BOOK-OFF)

언젠가 신문에서 보니 연매출 370억 엔(2004년 기준)에 이르는 일본의 북오프를 이끄는 사장은 하시모토 마유미라는 사람으로 마흔이 될 때까지 전업주부로 아이를 키우다가 시급제 사원으로 입사하여 10여 년이 지난 지금, 사장으로 승진한 입지전적 인물이더군요. 일본에 가는 친구 중에 일본 만화 마니아는 북오프에 들르는 일이 필수 코스가 되기도 한다네요. 아이들과 동경에 갔을 때 바빠서 들르지 못했기에 우리나라에 북오프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찾아가게 되었답니다.

“이랏샤이마세~ 어서 오세요!”라고 일본어와 한국어로 맞아주는 직원의 인사를 들으며 매장에 들어서니 우선 깔끔하고 쾌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매장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우와~ 만화다!!” 외치며 자기들이 아는 만화책을 찾아보느라 정신없었어요. 그 사이 저는 책장을 기웃거리며 어떤 책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북오프 매장


일단 만화책 쪽으로 가보았어요. 작가별로 작품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더군요. 『마스터 키튼』『몬스터』『20세기 소년』과 최신작 『플루토』까지 책꽂이 한가득 꽂힌 책을 보고 있자니 보기만 해도 맘이 뿌듯하더군요.(ㅎㅎ) 만화책 코너가 끝나는 곳에는 19금 표시가 된 작품도 밀봉이 되어 꽂혀 있었고요. 문고판은 작가별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문고판을 구입하러 갈 계획이 있다면 미리 작가의 이름 정도는 알거나 메모를 해가는 게 직원에게 부탁하여 찾기도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 외 책의 내용에 따라 실용서는 분류가 되어 있었고요. 잡지도 내용별로 분류가 되어 있었습니다.

북오프 만화책 코너에서 만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


저는 아이들과 함께 갔기에 직원에게 ‘일본 동화책’이 있는 코너의 안내를 부탁했지요. 동화책 코너에는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동화책과 아이들이 볼 만한 잡지가 꽂혀있었어요. 최저 가격은 2,000원이었는데 상태가 우수한 것, 새 책에 가까운 것은 제법 가격이 나가는 것도 있었습니다.

큰아이는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란 책을 발견하고는 무척 좋아하더군요. 그 책은 제가 아이에게 맨 처음 사준 동화책이고 우리 집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책이기도 하거든요. 이제는 너무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그 책처럼 역시나 표지가 약간 닳아서 헤진 책을 보더니 큰아이는 “역시 이 책은 인기가 많은가 봐” 하네요. 그리곤 가만히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더군요. 읽지도 못하는 일본어가 쓰여 있는데도 이미 수백 번도 더 본 내용이라서 그런지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뭔가 나름의 추억에 잠기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는 여기저기 뒤적뒤적 하더니 오리가미 책을 발견하고는 “우와~” 하고 탄성을 내지르네요. “엄마, 여기 세일러문 인형 접는 법도 있어. 여기는 피노키오랑 국화꽃 접기도 있고…. 나 이거 살래!” 아이가 들어 보인 오리가미 책의 가격은 2,000원이었어요. 뭐 그 정도라면….

북오프 동화책 코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


그래서 우리는 서로 2,000원 한도 내에서 사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 보기로 했습니다. 큰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즈망가 대왕』의 일어판을 한 권 사겠다고 했어요. 한국어판과 비교해 보면서 일본어 공부도 해보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통에 한 권 사기로 했어요.

저는 교사들을 위한 아이디어 잡지라는 책을 한 권을 골랐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종이접기, 꾸미기, 재활용품으로 작품 만들기 등 정말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서 남은 방학 동안 둘째랑 집에서 미술놀이를 하기에는 안성맞춤 같았습니다. 이렇게 책을 고르고 나서 계산을 하고 나니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갔더군요.

북오프 매장 앞에서


참, 북오프는 도서 외에도 음반 코너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어요. 이 코너도 역시 중고 음반으로 국내에 미발매된 일본 음반을 만날 수 있는 곳이랍니다. 중고라도 판매할 때는 새로 포장을 해놓아서 마치 새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 것이 특징인 것 같아요. 싱글 시디 역시 2,000원부터 가격이 다양했습니다.^^

“엄마, 우리 다음에 여기 또 와요.”
“왜?”
“나 사고 싶은 거 있었거든. 용돈 모아서 다시 와서 꼭 그 책 사려고.”
“어떤 책인지 기억할 수 있어?”
“응, 종이접기 책인데 내가 팔릴까 봐 구석에 꽂아놓고 왔어”
“뭐? 하하하.”

자기가 사고 싶은 책이 혹여 팔릴까 봐 주인도 못 찾는 구석에 꽂아놓는다든지 책 등이 반대쪽으로 가게 살짝 꽂아 놓고 나왔던 기억이 저도 있던 터라, 둘째의 말에 살짝 웃으며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집에 돌아왔답니다.


[Tip]
북오프(BOOK-OFF) 서울역점
- 홈페이지: //cafe.daum.net/BookOff
- 운영시간: 오전 10시~밤 9시
- 전화번호: 02-3789-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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