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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 17년 만에 연극무대에 서다, <리타 길들이기>

<리타 길들이기>는 ‘진정한 나’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대본과 최화정의 독특한 이미지가 잘 버무려진 멋진 작품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에 길들여지지 않는 최화정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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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 하면 언제나 환한 얼굴과 때로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엉뚱한 표정, 통통 튀는 말투와 다소 억지스럽게 굴리는 발음, 쾌활한 웃음소리, 그리고 세월이 멈춘 듯한 싱그러운 젊음이 떠오른다. 전체적으로 무언가 과장되고 꾸밈이 많은 듯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의 그런 모습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활기를 준다. 또한 그것이 11년째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그녀의 저력일 것이다. 그런 최화정 씨가 오랜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한다는 말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그것도 지난 1991년 국내 초연 때 직접 참여했던 연극 <리타 길들이기>로 17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고 하니,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최화정과의 미니 인터뷰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에서 최화정 씨를 직접 만나봤다. ‘윤하정’이라고 소개했더니, “어머, 하정 씨예요?”라며 반색을 하며 맞아주었다. 우선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제가 다른 방송일은 계속했어도 연기는 안 한 지 오래됐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굉장히 긴장되고 떨리고, 관객분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돼서 잠도 못 잤어요. 그런데 막상 막이 열리고 너무너무 사랑해 주시니까 마냥 감사하죠.”

꾸준히 연기를 해 왔던 것이 아닌 만큼 이번 무대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연극을 다시 할 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게다가 17년 전에 무척 잘됐던 공연을 제가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특유의 만화 캐릭터 같은 표정이 나온다), 26살의 리타를 맡는 것에는 굉장히 부담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배우 조재현 씨한테 문자가 왔어요. <리타 길들이기>에 대해서 얘기 좀 해보자고요. 그래서 같은 배우로서 매니저를 통해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린다는 게 이렇게까지 됐죠.”

거침없고 솔직한 모습의 리타

17년 전 초연 때도 리타를 연기했는데,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할 시간 동안 안팎으로 변화도 있을 것이다. 다시 연기하는 리타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밖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외모가 많이 바뀌었겠죠. 그래서 너무 양심에 걸려서 원작에서는 리타가 26살인데, 제가 28살로 바꿨어요(웃음). 그리고 안으로는 그래도 나이를 그냥 먹어가는 건 아니니까 초연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리타만 보였다면 이번에는 프랭크의 고뇌나 외로움, 연민 같은 것도 보이고, 기득권층의 무기력함도 볼 수 있고, 무대 전체가 보인다고 할까요.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연기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리타 길들이기>는 어떤 작품?

“리타는 주부고 미용사예요. 하지만 스스로 이건 내가 생각하는 리타가 아니다 싶고,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어떤 갈증 때문에 개방대학 문학 강의를 신청해요. 처음에는 거칠고 다소 천박한 리타가 프랭크 교수를 통해 점점 문학에 심취하게 되고, 중간쯤에는 좀 배웠네 하면서 건방을 떨고 잘난 척을 하다, 마지막에는 진짜 자신을 찾는 이야기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결국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프랭크 교수(윤주상)와 미용사 리타(최화정)

<리타 길들이기>는 ‘연극열전 2’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세계적인 극작가 윌리 러셀의 대표작이다. 국내에서는 네 번째 공연되는 <리타 길들이기>는 미용사 리타와 문학교수 프랭크, 단 두 명만이 등장하는데, 특히 최고의 ‘리타’와 ‘프랭크’로 호평 받았던 17년 전 원년 멤버 최화정과 윤주상이 이번에 다시 참여해 관객들의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공연 초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리타가 포스터, 예이츠, 입센, 체호프 등의 작품을 접하며 실로 무지한, 그러나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또 작품의 전개와 함께 지식이 쌓이면서, 그 불어나는 지식과 함께 외모나 말투, 사고의 형태까지 변해가는 리타의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한편 리타가 존경해 마지않는 지식의 결정체인 프랭크 교수가 오히려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하고 가식 없는 리타에게서 활기를 얻는 모습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리타와 최화정?

보통 ‘최화정’ 하면 통통 튀는 유쾌한 모습을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리타 길들이기>를 접하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리타와 최화정의 캐릭터를 동일선상에 두고 공연장을 찾는다. “리타는 저와 비슷한 모습이 많아요. 공연 앞부분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다소 거친 리타가 나오고, 뒷부분에는 지적이고 교양 있는 리타로 바뀌는데요. 둘 다 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앞부분의 리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표현하기 어려웠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굉장히 지적이라서(그녀는 크게 웃었다^^), 그래서 뒷부분을 표현하기가 훨씬 편하더라고요.”

변해가는 리타의 겉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

그렇다, 처음 문학수업을 들으러 ‘욕망의 도시’라는 성인소설을 들고 프랭크 교수를 찾은 리타는 과감한 디자인의 원색 옷을 즐겨 입고,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말투도 껄렁껄렁하고 거칠다. 그러나 중반 이후 블레이크의 시를 복잡하게 해석하며 우쭐해하는 리타는 파스텔 톤의 세미정장을 입고 머리를 틀어 올렸으며 담배를 끊었고 말투도 차분하고 교양 있다. 게다가 이름까지 ‘수잔’으로 바꿨다.

무대를 바라보며 솔직히 최화정의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화정만큼 리타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아내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또한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무대는 그녀만의 독특한 에너지로 간간히 웃음을 자아낸다. 40대 후반에 20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그녀는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배우인지도 모른다.

리타 길들이기=진정한 자아 찾기

프랭크 교수는 처음 리타가 들고 왔던 ‘욕망의 도시’라는 성인소설을 당연히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연 후반 변해버린 리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그는 ‘욕망의 도시’가 생각보다 멋진 작품이라고 말한다. 겉모습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것은 그만의 진정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자아 역시 덧바르거나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자아 찾기에 성공한 리타

<리타 길들이기>는 <서툰 사람들>이나 <늘근 도둑 이야기> 등 ‘연극열전 2’ 시리즈의 앞선 공연들처럼 코믹한 작품은 아니다. 또 최화정이라는 캐릭터와 맞물리는 통통 튀는 작품도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나’를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대본과 최화정의 독특한 이미지가 잘 버무려진 멋진 작품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월에 길들여지지 않는 최화정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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