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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기억되는 공연들 - 공연 어록

모두에게, 이루고 싶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원한 사랑도 있고, 벅찬 희망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이상들이 고달픈 현실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위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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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가 알립니다
<윤하정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이 10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 윤하정 님과 함께 공연으로 보았던 세상, 즐거우셨나요?
저 역시 필자의 마지막 끝맺음처럼 우리 모두에게 꿈이 함께하는 세상이길 바랍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공연으로 보는 세상>에 글을 쓴 지 100주가 됐다. 그러니까 이번 칼럼이 100번째 원고다. 그리고 마지막 원고다. 그래서 몇 주 전부터 뭔가 좀 근사하게 마무리를 하자고 준비했건만, 끝을 알고 있다고 해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원고 마감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오히려 한 글자도 써내려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몇 년 전부터 썼던 공연 리뷰들을 읽으면서 ‘공연 어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머물렀다. 특성상 콘서트에서 뮤지션들이 했던 말이 대부분인데, 모아놓고 보니 혼자만 보기는 아깝더란 말이다. 최근 2~3년간 봤던 공연들인데, 공연을 봤다면 함께 추억을 더듬어보는 것도 좋겠다.

재치 만점의 재밌는 입담들

2006년 3월, 휘성의 콘서트장이다. 공연장 입구에 설치된 ‘세상의 모든 노래를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 싶다’던 팬들의 현수막이 인상적이었다. 욕심 많기로 소문난 그는 당일에도 볼거리 많은 공연을 준비했는데, “가격은 오르면서 크기는 작아지는 초코파이 같은 공연이어서는 안 되죠.”라며 몸을 불살랐다.

그해 4월에는 이루마가 군대 입대 전 마지막으로 ‘Farewell Concert'를 열었다. 한 곡 한 곡 소개하면서 정성스럽게 무대를 마련하던 그는 “저 군대 가 있는 동안 그새 잊어버리고 태진아 씨 아들(이루)과 헷갈리면 안 돼요!”라고 다짐을 받았다. 8월에 제대한다는 소식이다.


10월에는 김종서가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90년대 동료 가수들을 언급하면서, “이승철 씨는 지금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대단한 가수라고 생각하지만, 처음에는 ‘쏘오리 내에지마’ 같은 끄는 창법과 ‘ㅍ’을 ‘/f/'로 발음하는 게 거슬려서 싫어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날 초대가수로 이승환이 나왔는데, 김종서는 “이승환도 처음에는 싸구려 가발 쓰고 락 밴드에서 활동했어요.”라고 일렀고, 이승환은 “우리가 편승엽이랑 나이가 같다는 걸 말해도 돼?”라며 보복했다.

2007년 6월에는 포지션이 오랜만에 공연을 마련했다. 유난히 말이 많았던 임재욱은 “이렇게 말을 잘하는데 방송에서는 노래만 부르고 한마디도 안 했으니….”라며 그간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일 공연에는 많은 게스트들이 나왔는데, 특히 정선희는 ‘왜 남자친구가 없느냐’는 물음에 “내가 입은 잡지인데 몸은 성경이야.”라고 답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안재환은 날마다 얼마나 재밌을까.

같은 해 8월에는 박효신의 콘서트가 있었다. 말수도 적고 숫기도 없는 그가 ‘잘생겼다’는 팬들의 환호에 “잘생겨졌다고요? 수술이 잘돼서 그래요. 가수가 아니었으면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런대로 살아갈 만한 얼굴이었거든요. 사실 너무 아팠어요.”라며 어린애처럼 다 말해버렸다.

12월에는 이소라와 성시경의 ‘센티멘탈 시티’ 공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빛깔이 다른 서로의 노래를 배워보기로 했는데, 대뜸 이소라가 “내 노래는 모두 내 얘기예요. 만날 차기만 하는 성시경 씨가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라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성시경, “제 마음을 열면 저를 밟고 지나간 많은 여성들의 발자국이 있어요.” 역시 입담으로는 뒤지지 않는다.

올해 3월에는 반가운 토이의 콘서트가 있었다. 수많은 게스트들 가운데 입담으로 유독 돋보였던 가수는 윤종신. “2년 전쯤 유희열 씨한테 ‘나와 함께 개그계로 가자’고 설득했는데, 말을 듣지 않더라고요. 개그맨으로서는 타고난 외모잖아요. 첫날 공연에서는 유희열 씨가 눈물을 흘렸다고 하던데, 여러분 속지 마세요. 저 사람 아직도 연기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유희열은 아줌마처럼 박수를 치며 웃어댔다.

삶의 철학이 담긴 속 깊은 말들

2006년 9월,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는 이승철의 콘서트가 열렸다. 한참 노래를 부르는 던 그는 내리는 빗속에서 말했다. “한때 ‘음악’이 아니라 ‘음학’을 하려고 했어요. 음악이란 게 왠지 어렵고 복잡해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좋은 노래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노래는 사실 30분 만에 결정돼요. 힘을 빼고 우연히 써 내려간 노래들이 사랑받죠.”


같은 달 임재범도 콘서트를 마련했다. ‘많은 방황이 있었고, 깊은 오해도 있었고, 숱한 좌절도 있었다’고 밝힌 그는 Judas Priest의 ‘Before The Dawn'을 부르기에 앞서 “저의 우상이라서 공연 때마다 부르는 노래인데, 이제 예전만큼 잘 부르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 방황과 오해, 좌절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됐기 때문일까.

연말에는 한상원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한상원은 무대를 열며 “사회적 지위나 배경, 자신의 위치 등을 모두 잊고 즐기자.”라고 말했는데, 특히 ‘Solitude’를 연주하기 전에 “모두에게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지만 사람은 외롭습니다. 그렇게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막막함 속에 그때의 고독을 표현한 곡입니다.”라고 소개했다.


2007년 3월에는 신해철이 재즈음반을 발표하고 콘서트까지 열었다. “기자들이 왜 재즈 음반을 냈느냐고 하도 물어보기에 ‘미친 거죠’라고 말했어요.” 신해철다운 답변이지 않은가. 그러나 팬들 앞에서는 진솔하게 답했다. “젊었을 때는 나의 길에 대해서 방황하다 ‘난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40대가 되면 그 성이 무너지는 걸 알게 됩니다. 별거 없더라고요. 그냥 ‘쟤가 저렇게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생각해주세요.”

4월에는 이소라가 오랜만에 소극장 콘서트를 마련해 연일 매진사례를 이뤘다. 그녀는 공연 중 “지금 준비하는 노래 두 곡은, 제가 쓴 가사지만 항상 어떤 소절을 노래할 때면 눈물이 나요. ‘다른 사람 친한 그댈 미워하는 나의 사랑이 모자랐나요 늘 생각해요’ 무슨 마음인지 알겠죠? 사실 사랑이 너무 깊어서 그런 건데, 사랑이 깊은 게 또 모자란 것이기도 하더라고요.”라며 ‘믿음’과 ‘제발’을 소개했다. 참 가슴 아픈 노래다.

7월에는 ‘써머 빅4 콘서트’가 있었는데,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가 했던 말이 참 멋있었다. “당신들은 내 심장세포야. 당신들이 멈출 때… 난 죽어!” 모든 뮤지션들의 마음이 아닐까.

꿈을 좇는 돈키호테

공연장은 현실에서는 다소 벗어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곳의 화려한 조명과 음악 속에서 현실을 잊고 마음껏 울고 웃는다. 함께 꿈을 꾸고, 영원한 사랑을 희망하며, 아픔을 달랜다. 나의 책상 한쪽에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는 말이 적혀 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가 부른 ‘이룰 수 없는 꿈’의 노랫말이다. 모두에게, 이루고 싶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원한 사랑도 있고, 벅찬 희망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이상들이 고달픈 현실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위로하길 바란다. 그것이 필자가 ‘공연으로 보는 세상’이고, 이 공간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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