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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뒤흔든 나폴레옹, 또한 그를 흔들어 놓았던 6살 연상의 과부

나폴레옹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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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첫 번째 승전이후 1795년 10월 파리에서, 조세핀 드 보아느레를 만났다. 그녀는 낭비벽이 심한 과부였고 그보다 6살이나 위였다.



1795년 파리

나는 당신 생각에 가득 차 깨어납니다. 당신의 모습과 지난밤 넋을 잃을 정도의 황홀함이 내 감각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달콤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조세핀, 당신은 내 가슴에 어떤 신비로운 일을 한 건가요? 당신은 화가 났습니까? 제가 당신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가요? 당신은 무언가 걱정하고 있나요? 내 영혼은 슬픔으로 고통스럽고, 당신을 향한 사랑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나를 압도해버리는 깊은 감정에 굴복하면서, 당신의 입술로부터,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불같이 나를 태워버릴 사랑을 끄집어 낼 때, 어떻게 내가 더 쉴 수 있단 말입니까

아! 지난 밤 나는 초상화 속 당신의 모습이 내게 얼마나 잘못된 인상을 남겼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정오에 떠날 예정이지요. 세 시간 후에 당신을 보겠네요. 그 때까지 내 달콤한 사랑, 천 번의 키스를 보냅니다. 하지만 내게는 키스를 돌려주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그것은 내 피에 불을 지피니까요.


1797년 봄

시살파인 공화국 북 이탈리아 조세핀에게.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반대로 당신을 혐오하오. 당신은 비열하고, 정말 심술궂고, 어리석은 신데렐라입니다. 당신은 내게 절대로 편지를 쓰지 않소, 남편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은 편지가 남편에게 얼마나 기쁨을 주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짬을 내서 짧은 편지도 쓰지 않소! 그러면 마담, 하루 종일 도대체 뭘 하는 거요? 헌신적인 연인에게 편지를 쓸 시간을 빼앗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어떤 애정이 이 사랑을 질식시키게 만들고, 당신이 약속했던 부드럽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따돌리고 있소? 당신의 매 순간을 빼앗고, 당신의 날들을 지배하고, 당신의 남편에게 관심을 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멋진 새 연인이 누구란 말이오?

조심하시오 조세핀, 어느 아름다운 밤, 문이 부서져 열리면, 그곳에 내가 서 있을 테니. 나는 진실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내 사랑. 당신에게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어요. 내게 빨리 내 마음을 감성과 기쁨으로 채울 네 페이지의 편지를 보내주시오. 되도록 빨리 당신을 내 팔에 안고 싶소. 그리고 적도의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백 만 번의 키스를 퍼붓고 싶습니다.


나폴레옹 드 보나파르트(1769-1821)은 프랑스혁명을 통해 자신을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독일 제국의 황제, 나폴레옹 1세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군사지휘관으로 간주되는 가운데, 거의 모든 유럽의 권력에 대항한 승부사적인 그의 전략은 전 세계적으로 군사학교의 교본으로 남아 있다. 그의 전술은 때로는 시민과 죄수, 심지어 아군의 부상자를 죽일 정도로 잔인하다. 그는 또한 나폴레오닉 코드를 만들어서 프랑스 법조 체계의 기반을 만들었고,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이었으며 이집트의 로제타석 탐험을 주도하는 원정대를 이끌었다.

나폴레옹은 첫 번째 승전이후 1795년 10월 파리에서, 조세핀 드 보아느레를 만났다. 그녀는 낭비벽이 심한 과부였고 그보다 6살이나 위였다. 그들은 다음해 3월에 이태리에 진군하기 며칠 전 결혼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조세핀은 젊은 기병대 장교와 외도를 했고 이것은 나폴레옹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다음 해에는 나폴레옹도 외도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1804년 그들은 황제와 황녀로 왕관을 썼지만 조세핀은 후손을 낳을 수 없었기에 1810년 이혼을 하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18세의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루이지와 결혼해서 차후 나폴레옹 2세가 된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남은 여생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비록 마리 루이지는 그의 패배에 따른 망명길을 따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나폴레옹의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았다. “프랑스, 군대, 군대의 선두에는… 조세핀….”

유럽을 뒤흔든 장군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였나 봅니다. 나폴레옹은 75,000통에 달하는 많은 편지를 썼는데 그 중의 상당부분은 아내인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라고 합니다. 나폴레옹은 여자 앞에는 지나치게 수줍어했는데, 과부였던 조세핀에게 열렬한 애정의 공세를 펼친 것은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던 그녀를 방패막으로 삼으려고 했던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첫 이유야 어떻게 되었던, 조세핀의 ‘어떤 것’에 강렬하게 끌렸던 나폴레옹은 전쟁에 있을 동안 그녀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에 안절부절 못했지요.

편지를 번역하다 보니, 무심한 아내에게 답장을 갈구하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 애처롭게까지 느껴집니다. 정말 예고 없이 한 밤중에 집으로 쳐들어가 확인이라도 할 기세네요. 비록 후계자를 낳기 위해서 이혼을 했지만 조세핀은 그 사실에 의연했습니다. 나폴레옹이 귀양을 갈 때 조세핀과 함께 하려 했지만, 그녀는 직전에 숨을 거둔 뒤였지요. 애증이 극과 극으로 교차하는 사랑을, 나폴레옹이 풀어내는 수단이 바로, 편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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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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