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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김진표, 제이미 칼럼 - 신선함을 안겨 주는 자유로운 음악 실험

모순의 대작 - 이승열 네 번째 앨범 작정하고 사랑 노래를 만들다 - 김진표(JP) 재즈와 팝의 영리한 조화 - 제이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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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던록의 선구자라 불리는 듀오 유앤미블루 출신답게 이승열의 음악은 깊이가 있습니다. 규정된 형식을 벗어난 자유로운 음악에서 그의 남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네 번째 앨범, <V>를 지금 만나보세요. 이별 노래 다섯 곡으로 채웠음에도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김진표의 미니앨범과 팝과의 결합을 통해 재즈의 장을 넓혀 가고 있는 제이미 칼럼의 신보도 함께 소개합니다.

이승열 <V>

<V>의 관건은 대중과의 합일을 얼마나 이끌어낼까라는 것이다. 동시대의 그 어느 음반들보다도 (덧붙이자면 아티스트의 그 어느 전작들보다도) 작품으로의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 주류 시장의 영역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철저히 유리될 앨범이다. 일찍부터 봐오지 않았던가. 혼란스럽게 하거나 무감각하게 만드는, 실험성 가득한 음악이 얼마나 많이 중심권에서 배제되어왔는지를. 당장부터 제 가치를 인정받았던 경우가 오히려 특이 사례에 가까웠다.

음반 자체로만 보면 <V>는 다시 보기 힘든 작품이다. 우리나라 대중 음악사에 있어서도 지표로 자리할 만하며 이승열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매그넘 오퍼스의 지위를 다툴 공산이 충분히 높다. 무엇보다도 각양의 접근법과 다각화된 관점을 배태시켰다는 점에 있어 앨범의 가치는 수직 상승한다. 소리를 왜곡시키고, 전개를 붕괴시키고, 이형의 사운드를 대입시키는 일련의 과업을 적재적소에서 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준 이상의 역량과, 보통의 위치보다 더 앞선 지점을 내다보는 감각이 없다면 분명 나오기 힘든 결과물이다.

매력적인 선율이나 캐치한 훅 라인이 없이도 찬사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앨범은 그야말로 아티스트가 가진 예술성의 결정체다. 6, 7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으로 곡을 끊은 과감함도 여기에서 비롯되었고 오묘한 소리를 내는 베트남의 전통 현악기 단보우를 배치한 실험성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더불어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소설 <이방인>의 대목을 읊는 「Minotaur」의 가사는 어떻고 분위기의 격변을 드러내는 「Fear」에서의 전개 방식은, 아랍 풍의 느낌을 구사하는 「We are dying」의 사운드는 또 어떠한가. 즉흥이라는 무기와 전위라는 수식으로 무장한 음악의 향연 그 자체다.

전반적으로 자유도가 높아진 형상이다. 명확한 자기 영역을 가졌음에도 일정한 형식미에 매어있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이번 앨범은 굴레로부터 완연히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편성의 최전방에 자리해야한다는 보컬의 통상적인 틀을 깨기 위해 사운드 속에 목소리를 파묻어버린 방법론도 물론이거니와 더 나은 공간감을 구축하기 위해 공연장 벨로수와 소속사 플럭서스 스튜디오 두 곳에서 원 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했던 시도도 마찬가지다. 표현에 있어 이승열은 ‘일정’이라는 존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음악의 확장을 막는 그 어떠한 벽도, 경계도 모호함이라는 이름 아래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곡마다 빛을 발하는 음악성과 음반 전반의 높은 완성도가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대중과의 거리도 넓혔다는 점이 명백한 앨범의 난제로 자리한다. <V>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음반이다. 얼마의 만족을 획득할 수는 있어도 전체의 공감은 이끌어 내기 어렵다. 소구력을 이끌어낸다면 전작 <Why We Fail>의 「솔직히」를 새로이 부른 「Secretly」나 그 다음 트랙인 「Bluey (Feat. 장필순)」 정도에서 가능성이 한정되며 나머지 트랙은 합을 맞추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도가 분명 내포되어있다.

굳이 비교를 했을 때, 상호작용의 성격을 가진 콘텐츠로서의 기능은 세 번째 앨범 <Why We Fail>에 더 잘 녹아있다. 앞선 1, 2집보다도 음악의 영역을 대폭 확장시켰을 뿐더러 동시에 대중과의 합일점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직전에 언급한 두 곡이 전작과 비슷한 색채로 놓여있다는 사실은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열을 가리겠다는 의도도 더더욱 아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팝 아티스트의 역할론을 어느 정도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승열이 보여준 실험은 어떤 아티스트들보다도 훌륭하다. 그리고 이러한 신선함에 우리는 오래 전부터 목말라 있었다. 여지를 남긴 완벽한 작품이자 여백을 남긴 만전의 작품이다. 모순의 대작이기에 <V>는 더욱 찬란하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김진표(JP) <5 Break-Up Stories>

무난한 앨범이라 해도 김진표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지난 몇 년간 김진표는 내러티브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 적잖이 노력을 기해왔다. 매번 똑같은 얘기만하면 사람들이 짜증내지 않겠냐는 스스로의 언급처럼 언제까지고 학교 욕, 선생 욕, 부모 욕만을 할 수는 없었다. 그도 제외하고 남은 자기 얘기마저도 소스가 고갈되고 있었으니 더 많은 주제들을 더 많은 시각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로 풀어내야했다.

단순한 사랑노래 모음집에 지나지 않는 이 음반을 가볍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노래들에 담긴 내용은 사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나리오와 콘셉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연인을 떠나보내 그리워하고 후회하고 비난을 가하는 곡들 사이에서 김진표의 색깔을 알게끔 하는 부분은 목소리와 가사 뿐이다. 라이머를 위시한 브랜뉴뮤직의 프로듀서들이 가세했다고 해서, 어반자카파의 조현아와 역시 브랜뉴뮤직 소속의 여성 보컬들이 피쳐링으로 참여했다고 해서 특수성을 가지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고개만 돌려도 등장하는 이미 익숙한 조합들이다.

김진표이기에 <5 Break-Up Stories>은 범작의 대열에서 조금 벗어난다. 사랑 노래를 안 해왔던 아티스트는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 노래를 작정하고 만든 음반도 없었다. 이번 작품은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부터 조금씩 방향을 틀었던 변화된 작법의 중간 결과물이다. 미니 앨범이라는 특성도 가중치를 더한다. 20년을 눈앞에 둔 그의 음악 경력에서 미니 앨범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그의 성향으로는, 적어도 급격한 커브 길을 만나지 않는 이상, 평범한 노래만으로 풀 앨범을 한 번에 채워 넣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자잘한 시도는 대여섯 트랙짜리 형식이 적정하다는 판단일 테다.

다양한 방식을 여러 차례 보여줄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라고도 볼 수 있다. 쉽게 듣고 지나칠 수 있어도 의미는 조금 생각하고 갈 필요가 있다. 작은 크기로 만든 작지 않은 이정표다. 스스로의 이정표를 따라 김진표는 천천히 운전대를 틀고 있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제이미 칼럼(Jamie Cullum) <Momentum>

재즈와 팝 사이의 튼튼한 가교가 대중 앞에 나온 지도 10년이 되어간다. 제이미 컬럼은 2004년 3집 앨범 <Twentysomething>으로 재즈와 팝의 바람직한 조합이 어떤 것인지를 대중에게 증명했다. 활동은 빨랐지만 유니버설과의 계약 이후 발매한 3집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재즈와 팝의 영리한 조화는 ‘재즈도 아니고 팝도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발아하고 있다.

「Don't stop the music」을 중심으로 한 지난 앨범 <The Pursuit>는 유독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 앨범이 전작이 되는 만큼 비교는 피할 수 없다. <The Pursuit>의 경우 이질적인 두 요소를 한 곡에서 녹였다는 점이 분명 큰 매력이다.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곡이 비교적 ‘가장 덜 친숙한’ 장르와 만났다는 점(타이틀곡인 「Don't stop the music」은 Rihanna의 동명의 곡 「Don't stop the music」을 제이미 컬럼식 재즈와 결합시킨 곡이다)은 이질적이지만 참신하다.

팝과 재즈를 융화시키려는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의 독자적인 무기는 피아노다. 틀에 박히지 않은 피아노가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기존의 예상을 벗어나는 연주는 신선함과 독특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전작이 신선함이 돋보였다면 신보의 경우는 조금 더 트랜디하다. 물론 ‘트렌디’함으로 재즈의 색채가 다소 옅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가 ‘차세대 천재 재즈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재즈는 벗어나지 말아야 할 노선이다.

더불어 다양한 방향의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작업은 ‘재즈’와 ‘피아노’에 갇힐 수 있는 제이미 컬럼의 음악의 폭을 더 넓힌다. 「Love for $ale」과 같이 예상 가능한 ‘제이미 컬럼의 색깔’을 적절히 벗어남으로써 음악의 반경을 스스로 고쳐 긋는다. 그는 본인의 한정 뿐 아니라 ‘재즈’라는 판을 점점 더 확대시킨다.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그의 음악에선 답답한 틀이 보이지 않게 될 것 같다.

글/ 왕민아(nena5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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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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