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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가 유행어로 인기를 끈 이유

시대에 따라 유행어는 당연히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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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많이 패러디가 된 유행어가 있다. “단언컨대”다. 한 휴대폰 광고에서 “단언컨대, 메탈은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의 문구로 시작해 컵라면 패러디광고에 쓰이는 등 인기가 상승했다. SNS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기업의 홍보문구로 많이 사용했다. 대체 ‘단언컨대’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네 글자의 파괴력에 넉다운(Knock down)되다.

 

“단언컨대”의 인기비결은 간단함과 명료함에 있다. 복잡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함축적인 표현으로 다양한 의미전달 또한 가능하다. 만능 유행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4글자가 가진 파괴력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단언컨대, 과학은 예술입니다.” ,”단언컨대, 두부는 딱딱합니다.”처럼 반의적인 표현을 넣을 수 있다. 상반된 의미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예상치 못한 한 방에 넉다운(Knock down)이 되는 셈이다.


휘청거리면 일어났지만 예상치 못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의 유행어다. “지드래곤 보고 있나?”의 “보고 있나?”다.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지드래곤의 패션을 정형돈의 패션으로 자극한 점이 성공 요인이다. 풍자적인 요소가 그 맛을 배로 살렸다. “단언컨대”가 갖는 특징과 파괴력을 다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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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이 지드래곤의 패션을 지적하면서 탄생 한 “보고있나?” (출처: MBC <무한도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국민유행어의 탄생


예능프로그램 속 개그맨이 사용하는 유행어를 따라 하면 딜레마에 빠진다. “왜 나는 맛을 못 살릴까?” 물론, “난 개그맨이 아니니까~”라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원인은 따로 있다. 주어진 상황과 적절한 톤을 함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개그콘서트>의 뿜 엔터테이먼트의 “잠시만요~보라언니 들어가실게요~ “를 생각할 수 있다. 완벽한 구사를 위해 개그우먼 박은영의 독특한 어조와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이점을 간과하면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게 된다. 유행어도 공부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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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박은영이 아니면 살리기 힘든 유행어 출처: KBS <개그콘서트 - 뿜 엔터테이먼트>


대부분 유행어는 그 맛을 살리는 점이 힘들지만, ‘단언컨대’는 다르다. 상황적 맥락과 톤을 고려 할 필요가 없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어디에도 어울려 사용할 수 있다. 국민유행어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시대에 따라 유행어도 변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단언컨대’의 뒤를 이을 유행어로 데카르트의 코키토 명재가 낙점되었다. 광고에서는 “지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가 사용되었다. 사활을 걸고 마음가짐을 되새김하는 기업의 의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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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은 “언어학으로 세상을 본다. 고로 존재한다.”다. 출처: 베가CF


이전 광고의 문구처럼 다양한 패러디가 등장 할 것 같다. 철학은 어렵게 느껴 잘 모르지만 ‘데카르트’를 모르는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수학을 몰라도 피타고라스는 아는 이치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문구에 ‘단언컨대’ 처럼 열풍을 이어갈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유행어는 21세기를 들어오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손에 쥐어진 작은 기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쓰여진다. 잠시라도 뒤쳐지면 “나 누구랑 이야기하니?”의 생각이 든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얻은 혜택이 달갑게 다가오진 않는다. 언어는 시대를 반영한다. 쓰여지는 환경도 역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공부”라는 말이 실감된다.


하지만 모 휴대폰제조사의 광고문구는 유행어를 공부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줬다. 브라운관 속의 예능프로그램을 굳이 찾아 보지 않아도 된다. 특히 남녀노소 세대간의 차이 없이 사용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단언컨대, 완벽한 조건을 가진 유행어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유행어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하나의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추억 속에 있는 유행어를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관련 기사]

- 샘 해밍턴에게 군대식 용어는

- 언어학으로 본 조지 오웰의 『1984』

- <건축한개론> 수지에서 <굿 닥터> 주원까지

- 우리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처럼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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