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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꽃을 주고 싶을 때

도톰한 꽃잎과 기름진 잎새의 동백꽃 장면은 늦겨울 창가에 펼쳐두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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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꽃 초록잎>에는 꽃이 그득히 피어있다. 꽃 중에서도 열세 가지 ‘빨간 꽃’이 생생하게 피어있다. ‘초봄에서 초가을 사이에 피는 열세 가지 꽃’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빨간색과 초록색이 자연 그대로 피어있는 그 꽃밭에 들어서면, 우리가 꽃밭에 가서 보고자 하는 그대로가 보인다.

 ‘삶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 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이 죽는다//…’<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있다>에서)고 썼던 자크 프레베르는 어떤 꽃의 낙화를 지켜봤던 것일까. 아마도  흠 없이 온전한 꽃송이가 한순간 툭 떨어지는 종류이지 싶다. 시인이란 가슴 철렁하게 안타까운 일일수록 안타깝다 말하지 않는 법이니, 이렇게 멀찌감치 에둘러 읊어놓고서 속께나  끓였으리라. 사실은 죽도록 아름답게 여기는 꽃이 죽은 것이다. 


 어떤 꽃이나 죽는 것을! 그런데도 누구를 만나려고 하면 꽃 생각부터 한다. 꽃을 건네고 싶은 것이다. 한때는 생각 그대로, 마음 그대로 하느라 시시때때 새벽 남대문시장과 한밤중 고속터미널 꽃가게와 대낮의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번갈아 내달리곤 했다.

 

그렇게 해서 꽃을 건네면, 공공연히 축하받거나 위로받을 일이 없어도(생각하기에 따라 우리 일상은 축하받을 일 아니면 위로받을 일 양쪽을 시계추처럼 오고간다.) 대개는 놀라워하고 기뻐한다. 그러나 뜻밖에 썩 반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솔직하게 내색해주는 이가 말하길, 기쁘긴 하지만 꽃다발의 꺾인 꽃들이 안쓰럽다고 한다. 꽃화분은 물  주고 바람 쐬게 할 일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자, 그렇다면… 꽃그림책이다.     


『빨간꽃 초록잎』에는 꽃이 그득히 피어있다. 꽃 중에서도 열세 가지 ‘빨간 꽃’이 생생하게 피어있다. ‘초봄에서 초가을 사이에 피는 열세 가지 꽃’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빨간색과 초록색이 자연 그대로 피어있는 그 꽃밭에 들어서면, 우리가 꽃밭에 가서 보고자 하는 그대로가 보인다. 꽃잎이 몇 장이고 학명이 무엇이고 어디에 속하는 식물인지 무슨 꽃말을 지녔는지, 일체의 지식 정보의 수다가 없다.

 

그런 것이 필요하면 식물백과 사전을 찾아보면 될 일이라고 하듯이, 화려한 꽃그림과 조화를 이루도록 절제되고 세련된 구성을 펼쳐보인다. 그리하여 그림책은 그저 열세 가지 꽃밭의 꽃과 잎으로 그득한데, 겹치거나 기댄 채 저희끼리 살고 있는 빨간 꽃 초록 잎을 들여다보는 이가 저절로 떠올릴 만한 노랫말이 단  한 줄, 꽃 보는 일을 훼방 놓을세라 조용히 떠있다. 


 도톰한 꽃잎과 기름진 잎새의 동백꽃 장면은 늦겨울 창가에 펼쳐두기에 좋다. 자주색에 가까운 빨간 꽃잎과 하얀 뒷면, 그리고 기다란 잎자루와 갈래진 잎이 헝클어진 듯 자유분방하게 피어있는 할미꽃은 봄볕 드는 책상에 펼쳐두기 좋겠다. 삼삼오오 머리를 맞댄 튜립 그림 장면은 식탁 벽면에 기대 세워 놓으면 제격일 듯하다. 쪼그리고 앉아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채송화 모둠 그림 장면은 꼬마 방 책상에 펼쳐두기 좋을 듯하고, 카네이션 꽃그림 장면은 상투적인 생화 코사지를 대신하여 어버이날 축하 자리에 접시 받침대를 활용해 펼쳐둘 만하다. 봉숭아꽃 장면은 여름날밤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는 아이들 앞에 펼쳐 보여주자. 장미꽃 장면은 엄마 방 화장대 거울에 기대어 놓으면 금세 일상이 화려해질 것이다.     

 

 눈부신 장미꽃 송이송이 햇살 가득


장미

 

 

해맑은 패랭이꽃 나비처럼 나풀나풀 


패랭이꽃

 

패랭이꽃 그림 장면, 접시꽃 그림 장면, 엉겅퀴 그림 장면, 수련 그림 장면은 언제 어디에 펼쳐두면 좋을까. 베고니아 꽃그림 장면도 궁리가 많아진다. 

 

상냥한 베고니아 밤낮으로 소근소근    

 

 

베고니아

           
빨간 나비처럼 보이기도 하는 베고니아의 둘은 짧고 둘은 긴 꽃잎이 오르르 모여있는 꽃밭은 맨 마지막 백일홍 꽃밭에서 활짝 웃는 커다란 꽃얼굴로 옮겨간다. 언제나 웃는, 언제나 시들지 않는, 언제나 꺾이지 않는 꽃, 영원히 죽지 않는 꽃을 건넬 수 있는 ‘꽃그림책’이다.  

 

 

※같이 보면 좋은 책

 

꽃다발보다 더 오래가는 꽃그림책



꽃이핀다

 



백지혜 저 | 보림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사랑하는 한국화가 백지혜가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그린 색깔 그림책입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비롯하여 고려 불화, 조선 시대의 섬세한 초상화와 신사임당의 초충도나 화조도 등으로 이어지는 전통 채색화는 색을 이용하여 사실적인 사물 표현을 하면서도, 물감을 두껍게 덮는 서양의 유화와는 달리 밑 색이 겹쳐지면서 깊이 있는 색감으로 은은한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꽃마중

 



김미혜 글/이해경 그림 | 미세기

김미혜 시인이 쓰고, 이해경 화가가 그린 우리 꽃, 우리 동시 그림책입니다. 즐거운 동시와 소담스러운 꽃 그림이 독자들에게 꽃마중을 나오라고 유혹합니다. 접시꽃에 햇빛을 담는 날을 기대하고, 옆집 개나리꽃을 꺾고선 들킬까 봐 걱정하고, 땅을 포근하게 덮고 있는 동백꽃 이불 한 채에 마음 따뜻해집니다. 책을 통해 꽃을 보고, 알고, 즐기는 일상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합니다. 동양화 색채와 기법을 활용해 그려진 꽃이 금세라도 활짝 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들꽃아이


임길택 글/김동성 그림 | 길벗어린이

이 그림책은 ‘들꽃 아이’ 보선이와 도회지에서 온 김 선생님이라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을 통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는 선생님의 모습이나 교실 안 풍경, 식물 도감을 넘겨보는 장면이나 빨래를 너는 장면은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지요. 아름답고 소박한 글과 섬세하고 공들인 그림이 아름다운 시골풍경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꽃그림책과 더불어 읽을 만한 책


양화소록 : 선비화가의 꽃 기르는 마음

 



강희안 저/서윤희,이경록 공역/김태정 사진 | 눌와

『양화소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원예서로, 조선 초기 선비였던 강희안(1418~1465)이 꽃과 나무를 기르며 작성한 작은 기록이다. 한국의 야생화를 대중화시킨 김태정 선생이 조선시대의 꽃과 나무에 관해 현대에 맞는 식물학적 설명을 덧붙이고 아름다운 사진을 제공한 것도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책의 뒤편에는 부록으로 『양화소록』원문을 그대로 영인하여 실음으로써 원전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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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 꽃이 핀다 <백지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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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꽃 초록잎 <탁혜정>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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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꽃 아이 <임길택> 글/<김동성>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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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마중 <김미혜> 글/<이해경>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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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화소록 <강희안> 저/<이종묵> 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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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화소록 <강희안> 저/<서윤희>,<이경록> 공역/<김태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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