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잭 화이트, 록의 틀을 깨는 천재 괴짜들

플레이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냥 두 뮤지션도 아니고, 잭 화이트와 블랙 키즈가 경쟁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두 앨범 모두 엄청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잭 화이트(Jack White) < Lazaretto >

 

잭화이트

 

현재 록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는 팀 중 대표는 단연 블랙 키즈(The Black Keys)일 것이다. 배알이 꼬였는지 잭 화이트(Jack White)는 공개적으로 이들의 음악을 공격했고, 자신의 자녀가 그의 자녀와 엮이길 거부하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불쾌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유는 댄 아우어바흐(Dan Auerbach)가 그저 표절을 일쌈는 얼간이라는 것이다. 이에 관련해서는 사실 본인도 자유롭지만은 못하다. 이는 블루스를 근간으로 하는 뮤지션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블랙 키즈의 < Turn Blue >< Lazaretto >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공개되었고, 든든한 지지기반의 힘을 얻으며 준수한 차트 성적을 얻어냈다. 각종 음악 전문지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경쟁구도가 재미있지 않은가. 음악 관계에 있어 서로 관련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 Lazaretto >가 형편없는 작품이라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가 음악적으로 실패할 리 만무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결론적으로 또, 개인적인 평가를 얹자면 이번에는 잭 화이트의 손을 들어주겠다.



 

선 공개했던 「High ball stepper」는 두 번째 앨범의 전주곡으로 완벽했다. 알싸한 기운의 이 연주곡은 '잭 화이트표'라는 낙관이 짙게 새겨져 있다. 비장한 불규칙의 미학을 간직한 트레몰로의 향연이다. 무엇보다 화이트 스트라입스 시절부터 고집해온 고유의 톤, 퍼즈 기타의 화염은 앨범 < Lazaretto >의 정수이자 절대 백미(白眉)다. 록 음악에 수절하고 있는 이에게 「Lazaretto」같은 트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과도 같다. 트레이드 마크격인 신경질적인 기타 톤도 잘 살아있다. 암울한 사운드의 키보드, 음산한 소리의 피들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개들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이런 예술 작품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이 곡을 듣고 어떤 혹평을 할 수 있을까. Threewomen」는 유일한 커버다. 마찬가지로 전작의 유일한 커버곡인 리틀 윌리 존(Little Willie John)의 「I'amshakin'」과 같이 '원작 뒤집기'가 돋보인다. 「I'am shakin'」의 주된 테마인 브라스 선율 모두를 퍼즈 톤의 기타로 탈바꿈시켜 곡의 새로운 혼을 심어주었듯, 블라인드 윌리 맥텔(Blind Willie McTell)의 블루스 기타를 그대로 들어냈다. 기타는 있지만 더욱 돋보이는 사운드는 간간이 깔리는 페달 스틸과 악곡 전체 리듬을 책임지는 건반과 드러밍이다.

 

잭화이트

그가 록계의 엘튼 존(Elton John)이라 불리는 이유는 「All in my home」같은 트랙을 다룰 줄 알기 때문이다. 컨트리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에게 있어 「Entitlement」는 음악 노선에서 중요한 선택이다. 잔향이 짙은 스틸 기타에 경쾌한 건반 선율, 만돌린 연주는 완벽한 컨트리 악기 조합이다.

 

잭 화이트는 훌륭한 컨트리 뮤지션이기도 하다. 표정을 바꾸며 이어지는 「That black bat licorice」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악기 편성으로 음악 토대인 블루스와 개러지는 물론 로커빌리와 컨트리, 그리고 소울이라는 장르의 방벽을 넘나들며 '틀 깨기'와 '파괴와 재창조'를 몸소 실현한다.

 

플레이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되고 쉼 없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리듬과 그루브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줄 안다. 수많은 이합집산적인 음악 요소를 한 공간에 배열해놓은 록 과학자의 능력에 감탄과 탄복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 Lazaretto >는 앨범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과거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라콘터즈(The Raconteurs), 데드 웨더(The Dead Weather)를 상기한다면 더 대단하다. '잭 화이트'라는 음악가로 한 가지 궤를 잇는 이 수많은 음악 모두가 < Lazaretto >를 통해 한데 눌러 담겼다.

 

「Lazaretto」의 리듬과 메인 리프는 사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Chameleon」과 유사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블랙 키즈가 표절에 관련해 자주 입방아에 오르긴 하지만, 표절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레퍼런스(reference)나 오마쥬 (hommage)로 받아들일지는 당사자들끼리의 문제 아니던가. 물론 “내가 잘났네, 네가 잘났네”라고 서로 싸우고 욕할 수도 있다. 아티스트간의 다툼은 근본적으로 각자의 예술 영역을 침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면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그저 좋으면 그만이다. 현역 최고의 예술가답게 결과물로 답을 내렸다. 지금 보고 들리는 그대로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잭 화이트다.

 

 

글/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관련 기사]

- 그래도 머라이어 캐리잖아!
- 싸이 행오버(Hangover)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
- 콜드플레이, 진보와 퇴보의 기로
-로니 제임스 디오를 추억하다
-잭 화이트, 록의 틀을 깨는 천재 괴짜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